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①작품모델 유골 발굴 ②미소의 비밀 풀었다
▶ ③다빈치 새 작품 발견 ④‘짝퉁의 재발견’ 각광
스페인 마드리드의 프라도 미술관이 소장한 ‘모나리자’ 복제화.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작품으로 밝혀진 ‘아름다운 공주’.
레오나르도 다빈치(1452~1519)가 그린 ‘모나리자’는 500년이 지난 지금까지 새로운 발견과 화제가 계속되는 신비한 그림이다. 최근 흥미를 끌었던 모나리자 관련 이야기들을 모아보았다.
1. 지난달 24일 이탈리아 고고학자들은 피렌체 우르술라 수도원에 있는 한 무덤을 발굴해 지난 1542년 7월 63세의 나이로 묻힌 한 여성의 유골을 발견했으며 탄소를 이용한 연대 측정을 통해 이 여성이 ‘모나리자’의 모델이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발표했다.
발굴 팀은 부유한 비단 상인이었던 프란체스코 델 지오콘도의 부인인 리자 게라르디니가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그림 모나리자의 신비한 미소의 주인공으로 확신하고 있으며 그녀 남편의 부탁을 받은 다빈치가 1503년 모나리자 그림을 완성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것은 단지 추정일 뿐 유골 보존상태가 좋지 않고 얼굴형태 복원이 어려운데다 DNA 검사도 할 수 없어 충분한 증거가 될 수 없다는 반론도 적지 않다.
2. 지난 8월 말에는 ‘모나리자 미소의 비밀’을 풀었다는 내용의 기사가 여러 매체에서 나왔다. 모나리자의 표정이 알 수 없는 듯한 미소를 짓는 것처럼 보이는 것은 다빈치가 관람자의 ‘주변시야’(peripheral vision)를 최대한 활용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영국 셰필드 할람 대학교와 선더랜드 대학교 연구진은 학술지 ‘비전 리서치’에 낸 연구 논문에서 다빈치가 여러 가지 색깔을 섞는 방식으로 주변 시야를 최대한 활용함으로써 보는 각도에 따라 모나리자의 입술 모양이 달라지게 했다고 설명했다.
모나리자의 얼굴을 정면에서 봤을 때는 입술 모양이 아래로 분명히 처져 있으나 입술 이외의 다른 곳을 볼 때는 입술선이 미소를 짓는 듯 위로 올라간다는 것이다. 경계를 명확히 구분할 수 없도록 부드럽게 옮아가게 하는 이른바 ‘스푸마토’ 기법은 모나리자뿐만 아니라 최근 발견된 다빈치의 다른 작품 ‘아름다운 공주’에도 잘 나타나 있으며 스푸마토 기법을 다빈치 만큼 능숙하게 구사한 작가가 없다고 연구자들은 말했다.
3. ‘아름다운 공주’(la Bella Principessa)라는 별명의 초상화는 가장 최근에 발견된 다빈치의 작품으로 수년 전 ‘21세기의 발견’으로 예술계를 흥분하게 했었다. 책 한 페이지만한 작은 크기의 이 초상화는 1495년 비앙카 스포르차를 양피지 위에 잉크와 파스텔로 그린 것이다. 다빈치가 흔하게 사용하지 않던 재료들이어서 다빈치의 것이라고는 전혀 추측되지 않았고 500년 동안 잊혀진 작품이었다.
다빈치의 진품이라는 것이 알려진 것은 2007년 이후. 처음 이 작품이 1998년 뉴욕 크리스티 경매장에 나왔을 때 ‘작자 미상의 아름다운 여인 초상화’라고 불리며 1800년대의 독일풍 초상화로 소개되었다. 영국에 살던 피렌체 사람 잔니노 마르키가 가지고 나온 이 정체불명의 초상화는 당시 뉴욕의 미술상 케이트 갠츠가 1만2,850달러에 구입했고, 2007년 다시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열성 팬이었던 캐나다 수집가 피터 실버만에게 같은 가격에 팔았다.
