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만추의 가을이 깊어가고있다. 남가주는 무더운 한여름 날씨가 지속되고 있지만, 고국은 진즉 여름옷에서 가을옷으로 옷을 갈아입었다. 청명한 하늘과 선선한 바람, 울긋불긋 붉게 물든 단풍, 그리고 가을 진미가 손짓하며 우리를 부르는 듯하다. 바다와 단풍이 물든 산, 그리고 선조들의 발자취를 따라 동해 일주 여행을 떠나보자.
<부산>
오이소~ 보이소~ 사이소~
동해 일주 여행은 부산에서 시작된다.
오랜만에 부산을 찾는다면 분명눈이 놀랄 터다. 부산에서 고등학교와 대학교를 졸업한 필자가 봐도 눈이 휘둥그레질 정도다. 부산은 10년사이 확 달라졌다. 특히 해운대에는 홍콩에 버금가는 마천루가 들어섰다.
수영만 매립지에 조성된 마린시티는 화려하기 그지없다. 이곳 주상복합아파트는 80층 높이다. 이를 중심으로 하늘로 치솟은 빌딩들이 빼곡히 들어섰다. 광안대교나 달맞이언덕에서 보면 마치 홍콩의 마천루를 보는 듯하다. 광안대교와 어우러지는 야경은그 자체로 훌륭한 볼거리다.
‘자갈치 시장’은 부산을 상징하는 명소다. 6·25전쟁으로 생활 전선에 뛰어든 여성들이 이곳에 모여 장사를하기 시작해 ‘자갈치 아지매’라는 이름도 생겨났다.
또 가을의 부산은 제철을 맞은 풍부한 해산물과 거리마다 가득한 맛좋은 음식 냄새가 식욕을 자극한다.
자갈치 아지매들의 정겨운 사투리를 들으며 살아서 펄떡이는 물고기들과 싱싱한 해산물들을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주머니 사정에 따라다양한 가격대로 즐길 수 있는 싱싱한 해산물이 이곳의 자랑이고, 생선구이도 유명해 그날 잡힌 싱싱한 생선을 구워내는 식당도 쉽게 만날 수있다. 껍질을 벗겨도 꼼지락거린다고해서 붙여진 이름의 곰장어 구이와곱창 구이, 몸을 따뜻하게 데워주는 돼지국밥까지, 그냥 지나치기엔 아쉬운 진미들이 가득하다.
국제시장은 중구 신창동에 위치한 재래시장이다. 1,400만 관객을 끌어모은 영화 <국제시장>의 실제 배경으로, 영화의 흥행과 함께 재조명 받고있다. 1945년 광복이 되자 일본인들이 철수하면서 전시 물자를 팔아 돈을 챙기기 위해 국제시장 자리를 장터로 삼으면서 시장이 형성됐다. 시장 안쪽에는 구제 옷과 빅사이즈 옷을 파는 상점들이 즐비하며, 이외에도 깡통골목, 족발골목, 먹자골목 등다양한 볼거리와 먹거리가 즐비하다.
그중에서 견과류를 넣어 구운 씨앗호떡과 납작만두, 부산어묵, 유부주머니, 밀면 등 부산의 명물 먹거리는 반드시 맛봐야 한다.
중구 남포동은 지난 1996년 부산국제영화제가 시작된 비프(BIFF)의 고향이다. 국제영화제의 태동지인 BIFF광장에는 유명 영화 감독과 배우들의 핸드프린팅, 영화포스터, 야외상설무대 등이 설치되어 있다. 인파를 헤쳐가며 영화를 보거나, 헐리우드마냥 명배우들의 핸드프린팅을 찾아보는 것도 색다른 재미를 선사한다.
마지막으로, 용두산(49m)은 부산 시내에 있는 구릉으로 부산 3대 명산의하나다. 부산의 상징으로 인식되는 높이 120m의 ‘부산타워’는 1973년에 세워졌다. 부산타워에서 내려다보는 부산항의 모습과 야경이 아름답다.
<경주>
신라 흔적 찾는 역사 여행
여행 이튿날엔 신라의 천년고도인 경주로 이동한다.
신라시대 유적지에서 발굴한 유물들을 전시해 놓은 ‘경주 국립박물관’과 신라시대의 대표적인 왕릉 무덤형태로 금관이 발견된 ‘천마총’, 세계 5대 보석의 하나인 한국 토산 ‘자수정전시관’ 등 경주 시내 문화 유적지들을 차례로 둘러본다. 또한 1996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신라 불교문화의 진수를 보여주는 ‘불국사’, ‘토함산’, ‘석굴암’ 등을 관광하며 역사문화도시인 경주의 속살을 들여다본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생가를 방문하는 시간도 마련돼 있다. 대한민국 대통령을 역임한 박정희가 태어나 1937년 대구사범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살았던 생가에는 안채와 사랑채, 1979년에 설치한 분향소 등이 있다.
