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이라크와 시리아에 걸쳐 방대한 영토를 장악하고 있는 ‘회교 국가’(Islamic State)의 창시자는 한 때 요르단의 좀도둑이었던 자르카위이다. 도둑질을 하다 회교 극렬주의에 빠져든 그는 90년대 말 아프가니스탄에 가 전투 경험을 쌓았다.
그러다 미국이 9.11 테러에 대한 보복으로 아프간을 침공하자 이라크로 도주해 ‘이라크 알 카에다’ 지부(AQI)를 수립했다. 그가 2006년 미군에 의해 사살되자 그의 후계자 오마르 알 바그다디가 AQI와 유사 단체를 통합해 ‘이라크 회교 국가’(ISI)를 세웠고 2010년 오마르마저 미군에 의해 사살되자 그의 후계자 아부 바크르 알 바그다디가 이를 물려받았다.
이 두 번째 바그다디는 시리아가 2011년 ‘아랍의 봄’ 민중 봉기로 무정부 상태에 빠지자 재빨리 시리아로 진격, 상당 부분을 장악하며 같은 해 오바마가 이라크 주둔 미군을 일방적으로 철군하자 역시 이라크 제3의 도시 모술을 점령하며 세력을 넓혔다. 그 와중에 ISI라는 이름은 ‘이라크와 시리아 회교 국가’(ISIS) 또는 ‘이라크와 중동 회교국가’(ISIL)로 바뀌었다 이제는 이를 줄여 그냥 IS로 쓰고 있다.
생긴 지 10년도 채 안 되는 IS는 집단 참수와 인종 청소, 이교도 소녀들의 성노예화와 인질극 등 인간이 저지를 수 있는 못된 짓은 모조리 저질렀다. 9.11 테러를 저지른 알 카에다마저 이들의 잔악성이 도를 넘었다며 연을 끊은 것을 보면 이들이 어느 정도 사악한 집단인지 짐작할 수 있다.
중동 일대를 무대로 인면수심의 행각을 벌이던 이들은 지난 ‘13일의 금요일’ 프랑스 파리 한 가운데 극장과 식당 등지에서 최악의 테러를 저질러 130여명이 죽고 350여 명이 부상당하는 비극이 벌어졌다. 이들이 프랑스를 겨냥한 것은 프랑스가 유럽 국가 중 IS 퇴치에 앞장섰을 뿐 아니라 유럽 국가 중 회교도가 가장 많아 회교도에 대한 반감을 불러일으키는데 효과적으로 판단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이번 테러를 저지른 범인 중 한 명은 시리아 난민으로 들어온 것으로 밝혀져 유럽 각국이 난민을 수용하는 것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알 카에다보다 더 잔인무도한 IS 탄생의 직접적 원인은 2003년의 이라크 침공이다. 2004년 자르카위가 AQI를 세운 것도 이라크에 주둔한 미군과 싸우기 위해서였고 ‘기독교 침략군에 저항해 싸우자’는 그의 주장에 변변한 일자리 없이 절망 속에 하루하루를 보내던 많은 중동 젊은이들이 호응했다.
이라크 침공이 IS의 태동을 도왔다면 IS가 지금처럼 세력을 팽창하게 된 것은 아들 부시의 미숙한 전후 처리와 오바마의 일방적인 이라크 철군, 그리고 시리아 내전 불개입 때문이다. IS는 권력이 진공상태에 빠진 이라크와 시리아 일대를 휘젓고 다니며 영국 크기의 영토를 장악한 최대 테러 조직으로 성장했다. 이들은 파리 테러에 이어 다음 목표로 미국의 수도 워싱턴 DC를 지목하고 있다. 이들의 지금까지 행적과 속성을 미뤄볼 때 이들이 존재하는 한 미국 내 대형 테러 발생은 시간문제라고 봐야 한다.
이들의 야만적인 포악성에 비해 이들의 전력은 대단하지 않다. 이들의 무장 병력은 3만 정도며 그 동안 미국 등의 공습으로 1만 명이 사망한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들은 부족한 병력을 채우기 위해 점령지 남성들을 무자비하게 강제 징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두 차례에 걸친 이라크 전을 통해 100만이 넘는 이라크 군을 제압한 경험이 있다. 문제는 의지다. 이들을 소탕하기 위해서는 폭격만으로는 안 되고 지상군 투입이 불가피한데 회교 극렬주의로 무장한 이들은 쉽게 항복하지 않을 것이며 따라서 필연적으로 사상자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오랜 전쟁에 지친 미국민도, ‘이라크 철수’를 공약으로 내걸고 이를 이미 완수한 오바마도 중동에 다시 미군을 투입하는 것은 원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이들을 방치하면 제2, 제3의 파리가 발생하는 것은 필연이다. 과연 미국과 서방 각국은 이들의 무도한 행각이 계속되는 것을 지켜볼 것인가, 아니면 아예 이들의 뿌리를 뽑을 것인가. 지도자들의 결단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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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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