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일도 무시하지 않고 최선을 다해야한다. 작은 일에도 최선을 다하면 정성스럽게 된다. 정성스럽게 되면 겉에 배어 나오고 겉에 배어 나오면 밖으로 드러난다. 밖으로 드러나면 이 내 밝아지고 밝아지면 남을 감동시키고 남을 감동시키면 변하게 되고, 변하면 생육된다. 그러니 오직 세상에서 지극히 정성을 다하는 사람만이 나와 세상을 변하게 할 수 있는 것이다”
몇주 전 유럽행 에어 프랑스 기내에서 관람한 영화 ‘역린’에서 중용 23장을 현대적으로 해석 한 정조의 대사가 좋아 여기에 옮겼다. 겉치레는 난무하지만 사람과의 관계에서 작은 정성을 찾아보기 어려운 시대에 의미 있는 내용이라 생각됐기 때문이다.
결과로 모든 걸 평가하는 산업사회는 사람들을 극도의 경쟁으로 내몰아 어제의 방식으론 오늘의 속도를 따라가기 벅찬 세상이 됐다. 통신 수단의 발달로 사람들과 연결의 폭은 넓어졌지만 정작 중요한 깊이는 부족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자신의 이익을 최우선 가치로 삼는 경향도 이 시대 특징 중 하나다. 기업은 성장의 기여도로 고객을 분류하고 대우를 달리하는 걸 당연한 활동으로 인식하고 있으며 수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 고객은 퇴출도 불사한다.
주주들로부터 매년 신임을 받아야 하는 경영진의 입장에서 수익 창출은 최우선 목표가 될 수밖에 없음은 부인하기 어려운 현실이지만 이러한 경영 기법은 단기적 성과를 거둘 순 있어도 장기적 관점에서 본다면 바른 전략이라고 할 수 없다.
기업은 영리 추구를 우선 가치로 삼지만 사업의 동기는 사람들을 편리하게 하는데서 시작된다. 마차를 몰고 다니는 사람들의 불편을 덜어주기 위해 시작한 사업이 오늘날 포드 자동차 회사가 됐으며 크고 무거운 워크맨의 불편을 없애기 위해 개발된 제품이 애플사가 만든 아이팟이다. 이처럼 사람을 배려하는 작은 정성으로 시작해 거대한 자동차 왕국으로 성장하고 시들어가던 애플을 세계 최고의 회사로 재탄생시킨 위대한 힘을 발휘한 것이다.
추운 겨울밤 호텔을 찾은 노신사에게 종업원이 자신의 방을 내준 인연으로 호텔왕이 된 사람도 있고 쌀가게 점원이지만 작은 일에도 최선을 다하는 성실성이 기반이 돼 오늘날 세계적 기업인 현대그룹이 됐음은 잘 알려진 이야기다. 이처럼 사람과의 관계에서 보여준 작은 정성을 인연으로 큰 기업을 일군 경우는 주변에서 흔히 찾을 수 있으며 이는 동서양이 다르지 않다. 반면 사소한 일을 등한시하여 큰 일을 그르치는 경우도 의외로 많다는 사실이다. 트레블러스 보험사 조사관인 하인리히는 그가 분석한 5만건의 사고 원인은 예외 없이 여러 건의 작은 일들을 무시한 결과였다고 발표했다. 이는 사람이 길을 걷다 산에 걸려 넘어지는 게 아니라 작은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는 것과 같은 이치임을 알려주는 통계라고 생각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많은 사람들이 눈앞의 이익만 따져 크고 대범한 일에는 관심과 열정을 쏟지만 미래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일임에도 작은 역할이나 소소한 일이라고 소홀히 하는 경우를 자주 보게 돼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내가 너에게 소중한 비밀을 하나 가르쳐줄게. 지금의 너를 탄생시킨 것은 바로 너의 지난 모든 과거란다” 생택쥐베리의 ‘사막의 도시’ 중에 나온 내용이다. 개인이나 기업이 위치한 오늘의 상황은 과거로부터 매순간 기록된 작은 행적으로 이어진 결과이며 지금 실행하는 작은 일들이 쌓여 자신의 미래가 된다는 사실을 일깨워 주는 글이다. 처음부터 큰 인물로 태어난 사람은 없었으며 대기업도 존재하지 않았다. 사소한 일에도 정성을 다하는 사람이 큰 인물이 되고 고객의 편의를 위해 더 노력하는 회사가 대기업으로 성장한다는 사실을 잊어선 안 된다.
아들과 똑같은 재료로 만든 아버지의 짚신이 높은 값에도 잘 팔린 노하우는 신는 사람이 불편하지 않도록 털을 다듬는 정성이었다. 세월이 흘러 시대가 아무리 바뀌어도 작은 정성에 감사하는 사람의 마음은 결코 변하지 않는다.
한국인에겐 ‘정’이라는 특별한 정서가 있다. 미운 감정도 정이라는 애틋함을 더하면 미운정이란 긍정적 감정으로 바뀌고 그 애틋함에 간절한 염원을 더하는 게 정성이다.
지금은 눈에 보이는 상품과 서비스만 가지고 경쟁하는 시대가 아니다. 평준화된 기술과 정보로 각사가 제공하는 서비스나 품질의 우열을 가리기 어려운 환경이 됐기 때문이다. 미국 시장에서 성공하고 싶다면 자사의 상품과 서비스에 보이지 않는 정성으로 차별화해야 한다. 정성을 들이면 하늘도 감동시킬 수 있다는 경험적 속담은 지금도 유효하기 때문이다.
처음부터 시작된 강은 없다. 실개천이 모여 냇물이 되고 냇물이 흘러 강을 이룬다. 고객 한 사람 한 사람은 강물의 근간인 실개천과 다름없다. 실개천이 마르지 않도록 정성을 드려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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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이언 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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