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보가 현재 연재중인 광복 70주년 연중대하 기획시리즈 “땀과 눈물의 대서사시-한인 디아스포라를 찾아서”의 캐나다 한인사회편을 취재하기 위해 몬트리올 한인사회를 취재하면서 1967년 몬트리올 세계박람회 당시에 건립된 한국관이 현재 관리가 제대로 안된 채 방치되어 있다는 사실을 접하게 되었다.(22일자 A10면)
몬트리올 한국관(Korean Pavilion)은 한국의 대표적인 건축가 김수근씨가 디자인한 대형 목조 한옥으로 세계 여러나라의 전시관은 다 철거되었지만 한국관은 예술적인 가치가 인정되어 주최측에서 영구보관을 결정한 유서깊은 건축물이다. 4,700스퀘어피트 공간에 현대적인 의미의 한옥을 외국에 세운 최초의 작품이라는 점에서 대내외적으로 큰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취재차 몬트리올 장 드라포 공원에 있는 한국관을 들렀을 때 외관은 공사장 가림막에 가려진 채 사람들의 출입이 금지돼 있었고 안은 텅텅 비어있는 데다 목조건물인데도 방부처리 등이 안 되어 목재가 썩어들고 있는 상태였다. 처마밑 곳곳에는 거미줄이 쳐져있어 안타까운 생각이 들었다. 과연 이곳이 1967년 박람회 당시 관람객들이 줄을 이었던 한국관이었는 지 의심이 갈 정도였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한때 관리문제로 한국관 철거계획을 세웠던 몬트리올 시정부가 ‘2017년 엑스포 개최 50주년’을 기념해 장 드라포 공원을 새롭게 단장하면서 현재 남아 있는 엑스포 건축물 가운데 한국관만 유일하게 복원하기로 결정한 사실이다. 몬트리올 한인회의 김광인 회장은 “현재 안창모 경기대 교수가 복원과 관련해 현지 답사를 실시했으며 설립 당시의 설계도 등을 찾아 복원공사계획을 세워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소유권이 있는 몬트리올 시정부는 복원을 해도 좋다는 결정을 내렸을 뿐 이에 필요한 재정의 마련에 대해서는 이렇다 할 언급이 없는 상태이다. 한국관 복원을 위해서 현재 30억원(300만 달러추산) 정도의 예산이 필요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몬트리올 한국관의 복원을 위해서는 과연 보수에 필요한 재원을 어떻게 조달하느냐가 최대의 관건이다. 그러나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한인사회와 한국정부의 관심이다. 현재 몬트리올 한인사회에서 조차도 대부분의 한인들이 몬트리올 한국관이 이렇게 방치되어 있다는 사실을 잘 모르고 있는 실정이다. 몬트리올 총영사관의 허진 총영사는 “오는 11월 몬트리올에서 건축분야의 전문가가 참여하는 세미나를 통해서 한국관 복원에 필요한 재정 및 세부계획을 마무리 지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국정부가 문화재 관리차원에서 몬트리올 한국관 복원에 관심을 갖고 있다는 사실은 고무적이지만 과연 그것이 현실로 이뤄질 수 있을 지는 미지수이다. 관계부처인 문화부, 재정기획부 등과 협의해서 적정 예산을 충당하기까지는 쉽지 않을 것으로 우려되기 때문이다.
일단 민관이 함께 참여하는 ‘한국관 복원위원회’(가칭)를 한국정부와 캐나다정부, 건축계, 한인사회가 공동으로 결성한 후 기금모금, 한국관 내부공사계획, 몬트리올 시정부와의 협조, 타 지역한인사회와의 연계, 복원후의 관리문제 등 제반 사항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현재로선 민간차원에서 한국관 복원을 위한 기금모금 캠페인을 먼저 펼친 후 한국정부의 예산투입은 물론 캐나다 정부와의 협조 등이 순차적으로 이뤄지는 것이 바람직하다.
몬트리올 한국관 복원사업은 미주한인사회에도 결코 ‘강건너 불’이 아니다. 저 멀리 떨어진 캐나다 몬트리올에 한국관이 방치되었다고 해서 우리와 무관한 일로 덮을 수 없기 때문이다. 한국정부의 지원도 중요하지만 정작 북미지역의 한인사회가 이 프로젝트를 통해 하나 됨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전 세계 한인 디아스포라의 가장 앞서가는 모델로 평가받는 북미지역 한인사회가 몬트리올 한국관 복원사업을 통해 한국문화의 우수성을 주류사회에 알릴 수 있는 좋은 기회이다.
몬트리올 한인회는 한국관이 복원되면 한국문화 전시관및 공연, 학술 세미나를 여는 공간, 교육의 장으로 활용하고 한인회도 입주한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우리의 소중한 문화유산인 몬트리올 한국관이 한국정부와 한인사회의 협조로 복원되기까지 가야할 길이 아직도 멀고 험난하지만 뜻을 정하고 마음을 합친다면 못할 것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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