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코 루비오 대통령’과 ‘폴 라이언연방 하원의장’이 손잡은 2017년 1월 이후의 미국은 상상만으로도 이민사회를두렵게 한다. 친이민 입장을 가차 없이 던져버린 2인조가 아닌가. 루비오는 서류미비 청소년 추방유예 행정명령(DACA)을 즉각 폐지하겠다고 약속했고 라이언은 공화의원 다수가 동의하지 않으면 이민개혁안은 추진 불가라고 선언했다. 이들 집권기의 어젠다엔 ‘이민’은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다행히 아직은 2015년 11월이다. 그러나 이들이 공화당의 새 리더로 부상한것은 이미 현실이다. 44세 연방 상원의원 루비오는 2016년 대선의 공화후보 1순위로 떠올랐고 45세 라이언은 2주전신임 하원의장으로 취임했다.
그리고, 워싱턴포스트가 ‘공화당의 젊은 왕자들’로 표현한 두 명의 새 리더는이 같은 정치적 출세를 위해 비슷한 계산을 하며 같은 결단을 내렸다 : 포괄적이민개혁안 지지에서 반대로 돌아서는말 바꾸기로‘ 이민’에 등을 돌린 것이다.
지난 주 두 ‘왕자님’은 경쟁하듯 이민개혁안과 거리두기에 부심했다.
하원 내 티파티 강경파의 지지확보를 위해(혹은 압력에 굴복해) “오바마가 대통령으로 재임하는 중엔 이민개혁을 고려할 계획이 없다”고 공언한 라이언은강경파들에게 “공화의원 과반수의 동의없이는 이민법은 표결에 회부하지 않겠다”고 서면으로 약속했다.
이민법에 관한한 ‘아무 것도 안하는의회’ , 직무유기를 자처한 새 하원의장의빈약한 변명은 “대통령을 신뢰할 수 없기 때문”이었다. 오바마의 이민행정명령을 반대하는 것이 공화당 입장에서 당연한것이라면 왜 행정명령을 발동해야 했는가도 생각해야 한다. 상원에서 통과시킨 포괄적 이민개혁안을 하원에서 대안도 없이 무산시켰기 때문 아닌가.
당시 막후에서 공화당 강경파들에게개혁안 지지 설득에 앞장섰던 장본인이라이언이었다. “서류미비 이민자들에게노력하면 시민권을 취득할 수 있는 길을제공하고 그늘에서 나올 수 있게 해주어야 한다”고 역설했던 라이언이 이제 “그건 사면”이라고 윽박지르는 강경파의 위협에 무릎을 꿇은 것이다.
루비오는 한 발 더 나갔다. DACA 폐지를 약속했다. 대통령이 되면 의회의 이민개혁안 통과에 상관없이 서류미비 청소년에 대한 추방유예정책을 중단하겠다는 선언이다. 금년 봄만 해도 이 행정명령이 대단히 중요하다고 말했던 그였다. 그 4월에 유니비전과 스패니시로 인터뷰할 때는“아이들과 가족이 관련된 문제여서 즉각한 순간에 폐지될 수는 없다”고 강조했던그가 11월에 뉴햄프셔에서 영어로 연설할땐“ 미국의 영구적 정책이 될 수 없다”며즉각 폐지로 말을 바꾼 것이다.
하긴 루비오의 이민정책 말 바꾸기가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0년 “불법이민 사면 절대반대”를 외치는 티파티의황태자로 플로리다 주 연방 상원의원에당선되며 전국정계에 데뷔했고, 아메리칸 드림을 이룬 ‘이민의 아들’로 각광받으며 상원의‘ 초당적 8인방’의 젊은 스타로 포괄적 이민개혁안을 공동 작성했다가 극우보수진영에서 ‘배신자’로 공격당하자“ 실수”라며 지지 입장을 철회, 이민사회로 부터도 ‘ 배신’ 의심의 눈길을 받아왔다. 그래도 “국경강화와 국내단속완전실현 후 단계적 신분합법화”등으로애매한 입장을 취해왔는데 이번에 추방유예 폐지를 선언한 것이다.
추방유예 행정명령은 ‘이민의 아들’을 내세우는 대선후보가 정치적 필요에 따라 이랬다저랬다 해서는 안 되는 사안이다. 그저 하나의 정책이 아니다. 절망과공포의 그늘에서 숨죽이다가 이제 겨우양지로 나온 80만명, ‘우리 아이들’의 삶을 지켜주고 있는 보호막이다. 루비오의 이번 변신이 이민사회에게 쉽게 용납되지도, 용서하기도 힘든 이유다.
이민개혁의 기수에서 반대자로 등 돌린 그들에게 한 이민운동가가 말했다 : “우리가 본선에서 당신편이 될 것으로기대하지 말라. 지금 당신이 우리의 표를 얻지 못 한다면 그때도 못 얻을 것이다…우리가 결코 잊지 않는다는 것을 믿기 바란다” 비겁한 말 바꾸기는 공화당의 ‘21세기 리더’를 자처하는 루비오와 라이언의장기적 정치생명에 현명한‘ 계산’이 되기는 힘들다는 경고다.
DACA에 이어 다시 500만명 서류미비자의 추방을 막아주기 위해 1년전 발동했던 오바마 대통령의 두 번째 이민행정명령은 이제 연방대법원에 서게 되었다.
이번 주 연방항소법원이, 행정명령에 대한 위헌소송을 할 동안 그 시행을 잠정중단하라는 텍사스 연방지법의 판결을유지하도록 결정하자 오바마 행정부가즉각 상고를 밝힌 것이다.
예상했던 결과라 이민운동권에서도새삼 실망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내년 6월에 대법 판결이 나오면 대선의 핫이슈가 될 것을 환영하는 분위기다.
‘이민’이 이민사회의 유일한 이슈는물론 아니다. 그러나 서로 다른 이해관계를 넘어 이민표밭을 하나로 묶을 수 있는 매우 강력한 이슈다. 내 가족과 내 친지와 내 친구의 삶이 걸린 절박한 사안이기 때문이다.
라이언과 루비오의 변신은 ‘이민’에대한 공화당 정치인들의 어려움을 반영하기는 한다. 본선에서 소수표밭에 어필할 정책은 경선의 보수표밭에선 역풍을부를 수 있어서다.
루비오처럼 자신이 작성한 법안에 등돌리고 도망쳐야 하는 것이 공화당 이민정책의 현주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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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록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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