톰 젤텐(Tom Gjelten)은 미국 공영라디오 뉴스의 기자로서 ‘여러 민족들의 나라: 위대한 미국이민역사’(A Nation of Nations: A Great American Story)란 책의 저자이다. 그가 최근 워싱턴포스트에 기고한 칼럼이 눈길을 끈다. 그의 ‘미국의 얼굴을 변모시킨 법안’이란 제목의 칼럼을 읽으며 1965년도 이민 및 국적법(INA) 발의와 수정, 통과가 이민 개혁법에 미친 영향에 대해 여러 가지를 배울 수 있었다.
우선 널리 알려진 것처럼 미국 대륙의 이민 역사는 앵글로 색슨 계통의 백인들로부터 시작되었고 주로 유럽의 다른 백인 민족들이 뒤따랐다. 19세기 중반부터 미 대륙 철도공사를 위해 이주시킨 중국인 쿨리들이 번성하여 서부지역의 인구 판도가 변할 것을 두려워한 ‘황화’(Yellow Peril)란 표현이 연방의회와 신문지상에서 공공연히 판을 치던 시대도 있었다. 1882년에는 중국인 이민 배제법이 통과될 정도였다. 미국의 노동지도자 새뮤얼 곰퍼즈는 “우월한 백인들은 열등한 아시아인들을 법으로, 또는 필요하다면 무력으로 제지할 수밖에 없다”라고 말하기까지 했다. 그 와중에서 상당수의 중국인들이 억울하게 죽음을 당했다.
1854년부터 1874년까지는 중국인들이 백인 남성들에 대해 법정 증언조차 할 수 없는 법이 캘리포니아 주에서 시행됐다. 심지어 1879년 캘리포니아 헌법은 ‘중국 사람들, 백치들과 정신병자들’에게 투표권 부여를 거부하기에 이르렀다.
1924년에 통과된 이민법은 이민자들의 출신국가들에 대한 할당제로서 이민 희망자들의 종족이 중시되었던바 유럽의 서북지역 나라 출신들이 다른 나라 출신들보다 선호됐다. 1965년 이민개혁법은 1924년의 이민법을 개혁하기 위해 40년간 투쟁해 왔던 뉴욕 출신 민주당 하원의원 임마누엘 셀러와 미시간 출신 진보 상원의원 필립 하트가 주요 발의자였다.
그런데 이민자들의 출신국들이 당시 미국인구의 원천이었던 서부유럽에서 아시아와 아프리카로 바뀌게 될 것임을 우려한 공화, 민주 양당의 보수의원들과 단체들로부터 격렬한 반대에 직면하게 되었다. 특히 하원 법사위의 이민분과 위원장이던 마이클 페이간(민주, 오하이오)은 그 법안의 내용을 자기주장대로 고치지 않으면 법안에 대한 청문회조차 열지 않겠다고 위협했다.
그러면서 미국에 유익한 기술이나 교육을 받은 사람들을 중시하는 이민 우선순위 내용을 고쳐 가족들의 연합을 제일 중요한 우선순위로 만들도록 하는 양보를 받았다. 페이간은 미국시민들의 유럽에 있는 가족들이 이민신청을 해서 미국에 오면 유럽 출신이민자들이 계속해서 다수를 차지할 것이라고 생각했고 보수계 의원들을 설득해서 법이 통과되게 했다는 것이 젤텐의 주장이다.
그러나 진보나 보수 어느 쪽도 존슨 대통령이 1965년 10월3일 페이간이 개정한대로의 INA에 서명함으로써 어떤 연쇄반응이 일어날지 전혀 예측하지 못했다. 젤텐은 “미국에서 직장을 제의 받는 인도의 엔지니어나 미군과 결혼한 한국여자는 일단 미국시민으로 선서한 다음 그들의 가족들과 또 그들의 배우자들을 초청할 수 있게 되었다”고 쓰고 있다.
국제질서의 변화도 미국의 이민추세에 큰 영향을 미쳤다. 유럽의 경제와 사회발전 때문에 유럽인들이 새로운 기회를 찾아 미국으로 향하는 것이 드물게 된 반면 개발도상국들에서는 인구 폭발과 증가하는 사회문제들이 이민추세를 가속화 시켰다는 분석이다. “1965년 이후 50년 동안에 미국 바깥에서 태어난 미국인들의 비율이 3배가 되었다. 1960년에는 8명의 이민자들 중 7명은 유럽 출신 백인들이었다. 2010년에 이르러서는 10명의 이민자들 중 9명은 유럽권 바깥의 유색인종들이며 대부분의 이민자들은 미국이민법의 가족연합조항으로 들어왔다.”
1965년의 INA는 당초 의도와는 다른 결과를 가져왔다. 하지만 의도치 않았다는 것이 불행한 결과를 가져오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 젤텐의 결론이다. 1965년 이래 도착한 이민자들은 미국경제에 기여했으며 미국의 문화를 더 살찌게 했을 뿐 아니라 미국이 기회의 나라임을 실증하는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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