▶ 휴스턴 미술관 스타크만 35회 방한 한국미술실 오픈‘홀로 고군분투
▶ SF 아시아 미술관 김현정 큐레이터 공항서 도예전 열어 300만명 관람
‘미국에서의 한국미술의 전망’ 세미나에서 큐레이터들이 패널 디스커션을 갖고 있다. 왼쪽부터 버지니아 문, 크리스틴 스타크만, 김현정, 우현수, 지연수.
김현정(샌프란시스코 아시아 미술관, AAM),우현수(필라델피아 미술관, PAM),크리스틴 스타크만(휴스턴 미술관, MFAH),버지니아 문(LA카운티 미술관, LACMA),지연수(퍼시픽 아시아 미술관, USC PAM).
미국 내 주요 미술관에서한국미술 소개를 위해 활약하는큐레이터들을 한 자리에 모은 시도는처음인 것 같다. 쉽지 않은 일이었을 테고,그만큼 뜻 깊고 특별한 행사였다.
14일 LA 한국문화원(원장 김영산)이 주최한 ‘미국에서의 한국미술의 전망’ 세미나는 최근 몇 년 새 부쩍 늘어난 미국 내 한국미술 전시와 관련, 담당 큐레이터들로부터 직접 기획한 혹은 기획 중인 전시 이야기를 들어보는 시간이었다. 지난달 크게 호응을 얻었던 ‘유럽 중국 한국 비교미술’ 세미나가 주류 시각에서 학술적으로 접근한 한국 전통미술 이야기였다면, 이번 세미나는 이를 현대 미국의 미술관에서 전시에 적용해 나가는 현장을 느낄 수 있는 내용들이어서 청중들의 많은 공감과 호응을 얻었다.
5명의 큐레이터는 각자 일하는 뮤지엄을 소개하고 기획전의 쉽지 않았던 과정과 뒷얘기 등을 자료와 이미지를 통해 보여줌으로써 그들의 보이지 않는 노력과 수고를 처음으로 공개했고, 청중은 미처 알지 못했던 사실들을 배우고 직접 가보지 못한 여러 미술관의 외관과 내부 풍경, 전시 디스플레이를 비교해 볼 수 있는 흥미로운 시간이었다.
세미나는 먼저 모더레이터로 나선 지연수 큐레이터가 미국에서 있었던 한국미술 전시들에 대해 연대기적으로 소개함으로써 시작됐으며 이어 크리스틴 스타크만, 김현정, 우현수, 버지니아 문이 30분씩 강연한 후 다 함께 패널 디스커션과 질의응답을 가졌다.
이날 특별히 관심을 끌었던 연사는 유일한 비한인이었던 휴스턴 미술관의 아시아미술 큐레이터 크리스틴 스타크만(Christine Starkman)이었다. 그는 2009년 라크마의 린 젤레반스키, 한국의 김선정과 함께 ‘당신의 밝은 미래: 한국현대미술 12인전’을 기획했던 이로, 혼자 고군분투하여 휴스턴 미술관 내 한국미술실을 오픈하고 한국미술을 소개하는 일에 앞장서 왔다.
스타크만은 “2002년 한국 국제교류재단의 해외박물관 한국미술 큐레이터 초청 프로그램을 통해 처음 한국미술에 눈을 뜨게 됐다”고 말하고 “이후 라이스 대학에서 2년간 한국어를 공부하면서 국립중앙박물관의 문을 계속 두드려 한국미술에 접근했다”고 밝혔다.
“큐레이터가 한국인이 아니고 휴스턴이 대도시도 아니라 국립박물관을 설득하는데 많은 노력이 필요했으나 한국미술에 대한 열정과 의지로 문을 여는데 성공했다”고 설명한 그는 “2007년 열린 한국미술실 개관전에는 신라 금관 등 국보 2점을 포함한 전통 미술품들이 전시됐고, 부시 대통령도 와서 축하해 주었다”고 자랑했다.
이후 현대 한국화의 대가 서세옥 전시(Where Clouds Disperse, 2008)를 성공적으로 열었고, 많은 현대작가의 작품을 계속 구입함으로써 지금은 미국 뮤지엄 중에서 가장 많은 한국 현대미술품을 소장한 미술관이 됐다. 전통미술품은 도자기 5점밖에 없지만 현대미술이 50여점으로 백남준, 조덕현, 이불, 서도호, 최정화, 양혜규, 김홍석, 김범, 박주연 등 세계적인 작가들의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 한국작가들과 아주 친하다는 스타크만은 그동안 한국을 방문한 횟수만도 35회에 이른다며 “아직도 할 일이 많고 이제 초기단계에 불과하다”고 겸손해 했다.
아시아 미술관 한국중국미술 김현정 큐레이터는 이곳 라크마에서 2009년 한국미술실 재개관을 총지휘했던 큐레이터로, 2010년 샌프란시스코로 옮겨간 후 더 활약하며 지난 5년간 3개의 주요 전시를 성공적으로 마쳤다.
