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9회 4점 뽑아 일본에 4-3…결승 진출
▶ 내일 미-멕시코 승자와 패권 다툼
한국 야구가 투혼의 저력으로 일본야구의 심장인 도쿄돔에서 거짓말 같은 역전 드라마를 쓰며 또 하나의 ‘도쿄대첩’을 달성했다.
19일 일본 도쿄의 도쿄돔에서 펼쳐진 세계야구 랭킹 상위 12개국의 국가대항전 프리미어12 준결승 경기에서 세계랭킹 8위 한국은 0-3으로 끌려가던 9회초 마지막 공격에서 이대호의 2타점 역전 결승타 등으로 4점을 뽑는 대역전 드라마를 펼치며 1위인 ‘숙적’ 일본에 기적 같은 4-3 역전승을 거두고 결승에 진출했다.
한국은 20일 펼쳐지는 미국-멕시코 준결승 승자를 상대로 오는 21일 도쿄돔에서 대회 초대 챔피언 자리를 놓고 격돌한다. 반면 이번 대회 전승우승을 자신했던 일본은 대회 첫 패배와 함께 3-4위전으로 떨어져 안방에 차려놓은 잔치상을 놓치고 ‘뒷방’으로 밀려나는 쓰라림을 맛보고 말았다.
지난 8일 훗카이도 삿포로돔에서 벌어진 대회 개막전 겸 조별예선 B조 1차전에서 일본에 0-5로 완패했던 한국은 이날 통쾌한 역전승으로 설욕에 성공했다. 하지만 기적의 역전드라마가 나오기까지는 일본의 완승무드였고 그 중심에는 개막전에서 한국타선을 6이닝동안 삼진 10개를 곁들여 2안타 무실점으로 틀어막았던 일본의 최고투수 오타니 쇼헤이가 있었다.
이날 오타니는 다시 한 번 그가 왜 일본이 자랑하는 ‘괴물투수’인지를 완벽하게 보여줬다. 김현수-이대호-박병호 등 장래 메이저리거들이 클린업 트리오로 배치된 한국타선을 마치 불도저로 밀어붙이듯 완벽하게 압도했다. 시속 160km(99마일)의 강속구와 90마일대의 포크볼까지 던진 오타니를 상대로 한국타자들은 그야말로 속수무책이었다.
오타니는 2회 선두타자 이대호를 몸 맞는 볼로 내보낸 것을 제외하곤 6회까지 사실상 퍼펙트 피칭을 했다. 이대호도 1사후 민병헌의 병살타구로 아웃돼 6회까지 단 18명만 상대했다. 7회 선두타자 정근우가 좌전안타를 때려 노히터의 악몽에선 벗어나는데 성공했으나 후속타가 터지지 않아 득점은커녕 2루도 밟지 못했다.
7회까지 투구수 85개를 기록한 오타니는 삼진을 11개나 쓸어담았다. 한편 이날 한국선발로 나선 이대은도 3회까지 일본 타선을 무실점으로 막으며 호투했으나 4회 무너지고 말았다. 선두타자를 포볼로 내보낸 뒤 1사 후 연속 좌전안타를 맞고 선제점을 내줬고 다음 타자의 까다로운 숏 땅볼 타구를 유격수 김재호가 잘 잡은 뒤 2루에 악송구를 하는 바람에 두 번째 득점을 헌납했다.
이어진 1사 1, 3루에서 구원등판한 차우찬이 우월 희생플라이를 내주면서 스코어는 0-3으로 벌어졌다.
하지만 이후 한국의 불펜은 나머지 6이닝동안 일본 타선에 추가실점을 허용하지 않았고 이것이 결과적으로 대역전 드라마의 디딤돌이 됐다. 타선은 여전히 오타니에 완벽히 막혔으나 한국은 끝까지 3점차의 추격 사정권을 유지해 일본을 압박했다.
그리고 일본의 고쿠보 히로키 감독은 선발 오타니가 7회까지 85개밖에 던지지 않았음에도 8회 그를 내리고 구원투수 노리모토 다카히로를 올려 굳히기에 들어갔고 노리모토는 단 7개의 공으로 8회도 삼자범퇴로 막아내 일본의 승리는 거의 굳어진 듯 보였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때이른 불펜가동은 패착이 되고 말았다.
이번 대회 일본을 상대로 첫 17이닝동안 단 3안타로 영봉 당하던 한국 타선은 9회에 마침내 터졌다. 대타 오재원과 손아섭이 연속 안타를 때려 무사 1, 2루 찬스를 잡은 한국은 이어 정근우가 3루 베이스를 타고 좌익선상으로 빠지는 2루타를 터뜨려 한 점을 만회하며 본격적인 역전 드라마를 쓰기 시작했다.
이어진 무사 2, 3루에서 이용규가 몸 맞는 볼로 출루, 무사 만루의 기회를 만들어내자 김현수가 3번째 투수인 마쓰이 유키로부터 밀어내기 포볼을 골라내 또 한 점을 따라가 2-3으로 턱밑까지 추격하며 만루 찬스를 이어갔다. 다급해진 고쿠보 감독은 다시 마쓰이 히로토시를 마운드에 올렸지만 상대는 일본시리즈 MVP 이대호였다.
이대호는 마쓰이의 4구 포크볼을 완벽하게 끌어당겨 레프트에 떨어지는 천금의 2타점 적시타를 뿜어내 4-3으로 전세를 뒤집었다. 4만 일본관중으로 들어찬 도쿄돔은 순식간에 침묵과 탄식이 감돌았고 오직 소수의 한국팬들과 한국선수들의 환호성만이 들렸다.
한국은 계속된 찬스에서 다시 1사 만루 찬스를 만들었으나 2사 후 오재원의 홈런성 타구가 센터펜스 바로 앞에서 일본 센터필더의 호수비에 걸려 추가점을 얻지 못하고 마지막 이닝에 들어갔다.
하지만 문제는 없었다. 한국은 9회말 정대현과 이현승을 마운드에 올려 일본의 공격을 실점없이 막아내고 한일전 역사에 길이 남을 또 하나의 ‘도쿄대첩’을 완성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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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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