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젤엔진은 1892년 독일의 엔지니어인 루돌프 디젤에 의해 발명됐다. 이는 휘발성이 낮은 디젤을 압축 공기를 이용해 내연 기관에 사용케 한 획기적 발명이었다. 디젤의 저렴한 가격과 높은 연비는 경제적 측면에서 우수하지만 엔진이 무겁고 소음과 진동이 큰 것이 단점이다.
이런 디젤엔진의 한계로 그동안 트럭이나 선박 등 산업용 장비에만 사용해 오다 오일 쇼크 후 독일 기업들의 주도로 승용차에 탑재할 소형엔진 개발이 시작됐다. 80년대 초기 디젤 엔진을 장착한 승용차를 타면 마치 트럭처럼 소음과 진동이 심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이후 꾸준한 기술 개발로 괄목할 진전이 있었지만 승용차에 장착할 수준까지 발전하지는 못했다.
그러다 1998년 독일의 카먼사에서 개솔린 엔진처럼 실린더에 연료를 직분사 하는 CRDI 엔진 개발에 성공함으로 디젤의 대중화 시대를 열게 됐다. 그러나 디젤의 특성상 나날이 강화되는 각국의 대기오염 기준을 만족시키기엔 역부족이었다. 자칫하면 오랫동안 심혈을 기울여 개발한 디젤 엔진이 사장될 수 있는 상황에서 폭스바겐사가 TDI(Turbo charger Direct Injection) 엔진을 발표하며 크린 디젤을 선언했다. 역시 독일이구나! 그들의 노력에 모두 감탄하며 찬사를 보냈다. 폭스바겐사가 제시한 데이터에 의하면 디젤의 한계를 극복한 엔지니어링의 승리였기 때문이다.
디젤 자동차의 선두를 달리고 있는 글로벌 기업 폭스바겐의 배기개스 조작 스캔들이 시간이 갈수록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그들이 자랑했던 TDI 엔진은 배기개스 규정을 맞추기 위해 특별 설계한 소프트웨어의 결과물이었다. 이는 소비자와 정부를 속인 사기에 버금가는 행위로 큰 충격이 아닐 수 없다.
처음 뉴스를 접했을 때 피치 못할 어떤 착오가 있었겠지.. 설마 했지만 그 믿음은 CEO의 실토로 여지없이 무너지고 말았다. 이런 소프트웨어를 장착한 자동차 판매 대수가 1,000만대가 넘는 상황에서 한 기업의 능력으로 해결은 어려울 것이라 판단된다. 리콜로 근본적 해결이 불가능할 뿐 아니라 많은 정부와 소비자를 상대로 치러야 할 법적 문제는 넘어야 할 더 큰 산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성실함의 표본으로 평판을 받아온 독일 국민기업 폭스바겐사가 도덕적 문제로 이미지가 훼손된 것은 경제적 손실에 비교할 바 아니다.
기후 변화의 주범으로 지목된 이산화탄소 배출을 억제하기 위한 각국의 규제는 더욱 강화되고 있으며 특히 화석 연료의 연소에서 발생하는 탄소 배출을 줄이는데 역점을 두고 있다. 이산화탄소가 대기권에 머물며 태양에서 발산하는 열이 우주로 빠져 나가는데 방해를 하기 때문에 기온이 올라간다는 학자들의 주장이 설득력을 얻기 때문이다.
우리 주변엔 자동차뿐 아니라 탄소를 배출하는 기구들로 둘러 쌓여있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냉장고나 에어컨은 물론 무심코 뿌리는 헤어스프레이 등 생활에 필요한 공산품들을 만들고 사용하는 과정에서 탄소가 배출된다. 따라서 제품을 생산하는 회사들은 예외 없이 직간접으로 정부의 관련 규제를 받고 있음이 현실이다.
특히 냉장고와 에어컨의 냉매로 사용되는 프레온 개스는 온난화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돼 2019년부터 기존 제품의 미국 내 판매가 금지된다. 에너지 소비를 줄이면서 성능은 더 우수한 제품을 생산하길 요구하는 정부 방침은 기업 경영에 큰 도전이 된다. 상반된 목표를 동시에 달성하기 위해선 기존의 방식에서 벗어나 새로운 방법을 찾아야 함으로 많은 노력과 비용이 수반되기 때문이다.
어느 업종을 막론하고 정부의 규제는 갈수록 강화되고 소비자의 기대치는 더욱 높아지고 있어 이를 충족시키지 못하는 회사는 자연히 퇴출될 수 밖에 없는 환경이다. 돌파구를 찾기 위해 마른 수건을 짜는 심정으로 방법을 찾지만 뾰쪽한 방안을 찾기도 어려운 게 현실이다.
이럴 때 떠오르는 꼼수는 저비용으로 경쟁자들을 이길 수 있어 유혹을 물리치기가 쉽지 않다. 기업이나 개인이 실패하는 사례들을 보면 작은 욕심을 이기지 못해 큰일을 그릇 친 경우가 생각보다 많다. 이번 폭스바겐 스캔들도 소탐대실의 대표적 사례 중 하나일 뿐이다.
세상에 비밀은 없는 법 꼼수는 언젠가 혹독한 대가를 치른다. 경영자 모두는 이번 사건을 반면교사로 어렵게 일군 기업을 한 순간에 무너뜨리는 어리석음을 범하지 않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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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이언 김 / 터보에어 그룹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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