‘흙으로 시를 빚다 분청사기 특별전’(2011), ‘조선 왕실, 잔치를 열다’(2013), 샌프란시스코 공항에서의 ‘한국 현대도예전’(2014~15)이가 그것으로, 김 큐레이터는 “3개 전시 모두 다른 방식으로 접근했는데 도전도 있었고 레슨도 얻었다”면서 “이제는 미국 내 한국미술 전시방식이 21세기 글로벌 오디언스에게 다가가기 위해 변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분청사기전은 한국의 현대도자 작품을 함께 제시함으로써 분청에 대한 관람객들의 이해를 도왔고, 조선 왕실전은 국립중앙박물관과 고궁박물관 등 11개 기관에서 대여한 115점을 전시하면서 이북과 태블릿 등 테크놀러지를 많이 사용해 관람객들이 흥미롭게 살펴볼 수 있도록 했다”고 소개한 그는 공항에서 열린 현대도예전의 경우 “공항이라는 거대한 공간을 지나가는 불특정 다수의 시선을 붙들기 위해 굉장히 다른 쇼를 기획해야 했다”며 9개월 동안 300만명이 관람했고 큰 호응이 있었다고 전했다.
내년 4월 아시아미술관의 50주년 기념전으로 나전칠기전을 라크마, 메트폴리탄과 함께 기획하고 있다는 그는 “나전칠기가 공예가 아닌 예술품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전시”라고 말했다.
필라델피아 미술관의 우현수 한국미술 큐레이터는 지난해 라크마, 휴스턴 미술관, 국립박물관과 함께 기획한 ‘조선미술대전’에서 가장 중요한 산파역할을 했던 큐레이터다.
“필라델피아에서는 처음 개최한 주요 한국 전통미술전이라 크게 긴장했는데, 20만명이 방문했고 굉장히 성공적이었던 전시”라고 자랑한 우 큐레이터는 전시공간을 꾸미기 위해 한옥의 사랑방을 지은 이야기, 한지로 벽을 붙이고 커피로 염색한 장판지를 바른 이야기, 영어 이름을 한글로 써주는 한글 스테이션을 설치했더니 너무 인기가 좋아 줄이 길게 늘어서곤 했다는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특히 가로 8미터 세로 12미터가 넘는 국보 301호 ‘화엄사 괘불’의 이동과 전시과정을 동영상으로 보여주었는데 참으로 대단하고 엄청난 작업이었다.
‘조선미술대전’은 필라델피아와 휴스턴 미술관이 라크마보다 전시 디스플레이가 훨씬 좋다는 느낌이었다. 라크마에서는 한국미술실에 전시하느라 제한된 느낌이 있었는데, 휴스턴과 필라 미술관은 넓은 주요 전시장을 사용했으며 전시물도 일부 다르고, 특히 대형 불화는 라크마에만 오지 않았던 것을 이번에 알게 됐다.
라크마의 버지니아 문 한국중국미술 큐레이터는 지난 10년간 미국에서 한국 관련 주요 전시가 크게 증가하고 주목받기 시작했음을 지적하고 “최근에는 단색화로 국제 경매시장에서 한국 미술의 위상이 크게 올라갔으며 강의, 연구, 전시, 소장이 늘고 있다”며 라크마도 현대의 10년 후원으로 한국미술 프로젝트가 탄력을 받고 있다고 소개했다.
라크마의 한국중국미술부는 앞으로 10년간 3개의 주요 전시를 개최할 예정인데 2018년 한국서예전, 2022년 현대미술전, 2024년 20세기 한국미술전이 그것으로, 모두 한국미술의 과거와 현재를 심층으로 조명하는 이정표적 전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뮤지엄의 한국미술 주요 전시 일지
▲1957~58년 한국정부 기획으로 뉴욕 메트로폴리탄 뮤지엄에서 열린‘명작 한국미술전’이 최초의 기록이다. 국립중앙박물관이 대여한 187점의 전통미술품을 가지고 미국 내 8개 뮤지엄을 순회했는데 전후 피폐한 한국의 상황에서 이런 전시를 기획했다는 것이 놀랍다.
▲1958년 뉴욕 월드 하우스 갤러리에서 열린‘한국 현대회화전’은 한국현대미술을 국제무대에 소개한 최초의 전시로, 김기창·김환기·박수근·이중섭 등 35명의 작품 62점이 소개됐다.
▲1979~81년 메트로폴리탄 뮤지엄의‘한국미술 5,000년전’에는 국립중앙박물관 대여한 국보 포함 354점이 전시됐고, 8개 뮤지엄을 순회했다.
▲1998년 시카고 현대사진미술관‘한국 이 시대의 영상과 매체전’
▲2009년 라크마와 휴스턴 미술관‘당신의 밝은 미래: 한국현대미술 12인전’
▲메트로폴리탄 뮤지엄‘한국예술의 르네상스, 1400~1600’
▲2010년 샌타바바라 미술관 한국현대사진전
▲UCLA 파울러 뮤지엄 한국현대도예 5인전
▲2011년 아시아미술관‘한국 분청사기전’
▲2013년 아시아미술관‘조선 왕실, 잔치를 열다’
▲메트로폴리탄‘황금의 나라, 신라’
▲2014년 필라델피아/라크마/휴스턴 미술관 ‘조선미술대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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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숙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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