<안동>
낙동강 굽이굽이 추억 여행
역사문화 여행은 경주를 지나 안동으로까지 이어진다.
경북 안동은 전통문화가 살아 숨쉬는 한국 정신문화의 수도라 할 수있다. 하회마을과 서원, 정자에서 선인의 풍류와 전통을 체험하고, 찜닭과 간고등어, 헛제삿밥 등 특별한 별미도 맛볼 수 있다.
낙동강 물줄기가 둥그렇게 휘감고있는 하회마을은 민속과 건축물이 잘 보존된 풍산 류씨의 씨족마을로 지난 2010년 경주 양동마을과 함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됐다.
‘하회’(河回)는 물이 휘돈다는 뜻을 품고 있다.
마을은 2시간 정도면 돌아볼 수있다. 하동고택을 기점으로 염행당(남촌댁), 양오당(주일재), 화경당(북촌댁), 양진당, 충효당, 영모당, 작천고택순으로 돌아보는 것이 좋다. 특히 서애 류성룡의 종택인 충효당의 영모각에는 임진왜란 전란서인 ‘징비록’(국보제132호), 류성룡 종손가 문적(보물제160호), 각종 교지 등이 있어 흥미롭게 둘러볼 수 있다.
하회마을 최고의 풍광은 송림 맞은편의 부용대에서 감상할 수 있다.
나루터에서 배를 타고 건넌 후 10분정도 거닐면 부용대 정상에 닿는다.
정상에서 굽어보면 휘돌아 나가는 푸른 물길 속에 마을이 한 송이 연꽃처럼 피어 있다. 부용대 아래에는 류성룡이 ‘징비록’을 썼다는 옥연정사(玉淵精舍)와 류운룡이 학문 연구와제자 양성을 위해 지은 겸암정사(謙唵精舍), 류운룡의 위패를 모신 화천서원(花川書院)이 있다.
안동여행 또 하나의 하이라이트는 바로 완행열차다. 무궁화열차, 일명완행열차를 타고 중부내륙지역에서 가장 아름다운 코스인 영주에서 철암역까지 열차로 약 1시간30분 동안 여행한다.
느릿느릿한 속도로 논과 밭, 굽이굽이 흐르는 낙동강을 옆에 끼고 달리는 기차여행은 옛 향수를 불러 일으킨다.
<속초>
가을 단풍여행의 백미
가을 산 하면 역시 설악이다. 산이 험해서 ‘악!’ 소리가 난다는 바로 그 ‘악산’의 대표, 설악산이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먼저 첫 단풍을 볼 수 있는 곳이며, 가장 진한 단풍을 감상할 수 있는 곳인 설악산은 동해 여행의 마지막을 장식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거칠고 웅장한 산세와 고운 단풍이 절묘하게 어우러진 단풍명산, 설악산은 가을볕을 즐기며 여유롭게 한나절 단풍놀이를 즐길 코스로 적당하다.
등산로 초입에 위치한 신흥사는 신라 때의 고찰이다. 9층 석탑에는 석가모니의 사리가 봉안돼 있다. 등산로 길목에 거대한 불상인 통일불도 눈길을 끈다. 와선대와 비선대는 거대한 바위가 인상적이다. 와선대에서 신선이 누워 쉬다가 비선대에서 하늘로 올랐다는 이야기가 전해 내려온다. 비선대는 널찍하고 거대한 바위가 한개의 소를 이룬다. 옆으로 장군봉, 미륵봉(장군봉), 형제봉, 선녀봉이라 이름 붙은 세 암봉들이 웅장하게솟아있다.
설악산 국립공원에서 케이블카를 타고 정상에 도착하면 ‘권금성’이다.
고려 고종 40년(1253년) 몽골의 침입을 막기 위해 세워졌고 이때 권씨, 김씨 두 장수가 하룻밤에 성을 쌓았다고 해서 권금성이라 불린다. 현재 성벽은 거의 허물어지고 터만 남아 있다. 봄에는 진달래, 여름엔 신록, 가을엔 단풍, 겨울엔 설경으로 연중 어느때나 설악의 장엄함과 신비함을 느낄 수 있다.
권금성 정상인 봉화대에 오르면설악산의 아름다운 풍광이 한 폭의 산수화처럼 아름답게 펼쳐진다. 오색창연한 단풍과 울산바위, 동해바다가 만드는 절경은 두 눈과 마음에 오래도록 담아두고 싶다.
사시사철 아름다운 우리 고국이지만, 특히 가을은 여행하기에 최적의 시기다. 이 가을, 그리운 고국으로 여행을 떠나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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