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프랑스 파리에서 발생한 최악의 테러사건으로 전 세계가 경악하고 있다. 민간인을 대상으로 한 무차별적인 공격이었다는 점에서 충격이 엄청났고 비슷한 테러행위가 언제, 어디서라도 일어날 수 있다는 점에서 지구촌에 더 이상 안전지대는 없다는 위기감을 피부로 느끼게 해 준 사건이었다.
더구나 이번 사건의 경우 테러범들이 직접적인 타깃 중 하나가 바로 스포츠 경기장이었다는 사실로 인해 스포츠계에 미치는 영향도 직접적이다. 최소한 3명의 테러범들은 이날 프랑스와 독일의 A매치 축구경기가 펼쳐진 프랑스 파리 생드니의 스타 드 프랑스 스테디엄에서 자폭테러를 시도했다. 입구에서 몸수색을 당하는 과정에서 적발돼 이들의 경기장내 입장이 불발됐기에 망정이지 하마터면 엄청난 참사로 이어질 뻔 했다. 이들이 구장 밖에서 자폭할 때 발생한 두 차례의 폭음은 TV 중계 오디오를 통해 고스란히 전 세계로 퍼져나갔다.
국제적 스포츠 무대에서 발생한 첫 테러 공격은 지난 1972년 뮌헨올림픽에서 나왔다. 당시 ‘검은 9월단’(Black September)이라는 이름의 팔레스타인 테러단은 올림픽 선수촌에 난입, 이스라엘 선수단을 인질로 잡고 경찰과 16시간 동안 대치하는 인질극을 펼쳤고 이 과정에서 이스라엘 선수와 임원 11명이 목숨을 잃었다. 이 과정은 TV화면을 통해 고스란히 생중계됐고 전 세계는 처음으로 테러리즘의 두려움을 생생하게 체험했다.
그 이후 스포츠 이벤트에 대한 테러 위협은 꾸준하게 이어져왔다. 사실 대형 스포츠 이벤트는 수많은 사람들이 한 자리에 모이고 언론들의 집중 조명을 받기에 테러리스트들의 타깃이 되기에 좋은 조건을 갖고 있다. 당장 이번 사건이후 17일에 예정됐던 벨기에 대 스페인, 독일 대 네덜란드의 축구 평가전이 테러 위협으로 인해 취소됐다.
이번 테러를 주도한 소위 ‘이슬람국가’(IS)의 본질상 특히 유럽축구는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이들이 주도하는 테러 위협에 직접 노출될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IS는 근본적으로 다양한 문화와 종교가 함께 어울려 공존하는 다문화사회에 대한 반감이 크고 특히 무슬림과 비 무슬림간의 교류에 대해 극단적인 혐오감을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전 LA 타임스와 뉴욕 타임스 발행인인 안드레스 마티네스는 “IS가 무슬림들과 비 무슬림들이 어울리며 행복하게 지내는 소위 ‘회색지역’(gray zones)을 절대 용인할 수 없다고 말해왔는데 유럽 축구가 바로 그런 ‘회색지역’을 제공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즉 무슬림 선수와 비 무슬림 선수가 동료로 함께 뛰고, 또 무슬림과 비 무슬림 팬들이 한데 어울려 같은 팀을 응원하며 한 마음이 되는 최고의 무대가 유럽 축구인데 이것을 IS가 가장 증오한다는 것이다.
당장 이번 테러 사건의 타깃이 된 프랑스와 독일 대표팀에도 무슬림 선수들이 다수 있다. 과거 아트 사커 사령관으로 불렸던 지네딘 지단도 알제리계 프랑스인으로 무슬림이고 현 프랑스 대표팀에선 프랑크 리베리와 카림 벤제마, 독일 대표팀에선 메수트 오질 등이 무슬림이다. 유럽의 거의 모든 유명 클럽엔 무슬림 선수가 상당히 많다. 축구는 무슬림 커뮤니티에서 가장 인기 있는 스포츠이고 특히 중동 무슬림 국가에서 유럽 축구에 대한 인기도는 하늘을 찌르는 수준이다.
이런 상황에서 IS는 무슬림과 비 무슬림이 한 마음으로 뛰고, 한 마음으로 응원하는 최고의 무대를 제공하는 유럽 축구를 곱게 볼 수 없다는 이야기다. 모든 사람들이 이념과 종교를 초월해 한 마음으로 즐기고 경쟁하는 축구가 바로 테러리스트들의 타깃이 된 현실이 슬플 따름이다.
당장 이번 주말 스페인 마드리드에서는 레알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의 소위 ‘엘 클라시코’ 대결이 펼쳐진다. 매년 유럽 클럽축구 최고의 빅카드인 이번 경기를 앞두고 스페인은 초비상 사태에 돌입했다. 역대 최대 규모의 보안조치가 취해질 전망이다.
하지만 더 큰 위협은 내년 6월10일부터 7월10일까지 한 달간 프랑스에서 펼쳐지는 2016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2016)이다. 유럽 24개국이 출전하는 이 대회는 ‘미니 월드컵’으로 불리는, 세계 축구에서 월드컵 다음으로 큰 대형 이벤트다. 이 대회 개막전과 결승전은 바로 이번에 테러리스트들의 타깃이 됐던 생드니의 스타 드 프랑스에서 펼쳐진다. 대회가 무사히 열릴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앞설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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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우 스포츠부장·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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