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니 샌더스는 1941년 가족이 히틀러에게 학살당한 폴란드 출신 유대인 아버지와 뉴욕 출신 유대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그가 어린 나이에 정치에 눈을 뜬 것은 이런 가정환경과 무관하지 않다. 그는 “1932년 히틀러가 선거에서 이기자 그 결과 5,000만 명이 죽었다. 나는 일찍이 정치가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배웠다”고 말한 적이 있다.
그는 시카고 대학에 진학, 미국 사회당의 청년 조직인 ‘청년 사회주의 동맹’에 가입하고 1962년 학교 기숙사 인종분리 정책에 항의해 다른 학생 32명과 함께 시카고 사상 처음 총장실을 점거한다. 60~70년대에는 미국의 월남전 참전을 반대하는 반전 운동에 앞장섰고 1971년에는 이를 목적으로 창설된 자유동맹당 당원이 된다.
그는 72년과 74년, 76년 버몬트 주 주지사와 연방 상원의원에 도전하지만 모두 고배를 마신다. 그러나 이에 굴하지 않고 1981년 버몬트 주 최대 도시인 벌링턴 시장 선거에 출마해 첫 승리를 맛본다. 그는 1988년에는 연방 하원 직에 도전했다 패배하지만 2년 뒤 재도전에 해 이기고는 2006년 연방 상원의원 직에 도전해 승리한다. 그는 100명의 연방 상원의원 가운데 세 번째로 인기 있는 의원에 뽑히기도 했다.
그러나 그가 올 4월 대통령 출마 의사를 밝혔을 때 사람들은 웃었다. 당시 힐러리 클린턴의 당내 지지율은 70%가 넘었고 샌더스는 10%가 될까 말까 한 정도였다. 74세의 유대인 사회주의자가 민주당 대선 후보 지명자가 된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 사람들은 더 이상 웃지 않는다. 그의 당내 지지율은 이미 뉴햄프셔와 아이오와에서 힐러리를 따라잡았다. 전국 지지율도 70대 10에서 41대 25로 바뀌었다. 9월말까지 3개월 간 그의 모금액은 2,600만 달러로 힐러리에 거의 육박하며 2008년 같은 기간 오바마가 모은 돈보다 많다. 힐러리와는 달리 부자들 클럽인 수퍼팩 기부를 받지 않기로 한 그가 모은 돈은 거의 전부가 평균 수십 달러의 소액 기부자한테 받은 것이다.
그의 정치적 소신은 처음부터 지금까지 변함이 없다. 부자에게는 중과세를 물리고 저소득층에는 복지혜택을 늘리며 정부가 주관하는 전국민 의료 보험제를 실시하고 월가에 대한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은 자유 시장 경제를 바탕으로 하는 자본주의를 근간으로 하는 나라다. 그의 주장은 상당 부분 이와 배치된다. 그의 정책이 실현되면 투자 의욕을 위축시켜 경제 성장을 둔화시키고 재정 적자폭이 늘어날 것이란 우려도 높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주주의 하에서 정치가 온 국민을 잘 살게 할 수 있는 정책과 비전을 제시하고 국민들의 지지를 얻어 당선된 후 이를 실현하는 일이라면 그야말로 정치가라는 이름에 합당한 인물이다.
반면 아직도 민주당 유력 대선 주자로 꼽히고 있는 힐러리는 국무장관 시절 미국 정책과 이해관계가 직접적으로 얽혀있는 제3세계 독재자와 기업들로부터 자기 재단에 거액의 헌금을 받는가 하면 남편과 아내, 심지어 딸까지 강연 당 수십만 달러의 돈을 받으면서도 그것이 잘못이라는 점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힐러리라면 미국인들이 떠올리는 처음 세 단어는 “거짓말쟁이” “부정직하다” “믿을 수 없다”다. 이쯤 되면 대통령이 아니라 정계 은퇴를 해야 할 것 같은데 본인은 아무런 부끄러움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미국에서 가장 냉철한 정치평론가의 하나인 유발 레빈은 힐러리에 대해 “똑똑하고 강하고 약으며 실패로부터 배우고 조정하는 능력을 갖췄다. 그러나 사람들은 그녀가 지겨우며 끝없이 말만 한다는 느낌을 갖고 있다. 재미없고 껄끄러우며 진실성이 없고 지나치게 열성적이며 이념의 덫에 걸린 맥없는 엘리트주의자면서 별다른 비전 없이 경험과 능력이라는 의심쩍은 약속에 의지해 이상과 희망으로 겉만 포장된 유세를 벌일 가능성이 높다. 이런 후보는 공화 민주 양당 모두에 많지만 거의 늘 진다”고 적은 바 있다.
힐러리도 한 때는 개인의 이익이 아니라 국가와 민족에 대한 봉사로 정치를 하겠다는 마음을 가졌던 적이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더 이상은 아니다. 진정으로 부의 불평등이 미국의 문제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힐러리 대신 샌더스를 택하는 것이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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