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구서 가장 아름다운 길 알래스카 ‘관광열차’
▶ 순록, 불곰 등 볼 수 있는 ‘야생동물 보호센터’
앵커리지(Anchorage)
미국 본토 사람들에게 알래스카와 하와이는 ‘미지의 땅’이다. 영화와 TV에 비친 영상은 기억나지만 당최 현지 생활은 가늠이 안 된다. 그래서 상상에 맡기곤 한다.
알래스카, ‘춥다, 사람이 어떻게 살지?’. 에스키모, ‘하얀 털옷을 입고 얼음 바다 위를 걷는 사람들?’. 연어와곰, ‘연어는 맛있다는데 곰은 무섭지않을까?’. 겨울, ‘알래스카는 1년 내내눈이 쌓여 있겠지’ 등등.
상상 속 미지의 세계는 가보지 않으면 모른다. 시애틀과 캐나다 인근 바다를 날아갈 때면 ‘아 정말 알래스카란 곳을 가는구나’라는 묘한 긴장과 동시에 헛웃음이 나오긴 한다. 어릴 적 엄마 아빠 따라 꼭 가보고 싶었던 친척집 찾아가는 느낌이랄까.
앵커리지 국제공항에 다가갈수록 거대한 추가치 산맥이 모습을 드러낸다. 앵커리지와 남동쪽 도시 위티어까지 뻗은 추가치 산맥 꼭대기마다 수천 년 쌓인 빙하가 착 달라붙어 있다.
하늘 위에서 본 빙하는 산을 덮은 하얀 솜처럼 보이지만 가까이서 보면 두께만 수십미터, 길이는 수백미터인 얼음 이불이다. 웅장하면서 신비로운 광경이다.
알래스카 국제공항에 내리면 도심 북동쪽 추가치 산맥이 눈을 사로잡는다. 거대하고 가까운 산맥이 녹색 병풍처럼 느껴진다.
도심을 내려다보는 해발 약 3.500~5,000피트 높이인 산들은 여름에는 녹음이 짙고 겨울에는 설산의 아름다움을 뽐낸다.
앵커리지 사람들은 다가갈수록 험한 산이라고 말하지만 등산 좋아하는 한인들은 꼭대기에 가 있는 자신을 상상하기 쉽다. 현지인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플랫탑’(Flattop Mountain) 정상은 왕복 2시간이면 갔다 올수 있으니 기회를 놓치지 말자.
해발 3,510피트 정상에서 앵커리지를 내려다보면 묘한 만족감도 밀려온다. 앵커리지 도심은 바다와 만나는 삼각주 지형과 추가치 산맥 자체로 절경이다.
앵커리지 공군기지에 파견된 한 백인 군의관은 “LA 카운티에서 올라왔지만 의무복무 기간이 끝나도 돌아가지 않을 생각”이라며 “공기도 좋고 자연환경이 꾸밈이 없다. 여름과 겨울이 뚜렷해 아이들이 넉넉한 성품을키워나갔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진지하게 말했다.
▶400마일 숲길
앵커리지와 페어뱅스를 연결하는 약 360마일 구간 왕복 2차선 고속도로와 알래스카 철도는 인생에 꼭 한번 달려볼만한 ‘절경 중의 절경’이다.
지구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로와 철길로 알래스카 지역이 손꼽히는 이유는 직접 겪어봐야 안다.
인적이 없는 대자연 산맥과 숲, 드넓은 강과 계곡은 보고만 있어도 시간이 절로 간다.
이 길목은 렌트카도 좋지만 철길을 달리는 알래스카 기차(www.alaskarailroad.com)를 추천한다. 앵커리지와 페어뱅스를 하루 한 번씩 오가는 기차는 양쪽에서 오전 8시30분에 각각 출발한다. 시속 30마일, 한국 비둘기 완행기차 속도로 더디게 12시간을 달린다.
기차는 중간에 디날리 국립공원 등 2~3번만 정차하며 덜커덩덜커덩 알래스카 내륙을 종단한다. 속도는 비둘기호지만 내부시설은 새마을호처럼 편한 좌석과 2층 전망대, 식당칸까지 갖춰 이동하는데 불편함은 없다.
홀로 차창 밖을 멍하니 바라보는 유럽에서 온 청년, 할머니 할아버지따라온 어린이들, 백발이 성성한 노부부까지 다들 얼굴은 온화한데 약속이나 한 듯 말이 없다.
시선이 온통 밖으로 쏠려 있다. 여정이 끝날 무렵 “여기 못 온 가족들과 같이 보면 얼마나 좋았을까”라며 여기저기서 맞장구를 친다. 겨울철 알래스카 철길은 알프스 설원이 부럽지 않다.
▶야생동물의 천국
앵커리지에서 동남쪽 위티어까지는 차로 약 1시간 거리다. 길을 나서면 추가치 산맥과 바닷물이 만나는 장관을 실컷 구경하는 재미에 빠진다. 미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로란 명칭들이 괜한 말이 아니다. 마음이 차분해지면서 평안함이 밀려온다.
앵커리지와 위티어 중간 지점에 위치한 알래스카 야생동물 보호센터(www.alaskawildlife.org)를 찾으면 무스, 순록, 불곰, 등을 한번에 볼 수있다. 매년 뿔이 떨어지고 새로 난다는 무스와 순록이 눈앞에서 방문객을 맞이한다. 탁 트인 자연환경 속에 각종 산불을 피해 온 야생동물들이 한데 어우러져 산다.
