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의 제목이 ‘Central Park’이다. 뉴욕 맨해튼에 있는 센트럴 파크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한국의 박근혜 대통령 이야기다. 한국과 일본, 중국. 동아시아 3개국 정상회담 중재자로서의 박근혜 외교를 다루면서 이코노미스트지는 이런 제목을 단 것이다.
“지난 3년 동안 주요 이슈가 발생할 때마다 한국은 중국과 한 편이 돼 일본과, 심지어는 미국과도 대립해 왔다. 그 한국이 마침내 일본과의 화해에 한 걸음을 내딛었다.” 동아시아 3국 정상회담을 앞두고 이코노미스트지가 내린 총평이다.
‘마침내’란 말에 방점이 찍혀 있는 것 같다. 미국의 충고를 번번이 무시했다. 그 절정은 천안문 광장에서 열린 중국의 전승절 열병식 참석이다. 그 행보에 국내에서도 비판이 잇달았다.
그 박대통령이 오바마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후 아베 일본총리를 만나기로 한 것이다. 뒤 늦게나마. 그에 따른 안도감이 ‘마침내…’로 표현된 것이 아닐까.
“이로써 동북아시아지역에서 미국의 한 가지 걱정은 완화됐다. 그러나 더 큰 우려는 여전히 남아 있다. 북한의 핵위협이다.” 계속되는 지적이다.
북한과 김정은에 대해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유일한 나라는 중국이다. 그 중국은 북한의 비핵화에, 더 나가 평화통일에 건설적 역할을 할 것이다. 박 대통령의 믿음으로, 그의 중국일변도 행보에 일면 어느 정도의 정당성을 부여하고 있다.
그 믿음은 그런데 착각이 아닌가 하는 것이 이코노미스트지의 비판이다.
북한 노동당 창건 70주년 열병식에 류윈산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상무위원이 참석했다. 그리고 기대와는 달리 북한의 4차 핵실험 우려는 점차 높아가고 있다. 무엇을 말하나. 북한에 중국은 영향력을 행사할 능력도, 또 의지도 없다는 것이다.
“중국에 경도된 박근혜 외교는 중국의 북한 식민지화에 도움이 될 수 있다.” 데일리 비스트지의 지적이다.
“중국과 가능한 한 조속한 시일 내에 한반도의 평화통일을 어떻게 이뤄갈 것인가에 대해 다양한 논의를 시작할 것이다.” 중국의 전승절 열병식에 참석하고 시진핑과 깊은 대화를 나누었다. 그리고 귀국길에 나선 박근혜 대통령이 전용기 안에서 한 발언이다. 시진핑으로부터 무슨 귀띔을 들었는지 한껏 들 뜬 것 같은 분위기에서.
워싱턴은 그때 한국이 스스로 중국의 위성국가가 되려고 하는 것은 아닌지 하는 우려를 하고 있었다는 것이 데일리 비스트지의 보도다.
이와 동시에 이 잡지가 던진 질문은 박 대통령의 기대대로 중국은 한반도 평화통일에 과연 긍정적 역할을 할 것인가 하는 것이다. 결론은 정반대다. 한반도 통일에 최대 방해 요소는 중국이고, 중국에의 지나친 기대는 중국의 북한식민지화에 오히려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거다“과거 중국은 한국의 통일을 두려워했다. 위협적인 친미체제가 국경을 맞대고 있게 된다는 점에서. 오늘날 그 정설은 바뀌었다. 통일한국은 미국과의 동맹에서 탈퇴해 중국과 동맹을 맺게 될 것이라는 방향으로.” 브록 유니버시티의 찰스 버튼의 말이다.
한국과 중국의 관계가 급속히 가까워지고 있다. 때문에 북한체제 붕괴 사태가 오면 한국과 중국은 공모해 북한지역에 군사정부를 세울 것이라는 관측마저 나돌고 있는 것이다.
많은 전문가들은 그동안 통일한국을 받아들이는 조건으로 주한미군이 현재의 비무장지대 남쪽에 주둔해 있을 것을 요구하는 정도로 생각했었다. 중국의 요구는 그보다 많아졌다는 것이다.
한국이 미국과의 동맹관계를 끊고 주한미군 철수 일정을 밝히라는 것이 예상되는 조건의 하나다. 브루스 벡톨 같은 전문가는 더 까다로운 요구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북한지역에서의 광산채굴권 등 각종 경제적 이권 유지에다가 866마일에 이르는 국경지역에 중국군만이 작전권을 행사하는 완충지대 설정 등을 요구할 것이라는 것.
이것이 의미하는 것은 다른 게 아니다. 그러니까, 병자호란 이후 중국이 한국에서 종주권을 행사하던 그런 상황을 맞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사실 중국의 한반도에 대한 집착은 강박증에 가깝다. 과거 청일전쟁은 말할 것도 없다. 장개석의 국민당 정부도 1945년 초 한강 이북을 점령하는 계획을 세웠었다. 오랜 내전 끝에 중화인민공화국이 건국됐다 그리고 1년도 채 못 된 시점에서 중국은 한국전쟁에 개입했다.
북한 체제 붕괴 시 어떤 형태든 중국의 북한 개입은 필연이라 진단이다. 그리고 박근혜 대통령이 시진핑과 어떤 협상을 했던 그 협상은 위기상황에서 결코 지켜지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거대한 중국은 국제법이나 협약을 무시하고 내키는 대로 행동을 한다는 경고다.
말하자면 박 대통령의 중국몽(中國夢)은 한낱 미몽(迷夢)일 수도 있다는 결론을 내리고 있는 것이다.
그 박대통령이 일본과 중국의 지도자들과 연쇄 정상회담을 나누었다. 무슨 속 깊은 대화를 나누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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