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녀<세인트 존스 대학 한국어과 교수 >
1992년가을학기부터 세인트 존스 대학에서 한국어를 가르쳐왔으니, 올해로 23년동안 한국어를 가르쳐온 셈이다. 지금도 부족한 데, 그땐 무엇을 어떻게 가르쳤을까 뒤돌아보면 부끄럽기 짝이 없다.
오직 열정 하나로 무댓보로 밀고 나갔던 것 같다. 지면으로나마, 한국어과를 수료한 많은 학생들에게 그리운 안부, 보고 싶은 안부를 띄운다.
매학기마다 교안에 덧붙이고 빼기를 거듭해 나가며, E-textbook 한글 교재를 2011에 완성했다. 부족하나마, 그간의 경험을 토대로 한글 수업 방식 소견을 몇 줄 쓰고자 한다.
한글수업은 첫 시간이 가장 중요하다. 한글교사는 학생들 앞에서 면접을 보는 취업생이라고 생각해야 한다. 학생들 눈에 잘 보여야 하고, 또, 학생들로부터 합격점수를 받아야한다.
■수업내용은 적은 양을 확실하게 가르친다.
처음엔 자음 14자를 첫 시간에 다 가르치려고 욕심을 냈다. 이렇듯 쉬운 것을 대학생들이 모를까? 라고 생각하는 것은 오산이다.
우리가 처음 영어를 배울 때 그 낯선 글자며 모음 A에서 나오는 서로 다른 발음이며, 문법이 어려웠듯이 한글도 마찬가지다. 그 시절엔 죽기살기로(?) 영어를 무조건 외웠지만, 지금의 현실은 그렇지 않다. 본인의 이해 수준을 오버하면 바로 포기한다. 아직 한국어 공부는 필수가 아닌 선택과목이기에 , 가랑비에 옷 적시 듯 은근과 끈기를 가지고 가르쳐야 한다. 씨앗이 발아하여 싹이 날 때까지 무수한 공을 들여야 한다.
본인은 학생들의 수준을 고려해 첫 시간에 ㄱ,ㄴ,ㄷ,ㄹ,ㅁ,까지 혹은, 기본자음ㄱ,ㄴ,ㄷ,ㄹ,ㅁ,ㅂ,ㅅ,ㅇ 까지만 가르친다. 그리고 모음도 ㅏ,ㅑ, 만 , 혹은 ㅏㅑ,ㅓㅕ,ㅣ 5개 모음만 가르친다. 그리고 자음과 모음이 합쳐야 단어가 만들어지고 소리내는 방법까지만 첫 시간에 알게 한다.
예) 가나다, 가수 , 거리 , 바나나, 다리미, 머리, 등. 자음과 모음이 합쳐서 소리내는 과정까지 가르치다. 한글은 읽는 것이 중요하다. 잘 읽어야 자신감을 갖게 되고 그 다음 단계인 말을 하기 시작한다. 다른 어느나라 언어와 달리 한글은 읽기가 아주 쉬운 점을 강조한다. 모두가 큰소리로 잘 읽을 때까지 반복지도,개별지도를 계속한다.
■두 번째, 재미있어야 한다.
수업 중 서너 번은 박장대소가 터져나와야 한다. 또, 모음 "아야!"를 가르칠 때 옆사람을 살짝 때리라고 한다. 찰-싹! 차지게 때리는 학생이 있어서 웃기도한다. 2주간격으로 새 파트너를 배정해준다. 누군가와 같이 앉고 싶으면 내게 이메일로 알려 달라고 한다. 매학기 연극/김밥/ 비빔밥 행사를 하며 ,매년 열리는 코리안퍼레이드에 졸업생과 재학생이 한자리에 모여 맨하탄을 행진한다. 올해 코리안 퍼레이드에는 2015년 가을 첫 학기를 시작한 비영리단체 ‘뉴욕 한글서당’학생들도 함께 행진했다.
한글수업은 학기제로 공연되는 ‘브로드웨이 쇼’와 같다고 생각한다. 교사는 한 학기 동안의 대본이 있고 이에 맞추어 의상, 소품, 유머, 이벤트 등이 확실하게 짜여져 있고, 학생들은 숙제 준비를 하고,예절을 갖추고, 호기심을 갖고 들어오는 한사람 한사람의 소중한 관객이라고 여긴다.
■세 번째, 쉽게 가르쳐야 한다.
복합모음 시간에 학생들은 지친다. 그러나 실제로 복합모음은 많이 쓰이지 않으니 걱정하지 말라고 안심을 시키고, 자주 쓰이는 단어 한 두개 씩 외우게 한다. 특히 아이돌 가수 이름 또는 외래어로 예를 들면 좋다. 문법설명은 하지 않는다. 문법에 치우치면 한이 없기에 자주 쓰이는 쉬운 문장을 강조하는 편이 좋다. TV/Drama에 많이 나오는 대사들(아이구!( 박수를 치면서) 반가워요! (또,파트너를 바라보면서) " 당신은 똑똑해요! 멋있어요! 짱이에요! 사랑해요! 어머나! 진짜에요?)들을 인용하면 좋다.
■네 번째 : 희망과 목표를 세워줍니다.
"한국어를 열심히 공부해서 매년 5월 시행되는 ‘서울 방문프로그램’에 합세합시다!", "뮤직뱅크/ 드라마 촬영장 /역사박물관" 등을 방문하여, 가수와 탤런트들을 직접 만날 수 있는 기회를 갖을 수 있고, 한국의 기업체에 취직할 수 있는 기회도 있고, 또 영어교사로 자원하여 한국에서 1년간 살 수 있다“거나 더 나아가 한국어 교사가 되는 목표를 세우라고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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