추가치 빙산 바로 아래 자리한 호텔 알리예스카(www.alyeskaresort.com) 리조트는 빙산 정상까지 연결된 케이블카가 유명하다.
▶프린스 윌리엄 사운드
인구 약 300명이 사는 위티어는 항구도시이자 호수처럼 잔잔한 바다인 ‘프린스 윌리엄 사운드’(PrinceWilliam Sound)가 시작되는 지점이다. 위티어에 도착하려면 미국에서 가장 길다는 ‘앤톤 앤더슨 메모리얼터널’(AAMT)을 지나야 한다. 추가치산맥을 2마일 이상 관통하는 원시적인 터널을 지나면 위티어 항구도시가 모습을 드러낸다.
이곳에선 알래스카 여행의 백미로 꼽히는 빙하크루즈를 탈 수 있다. 60년 전 프린스 윌리엄 사운드빙하크루즈를 처음 선보인 ‘필립스크루즈사’는 쾌속정 26글레이셔호(www.26glaciers.com)로 5시간짜리 황홀한 빙하여행을 선물한다.
위티어에서 떠나는 26글레이셔호는 프린스 윌리엄 사운드를 약 30노트로 질주한다. 호수같이 잔잔한 프린스 윌리엄 사운드 바다로 나가면 피오르드 해안과 1억5,000년 동안 쌓인 추가치 산맥의 빙하를 볼 수 있다.
사진을 찍으면 화보요 숨을 쉬면 청량함 그 자체다.
쾌속정이 오가는 145마일 피오르드 해안을 보는 것만으로 마음이 탁트인다. 한참을 달리다 추가치 산맥에서 바다로 넘어오는 빙하 11개 이상에 다가가면 감탄이 절로 나온다. 멀리서 볼 때는 작아 보이던 빙하가 가까이 다가갈수록 고층빌딩 높이와 거대함으로 사람을 압도한다. 그 길목에서 노니는 해달과 물개의 앙증맞은 행동들은 여행의 재미를 더한다.
인생에 이런 경험도 맛보는구나 싶어 뿌듯함까지 밀려온다.
알래스카 배로우와 페어뱅스, 앵커리지를 여행하는 동안 사계절을 체험했다. 극지 배로우와 온난화 영향으로 녹음이 짙던 앵커리지, ‘죽기 전에꼭 가보고 싶은 곳’이란 헌사를 증명하듯 가는 곳마다 백발이 성성한 노년들이 관광객의 80% 이상이다. 장엄하고 아름다운 대자연이 ‘노세 노세 젊어서 노세’라고 귓속말을 건네는 듯했다.
“알래스카 원주민들 전통과 자부심 대단해요”
알래스카주 거주지는 제1도시 앵커리지와 제2도시 페어뱅크스를 제외하곤 대부분이 인구 수십 명에서 수천 명 정도인 작은 타운이다. 태초의 자연지형과 거대한 산맥, 반년 가까이 설원이 펼쳐지는 기후 탓에 도시를 잇는 내륙도로는 손에 꼽고 항공편이 유일한 교통수단이다. 수많은 주민들이 경비행기를 직접 모는 이유다. 정규항공사 알래스카 에어라인은 앵커리지를 본거지로 각 지역 주민들 발 역할을 맡는다.
앵커리지발 배로우행 알래스카 에어라인 보잉 737-800 중형 기종(163석)을 운항한 리치 버튼 기장(사진)은 승객 약 100명을 중간 기착지인 원유 시추공장 프르드호 만과 북극권 중심도시 배로우에 데려다줬다.
북극권의 짙은 안개로 예정 도착시간보다 1시간5분 늦게 배로우에 도착한 버튼 기장은 조종석에 한국일보 기자를 초대했다. 알래스카 에어라인에서 23년째 일한다는 그는 “오늘 같이 안개가 마을을 덮으면 시골 공항 관제시설이 미흡해 착륙이 어려울 때가 많다”며 1차 착륙실패 양해를 구한 뒤 “북극권의 강추위와 잦은 기후변화, 돌발상황을 이겨내야 하기에 우리 파일럿 조종 실력이 업계 최고”라고 말했다.
리치 버튼 기장은 2000년부터 앵커리지를 본거지로 알래스카 내륙 노선을 비행했고 배로우는 600번 정도 찾았다. 이날은 수습부기장 조세프리만에게 북극권 항로를 교육했다.
버튼 기장은 알래스카에 평생 살아도 대자연의 아름다움을 다 보기힘들다는 경험을 전했다. 그는 “시골마을로 비행할 때마다 자연의 신비함과 원주민들의 전통문화에 빠진다. 배로우 사람들이 전통을 지키려는 노력, 지금도 고래잡이에 나서는 모습은 대단한 일”이라고 말했다.
인터뷰가 끝날 때 한국말로 “감사합니다”고 인사한 버튼 기장은 한인들이 알래스카를 꼭 한 번 여행해 볼 것을 추천했다.
▶취재협조: 앵커리지 관광청(www.anchora ge.net), 페어뱅스 관광청(explorefairbank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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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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