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민사회의 정신적 기둥 ‘장자 교회’에도 변화바람
▶ 장애인·푸드뱅크·장학사역 커뮤니티 섬기기 큰 열정
[교회 탐방 ② - 나성영락교회]
이민사회에서 교회가 차지하는 비중은 각별하다. 이민자는 온통 낯선 환경에서 삶을 일구고 가정을 지키며 자녀를 양육한다. 이 와중에 하나님의 절대적인 도움이 영혼과 현실 모든 면에서 필요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한인 인구가 적고 고국의 힘이 약했던 시절에 교회는 서로 기대고 나누는 위로의 통로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나성영락교회는 과거 ‘장자 교회’로 불렸다. 큰 아들 격인 교회라는 뜻이었다. 다른 도시에 위치한 교회조차 ‘영락’이라는 이름을 내걸면서 ‘장자 교회’와의 관계성을 강조하는 광고를 냈다. 어쨌든 대표적 이민교회라는 나성영락교회의 위상을 잘 나타내는 일화다.
하지만 세상은 인류 역사상 그 어느 때보다 가장 빠른 속도로 변화하고 있다. 디지털은 정보 통신 세계 만 바꾼 게 아니다. 사람이 사는 방식과 생각하는 영역, 영향을 주고 받는 통로도 근본적인 변화의 과정에 있다.
복음이야 변할 리 없지만 기독교계는 급변하는 격량에 휩쓸려 있다. 사람의 가치관과 세계관이 바뀌니 교인의 기대와 태도 또한 변화할 수 밖다. 변혁을 거부하는 교회는 나라와 민족, 구성원의 빈부귀천을 떠나 퇴보하고 마침내 퇴출 당한다. 인정하든 안 하든, 거부할 수 없는 흐름이다.
나성영락교회는 지난 5월부터 오전 10시에 시작하는 3부예배를 소위 열린 예배(Contemporary Worship)로 드리고 있다. 담임 김경진 목사는 넥타이를 풀고 양복 상의도 벗은 채로 강대상에 오른다. 헌금도 따로 걷지 않고 개별적으로 헌금통에 넣는다.
오전 10시는 주일 예배의 프라임 타임이다. 이 시간대에 전통 예배를 양보한 점이나, 담임목사가 셔츠 차림으로 설교하는 모습은 나성영락교회의 새로운 풍경인 게 틀림없다. 교회의 문턱을 낮추고 청장년층을 교회로 인도하려는 노력의 하나다.
나성영락교회의 출석교인은 한때 성인 기준으로 4,500명을 헤아렸다. 지금은 3,000명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성도가 상당수 줄어든 것이다. 교인이 감소하는 추세는 다른 교회에서도 일반적인 현상으로 치부될 정도다. 교회와 목회자, 나아가서는 기독교인에 대한 실망과 불신이 확산되면서 교회마다 새 신자가 줄고, 교인의 노령화로 어려움에 봉착해 있다.
여기에 나성영락교회에는 2년 반 전 담임목사가 바뀌고 새로운 리더십이 다시 정착해야 하는 상황까지 겹쳤다. 그러나 위기는 도약의 기회를 준다. 대응하기에 따라 교회는 이전보다 힘찬 성장 동력을 키울 수 있다. 예수 그리스도를 중심으로 분명한 비전과 강력한 지도력, 진정한 협력과 양보가 자리잡는다면 가능하다.
“나성영락교회는 저력이 대단한 교회입니다. 초신자와 젊은이들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3부 예배를 변화하는 일도 적극 수용했습니다. 떠난 분도 있지만 나이 드신 어르신들도 3부 예배에 많이 참여하고 계십니다. 처음에는 우려가 많았지만 지금은 모두 좋아하시죠.”
김경진 목사는 교회의 변화를 요구하는 시대에서 젊은 층과 접촉점을 넓혀 가야 한다고 말했다. 또 변치 않는 복음을 바탕으로 어떻 게 급변하는 문화를 교회에 적용할지 고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나성영락교회의 소중한 열매 가운데 하나는 바로 영어권 사역(EM)의 성공이다. 2세들이 모이는 교회 YNCC는 완전히 독립해 어느 영어권 교회보다 활발하게 자라고 있다. 매년 40만달러에 달하는 건물 사용료를 모교회에 지불하고 올해는 100만달러를 ‘부모님 교회’에 선물했다.
영락교회 성전에서만 1,000여 명의 1.5세와 2세가 모여 예배를 드리고 있으며 로스앤젤레스 제퍼슨 스트리트에 새로 마련한 예배 처소에도 400명의 다민족 교인이 참여하고 있다. 나성영락교회와 비슷한 연조를 자랑하는 다른 교회들이 인정하고 부러워하는 대목이다.
나성영락교회는 1973년 세워진 이후 다양한 사회 봉사에 앞장 서 왔다. 한인은 물론 타민족 발달장애인까지 돌보는 장애인 사역은 사실상 북미주 이민교회에서 현재 가장 큰 규모다.
LA카운티 소년원에 도서관을 네 곳이나 마련해 주고 운영을 후원하고 있으며 저소득층에 버스 티켓을 지원하고 있다. 이와 함께 식량을 보조하는 푸드뱅크, 매주 벌이는 노숙자 사역, 남가주 최대 경로대학 등을 통해 커뮤니티를 섬기며 매해 22만 달러의 장학금을 학생들에게 나눠주고 있다. 또 건강한 교회를 세우기 위해 소형교회 목회자 가정에게 휴가를 제공하고, 선교사 및 목사 자녀를 케어하는 사역도 벌이고 있다.
나성영락교회는 지금 안팎으로 몰아치는 변화의 파도 위에서 개혁의 갈림길 앞에 서 있다. 이민교계의 대표적 상징성을 가진 교회로서 부흥의 불길을 다시 불러일으킬 수 있을지, 개별 교회 차원을 넘어 그리스도인의 애정어린 우려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나성영락교회 주소: 1721 N. Broadway Los Angeles, CA 90031
문의: (323)227-1400
홈페이지: www.youngnak.com
<유정원 종교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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