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하다고 교만하지 말고 불리하다고 비굴하지 말라. 무엇을 들었다고 쉽게 행동하지 말고 그것이 사실인지 깊이 생각하여 이치에 맞을 때 행동하라. 불필요한 말을 삼가해 임금처럼 말하며 눈처럼 냉철하고 불처럼 뜨거워라. 스스로에겐 태산 같은 자부심을 갖되 타인에겐 누운 풀처럼 자신을 낮춰라. 역경을 참아 이겨내는 인내를 갖추고 형편이 나이질 때 더욱 조심하라. 탐욕을 경계하고 터지는 분노를 잘 다스릴 줄 알라. 호랑이처럼 용맹하지만 사슴처럼 두려워할 줄도 알며 때때로 인생을 즐길 줄 아는 것이 무릇 지혜로운 이의 삶이다.
한국 출장 때 틈이 나면 찾는 산사 찻집에서 발견한 ‘지혜로운 이의 삶’이라는 글이 좋아 다듬어 여기에 옮겼다.
지식을 함축해 정의하기 어렵지만 교육이나 훈련을 통해 사회생활에 활용할 수 있는 정보나 기술을 습득하는 포괄적 의미로 생각된다. 오늘날 보이지 않는 기술이 실물 자원보다 더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있어 지식은 우리 시대의 중요한 경쟁력이 되고 있음을 말해 준다.
따라서 사람들은 더 많은 지식을 습득하기 위해 경쟁적으로 소중한 시간과 돈을 투자하고 있으며 이를 전달하는 대학의 수는 헤아리기도 어려울 만큼 많다. 2013년 기준 미국은 4,500개의 대학에서 학사와 석사를 배출하고 있으며 한국은 400개의 대학이 설립돼 인구 1만명 당 대학생 수 650명으로 일본의 240명보다 월등히 높은 수준이다.
84%의 경이적인 대학 진학률은 학문의 질적 저하를 초래하고 인력 수급의 불균형으로 당사자의 장래나 국가 경제적 측면에서도 큰 손실이 아닐 수 없다. 대학을 졸업한 대부분 사람들이 전공과는 무관한 사회생활을 하고 있으며 자신이 전공했던 분야도 깊이 있게 이해하지 못하는 현실이기 때문이다. 이는 대학 진학을 필요한 지식을 습득하기 위한 목적보다 학교의 명성을 인생의 계급장 정도로 착각하고 있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된다.
현대그룹 정주영 회장, 경영의 신으로 추앙받고 있는 파나소닉 창업자 마스시타 고노스케, 자동차 왕 헨리 포드, 발명왕 에디슨. 이들은 모두 학교 교육을 많이 받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세상에 위대한 족적을 남긴 사람들이다.
최근 빌 게이츠를 제치고 세계 최고의 부자로 등극한 의류회사 ‘자라’ 설립자인 아만시오 아르데카 회장도 가난 때문에 중학교도 마치지 못했지만 사업으로 큰 성공을 거뒀다. 그들은 항상 사물의 본질을 이해하려고 애를 썼으며 세상의 이치를 깨닫기 위한 노력을 그치지 않았던 공통점이 있다.
고노스케 회장은 주위사람들 모두가 자신의 스승이라 생각하고 배웠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그들보다 더 다양한 지식을 습득할 수 있었다고 회고했으며, 정주영 회장은 모르면서 아는 척 하는 게 부끄러운 행동이지 모르는 것을 배우는 건 창피한 게 아니라고 했다. 이처럼 그들은 자신이 처한 환경에 지배를 받기보다는 상황을 역으로 활용하는 지혜를 통해서 성공했음을 알 수 있다.
지혜란 현실을 바로보고 미래를 대비하는 능력이다. 사람이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현실을 직시하기도 어렵지만 미래를 예측하는 건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지식은 사물의 각 차이를 아는 것이고 이는 논리적 교육을 통해서 얻을 수밖에 없다.
이렇게 습득한 논리로 어떤 현상을 설명할 순 있지만 그 해석이 맞는다는 증명을 스스로 하지 못하는 한계에 봉착한다. 따라서 지혜가 수반되지 않은 지식은 항상 위험을 내포하고 있음을 간과해선 안 된다. 지식이 자동차를 움직이는 엔진이라면 지혜는 방향을 잡아주는 핸들과 같은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사업으로 성공하려면 과거와 현재의 인과를 통해 보이지 않는 미래를 읽어야 한다. 경제 사이클도 겉으로 보면 일정한 규칙이나 패턴이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수많은 변수가 존재하고 그 변수가 흐름의 방향을 바꾼다.
기업의 성패는 경제라는 큰 틀보다 그 속에 존재하는 변수의 대처능력에 따라 결정되는 경우가 많다. 흐름은 지식을 통해 알 수 있지만 변수는 지혜로 읽을 수 있기 때문에 지식보다 지혜가 중요한 이유다.
따라서 지식을 구하는 궁극적 목표도 지혜를 얻기 위한 하나의 방편임을 잊어선 안 된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학위를 취득해도 지식의 총량에 비하면 그저 미미한 수준에 불과하며 어떤 지식으로도 지혜로운 사람을 이길 수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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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이언 김 터보에어 그룹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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