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엘리시안팍
▶ 1886년에 세워진 공원 올림픽 사격 경기장 사용
휴식은 누구에게나 항상 필요하다. 이런 섭리를 무시할 때 몸과 마음은지치고 병이 찾아 든다. 며칠 간의 긴휴가와 머리를 식히는 짧은 안식, 그리고 멀리 떠나는 여행과 가까운 곳을 수시로 찾는 나들이 모두가 삶에필요한 것도 그 때문이다.
엘리시안팍(Elysian park)은 로스앤젤레스의 대표적인 공원의 하나이지만 한인들이 자주 찾는 곳은 아니다. 그리피스팍과 비교하면 더욱 그렇다. 두 공원의 특성과 로케이션의 차이가 빚어내는 결과다.
그리피스팍은 언제나 눈에 띈다. 한인타운에서 버몬트와 웨스턴 길을 따라 북쪽을 향하면 시선에서 피할래야 피할 수가 없는 게 그리피스팍의산등성이와 천문대다. 또 남가주를 찾는 관광객들이 연중 내내 거의 빠짐없이 그리피스팍을 방문한다.
그리피스팍이 인파로 붐비는 화려한 관광지라면 엘리시안팍은 정반대의 이미지를 갖고 있다. 위치부터가다르다. 그리피스팍의 우뚝 솟은 봉우리가 어디서나 쉽게 보인다면 엘리시안팍은 계곡 사이로 꽁꽁 숨어 있다.
로스앤젤레스 강이 지척에 흐르고 도심 한복판에 자리잡고 있지만 애써찾지 않으면 만날 수가 없다.
하지만 그래서 조용하고 더 편안하고‘엔젤리노’의 진정한 쉼터가 됐다.
그렇다고 엘리시안팍이 흔한 공원의 하나는 결코 아니다. 엘리시안팍이 로스앤젤레스에서 가장 오래 된공원이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공원은 1886년에 세워져 사격 연습장으로 쓰였다. 그런 연유로 지난1932년 거행된 로스앤젤레스 올림픽에서는 사격 경기장으로 사용되기도 했다. 또 엘리시안팍은 로스앤젤레스에서 두 번째로 큰 규모를 갖고있다. 총 면적이 600에이커(약 2.4㎢)에 달해 그리피스팍의 바로 뒤를잇는다.
이곳에는 로스앤젤레스 도시가 탄생하기 훨씬 이전의 흔적이 남아 있다. 캘리포니아 주 유적지로 등록된‘포톨라 트레일 캠프사이트’가 그것이다. 스페인이 캘리포니아를 식민지땅으로 확대시킬 무렵인 1769년 8월2일 돈 가스파 드 포톨라가 지휘하는군대가 멕시코에서 북진하다 이곳에서 63명의 병사와 짐을 실은 당나귀100마리가 캠프를 차렸다. 현재도 역사를 기록한 비석이 나무 밑 캠프 사이트에 세워져 있다. 정찰대는 엘리시안팍 자리에 머물다 윌셔 블루버드를따라 지금의 산타모니카 해안으로 나가 몬트레이까지 탐사를 이어갔다. 최초의 공원이 건설되고 사격장이 들어선 것도 우연이 아닌 셈이다.
엘리시안팍은‘엔젤리노’들이 열광하는 로스앤젤레스 다저스 프로 야구팀의 경기장을 품고 있다. 이와 함께 남가주 곳곳에서 활동하는 경찰관을 양성하는 로스앤젤레스 경찰국(LAPD)의 폴리스 아카데미 또한 이곳에 위치해 있다. 이래저래 엘리시안팍은 남가주 주민과 뗄 수 없는 끈끈한 관계를 맺고 있는 것이다.
다저스 스테디엄은 1962년 4월 문을 열었다. 보스턴 구장(1912년)과 시카고(1914년)에 이어 메이저리그에서현재 사용하는 야구장 중에서 세 번째로 오랜 역사를 지니고 있다. 또 객석 규모를 기준으로 메이저리그에서가장 큰 경기장이기도 하다. 2003년과 2005년 대대적인 보수 공사를 거쳐 오늘날의 모습을 갖췄다. LED 초대형 전광판을 설치하고 베이스라인섹션에는 테이블까지 갖춘 박스석을만들었다.
LAPD 폴리스아카데미는 엘리시안팍 대지 가운데 21에이커를 차지하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집중적이고강도 높은 훈련과 교육을 실시하는경찰관 훈련소로 유명하다. 스패니시스타일로 지은 건물들이 늘어 서 있고 강의실, 체육관, 운동장, 장애물 코스, 사격장, 숙소와 사무실 등이 들어서 있다. 이곳의 사격장은 올림픽 경기에서 권총 사격 경기장으로 사용됐다.
체계적인 경찰관 육성의 필요성을절실하게 느낀 LAPD가 1924년 엘리시안팍에 사격장을 마련한 게 시작이었다. 1900년대 초만 해도 최소한의 자격만 갖추면 경찰 뱃지를 달 수있었고 각종 부작용이 만연했기 때문이다. 1936년 이곳에서 첫 번 째졸업생을 배출한 이래 이제는 현대식 설비를 갖춘 폴리스 아카데미에서 경찰관은 물론 가족까지 테니스,수영, 사우나, 체육관과 피트니스 운동을 즐기고 있다.
엘리시안팍은 크게 두 군데로 나눌 수 있다. 스테디엄 웨이(StadiumWay)와 아카데미 로드(AcademyRoad)가 기준이다. 5번 프리웨이에서이어지는 스테디엄 웨이를 따라가면오른 편으로 공원이 나온다. 주민들이 가장 많이 찾는 곳이다. 잔디밭이여러 군데 있어 피크닉에 적격이다.
언덕 위로 올라가면 로스앤젤레스 다운타운의 스카이라인과 도시 정경이한눈에 들어오는 장관을 구경할 수있다.
보다 한적한 곳을 원한다면 다저스 구장 앞에서 좌회전 한다. 아카데미 로드를 따라 가다 폴리스 아카데미를 지나자마자 솔라노 캐년 드라이브(Solano Canyon Drive)에서 좌회전한다. 사거리 신호등에는 팍 드라이브(Park Dr.)라는 사인판이 걸려 있다.
테니스장을 지나쳐 어디든 자동차를 세우고 내리면 된다. 쭉쭉 뻗은 전나무가 늘어서 있어 마치 북가주의숲속에 온 듯한 느낌이 들 정도다. 간단한 식사를 챙겨 가도 훌륭한 소풍을 즐길 수 있다. 바비큐도 가능하다.
토요일에 가도 거짓말처럼 오붓한시간을 만끽할 수 있다. 가족이나 개를 끌고 산책하는 주민들이 거의 전부다. 아주 가까운 곳에서 아무 때나깊은 안식에 빠질 수 있는 곳이 엘리시안팍이다.
글= <유정원 객원기자>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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