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부 디스플레이 조잡 명화 한 점 없어 실망
▶ LA 참가 3개 한인 화랑 에바 인기 등 모두 선전
‘키아프 2015’는 기대했던 것만큼 흥분되는 미술시장은 아니었다.
말로만 듣던 키아프를 처음 관람한 느낌은 좀 ‘헐렁하고 썰렁하다’는 것. 작품의 수준이 좀 헐렁했고, 전시장 분위기는 많이 썰렁했다. 화랑 관계자들의 말도 하나같이 올해 관람객 수가 크게 줄었고 판매실적이 매우 저조했다고 했다.
하긴 글로벌 경기 침체가 시작된 이래 어느 아트페어에서든 호황이라는 소리는 나온 적이 없으니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아무리 그래도 행사 첫날 언론과 콜렉터들에게 먼저 선보이는 VIP 프리뷰가 지나치게 한산한 풍경은 놀라운 것이었다. 오프닝 이후에도 비슷한 수준을 보이다가 폐막 무렵인 주말 이틀만 반짝하는 모습을 보였다.
재미있는 작품들과 수준 높은 작품들도 많이 볼 수 있었으나 몇몇 갤러리 부스는 형편없는 작품들을 조잡하게 디스플레이 하고 있어 부스마다 차이가 심했다.
LA에서 미국과 유럽의 화랑들이 주를 이루는 아트페어만 보다가 한국 화랑과 작가들이 대부분인 키아프를 가보니 묘한 느낌도 들었다. 미국 아트페어에서는 정말 다양한 작품들이 쏟아져 나오고 한편으론 피카소나 앤디 워홀, 세잔과 모네 등의 작품을 보게 되는 경우도 적지 않은데 반해 키아프에서는 그런 명화는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아마 우리나라의 서양미술 역사가 일천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 명화를 소장한 화랑이나 개인이 거의 없을 테니 말이다. 최근에는 옥션을 통해 유명 현대작가들의 미술품을 사들인 한국의 부호들이 적지 않다고 하지만, 그런 사람들은 절대로 내놓지 않고 숨겨두고 있을 것이니 결국 볼 수 없기는 마찬가지다.
LA에서는 3개 한인 화랑이 참가했는데 다행히도 모두들 성과가 좋았다고 말했다.
안영일 화백의 개인전을 열었던 ‘백 아트’(관장 수잔 백)는 대작 6점을 완판하며 선전했고(10월19일자 문화면), 에바 알머슨과 브래드 하우의 작품을 들고 간 시메이 갤러리(관장 메이 정) 역시 많은 주목을 받았다. 특히 한국에서 대단한 인기를 모으고 있는 스페인 화가 에바 알머슨이 전시장을 방문하자 수많은 팬들이 다가와 함께 사진을 찍는 등 그의 인기는 마치 연예인에 맞먹는 것이었다.
메이 정씨는 “키아프는 규모가 크고 참가 비용도 많이 들어서 거물급 작가의 작품을 들고 오지 않으면 감당하기 힘들다”고 말하고 “에바는 워낙 유명하고 인기 있어서 매년 사람들이 많이 찾고 있고, 올해는 브래드 하우의 조각품에도 관심들이 모아져 성과가 좋았다”고 희소식을 전했다.
지난 해 LA 다운타운의 전시장을 닫은 사비나 리 갤러리도 작품 판매를 위해 키아프에 나왔다. 뉴욕의 유명작가 강익중과 LA 출신으로 한국서 활약하는 민성홍, ‘거미’로 유명한 루이스 부르주아의 작품을 들고 나온 사비나 리씨는 “올해가 9회째 키아프 참가인데 가장 안 좋은거 같다”고 평하고 그래도 판매실적은 좋았다고 말했다.
코엑스 A홀과 B홀 전체를 사용한 키아프의 부스들을 돌아보니 여러 갤러리에서 요즘 한창 최고 반열에 오른 단색화 작가들 이우환, 박서보, 윤형근 등의 작품들을 내놓고 있었다. 올해 키아프의 특집국가는 일본으로, 일본의 토쿄, 오사카 등지의 화랑들이 다수 참가해 다양한 작가들의 작품을 소개했다.
그 외 대부분은 어떤 경향이나 추세를 읽기 힘들만큼 각양각색의 작품들을 선보였고, 가나화랑 부스에서는 LA의 원로화가 김병기 선생의 작품을 2점 보게 돼 반가웠다.
키아프의 참가 화랑 심사위원 중 한사람인 윤진섭 미술평론가는 “예년보다 작품 수준이 많이 향상됐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번 KIAF는 소더니와 크리스티 등 국내외 옥션을 통해 불붙기 시작한 한국의 단색화가 미술시장의 경기회복을 이끄는 견인차가 돼 호황조짐을 보였다”고 말하고 “출품작들도 예년에 비해 우수한 작품이 많이 보여 내년에는 더욱 약진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한편 한국 언론의 보도에 따르면 2015 키아프의 작품 거래액은 지난해 230억원보다 줄어든 180억원을 기록했다. 주최기관인 한국화랑협회의 발표로는 올해 키아프에서 판매총액이 가장 높았던 부스는 국내 갤러리가 아닌 미국 휴스턴의 아트오브더 월드 갤러리였다. 17억원짜리 페르난도 보테로의 대형 작품을 포함해 약 20억원을 기록했다니 전체 판매액의 9분의 1에 달하는 액수다.
국내 갤러리 중에서는 3억원 정도가 최고 판매총액이었고 거의 한 점도 팔지 못한 부스도 10여곳이 넘었는데 한 관계자는 “단색화 같은 경우 판매 여부를 오픈하지 않는 갤러리들도 많아 정확한 집계를 하긴 어렵다”고 설명했다.
<글·사진 정숙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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