피터 실버만은 이 작품을 처음 보았을 때부터 다빈치의 작품이 아닐까 하는 의구심을 가졌으며 구매한 후 미술 각 분야의 전문가들에게 감정을 의뢰하며 조사했다. 방사성 탄소 연대 측정법을 비롯한 여러 가지 과학적인 촬영기법에 의한 분석, 다빈치 권위자인 옥스포드 대학 마틴 캠프 교수가 영국의 로열 국립도서관에 보관된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다른 스케치와 비교 분석한 결과 색상의 아름다운 변조, 정확한 라인과 음영 등은 그의 왼손 스케치의 흔적이 맞다고 확인했다. 이 작품이 다빈치의 진품이라는 것이 확인된 후 작품의 가격은 현재 1억5,000만달러를 호가하고 있다.
초상화의 주인공, 비앙카 스포르차는 다빈치의 후원자였던 밀라노 귀족 루도비코 일 모로의 딸이다. 그녀는 1496년 1월 밀라노 군대 사령관이며 마르케 지방 영주였던 갈레아조 산세베리노(Galeazzo Sanseverino)와 13세 나이로 결혼하는데 불행하게도 그해 겨울 죽는다. 이 그림은 그녀의 결혼선물로 그려진 것으로 추정된다.
500년 전의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작품이 현대에 와서 발견되는 일은 매우 드물기 때문에 이 작품의 집중적인 감정과 연구의 과정은 ‘다빈치의 또 다른 모나리자’(Mystery of the Lost Leonardo)라는 제목의 2012년 다큐멘터리로 자세하게 소개돼 있다.
4. 지난 6월 스페인 마드리드의 프라도 미술관을 방문했을 때 파리 루브르에 소장된 것과 너무나 비슷한, 또 다른 ‘모나리자’를 관람하게 됐다.
프라도 미술관은 전부터 소장하고 있던 이 그림을 16~17세기에 그려진 수많은 ‘짝퉁 모나리자’들의 하나로만 여겨 별 관심을 두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나 정밀조사 결과 이 그림은 다빈치가 원작을 그릴 때 그의 제자가 스승의 작업실에서 스승과 함께 그린 것으로 보인다고 2012년 프라도 미술관이 밝혔다.
이 그림이 독자적인 가치를 지닌 것으로 확인하게 된 계기는 그해 루브르 박물관 대여 전시를 위해 전문가들이 복원작업을 한데서 시작됐다. 놀라운 발견은 복제품에 덧칠된 검은 물감을 제거하면서 시작됐다. 인물의 배경에서 이탈리아 토스카나 지방의 풍경 그림이 드러나기 시작했는데 이는 원작을 빼다 박은 것처럼 닮은 것이었다. 또 얼굴에 덧칠된 광택제를 벗겨내자 모나리자의 매혹적인 눈과 불가사의한 미소가 더욱 생생한 모습으로 빛을 발했다.
다빈치의 원작은 그림 표면의 물감 칠에 작은 금들이 많이 가고 전반적으로 어두운 색조다. 모델이 나이든 중년 여성으로 보이는 이유다. 반면 복원된 복제품 모나리자는 훨씬 화사한 배경에 투명한 피부 결을 지닌 20대 초반의 젊은 여성으로 되살아났다. 눈썹이 없는 원작과 달리 엷고 가는 눈썹이 선명한 것도 원작과 다른 분위기를 풍긴다.
두 작품을 적외선으로 투영해본 밑그림은 복제그림을 다시 보는데 결정적 힘을 실어주었다. 원작의 밑그림과 복제화의 밑그림이 아주 비슷하다는 사실이 새롭게 밝혀진 것. 이는 복제 그림이 원작과 같은 시기에 같은 공간에서 제작됐으며, 두 작품이 거의 똑같은 밑그림에서 출발해 별도의 가다듬기와 채색과정을 밟았음을 시사한다.
화폭의 액자 재질도 복제화의 재발견에 한몫했다. 지금까지는 이 복제 그림의 틀이 당시 이탈리아에선 거의 쓰이지 않았던 오크나무로 제작된 것으로 여겨져 북유럽 화가가 그렸을 것이란 추정의 근거가 됐다. 그러나 정밀조사에서 원작과 같은 호두나무 액자란 사실이 처음 확인됐으며, 크기도 세로 76㎝, 가로 57㎝로 원작과 거의 같았다.
프라도 미술관과 루브르 박물관의 전문가들은 다빈치의 제자였다가 동성애 연인으로 발전한 안드레아 살라이 또는 1506년에 다빈치의 작업실에 입문한 프란체스코 멜지가 이 그림을 그렸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정숙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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