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하기 좋은 여름이 가고, 여행하기 더 좋은 가을이 왔다.
가을로 접어든 대한민국은 가장 완벽한 여행지다. 울긋불긋 물든 단풍과 신선한 바람, 그리고 이때에만 맛볼 수 있는 제철음식까지 풍년이니 더 바랄 나위가 없다.
짭조롬한 돌게장과 제철을 앞둔 꼬막의 쫄깃한 맛은 상상만으로 군침이돈다. 어디 이뿐이랴, 한 상 가득 차려진 쌈밥 정식과 대나무 향기 그윽한담양 대통밥까지… 지금, 맛있는 상상을 하고 있을 독자들을 위해 맛 따라,명소 따라 서해의 방방곡곡을 누비는 모국관광 코스를 소개한다.
◎백제 혼 서린‘부여’
부여는 123년 동안 백제의 왕도였다. 필자는 평소 백제 역사 발굴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우리 민족의 자존심인 백제 역사를 재조명해야 한다고 믿고 있다. 백제의 역사 찾기 운동은 부여와 웅진을 시발점으로 중국의 동해안 지역, 대만, 필리핀, 일본 지역까지 확대돼야 할 것이다. 그 시작으로 백제의 숨결과 흔적이 서린 부여부터 방문해보자.
부여 사람들은 금강을 백마강이라고 부른다. ‘부소산성’은 부여 서쪽을반달 모양으로 휘감아 흐르는 백마강을 굽어보며 자리잡고 있다. 웅진(지금의 공주)에서 사비로 수도를 옮긴 백제 성왕 16년(서기 538년)에 왕궁 방비를 위해 쌓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 유명한 낙화암이 산성의 백미다. ‘의자왕과 삼천궁녀’의 전설이 전해 내려오는 곳이다. 낙화암 바로 앞에는 백화정이란 정자가 있다.
먹거리 중에서는 쌈밥 정식이 유명하다. 양배추, 상치, 치커리, 깻잎, 당귀잎 등 부여에서 자란 싱싱한 제철 채소들이 입맛을 돋운다. 여기에 다양한 메인 반찬과 젓갈, 장아찌 등이 곁들여져 첫 번째 미각 여행으로 부족함이 없다.
◎사랑의 열기가 달뜨는 도시 ‘남원’
다음 여행지는 국악과 판소리의 본고장이자, 춘향과 몽룡의 운명적 사랑이 이뤄진 남원이다.
남원에서는 ‘광한루원’이 여행객들을 반긴다. 광한루원에 자리한 광한루는 우리나라 전통 누각 중 가장 아름다운 누각으로 손꼽힌다. 조선 태조 때 황희가 남원에 유배되었을 때지은 것으로 처음엔 ‘광통루’(廣通樓)라 불렀다고 한다. 광한루라는 이름은 세종 16년(1434년) 정인지가 고쳐세운 뒤 월궁의 광한청허부와 흡사하다 하여 이름을 바꾸었다.
광한루원 또 하나의 명물은 춘향과 몽룡이 사랑을 맹세한 다리이자,견우와 직녀의 슬픈 전설이 깃든 ‘오작교’다.
◎맛과 멋의 고장 ‘순창’
아름드리 메타세콰이어가 늘어선길을 따라 전통의 맛과 멋을 간직한 발효마을 순창이다.
‘고추장민속마을’은 강천산과의 갈림길 앞에 위치해 있다. 순창 지역에 산재해 있던 전통 고추장 명인들이 한곳에 마을을 만들고 체계적으로 장류산업을 발전시키기 위해 지난 90년대 만들어진 마을이다. 집집마다 장독대가 즐비하고 메주를 매단 모습이 고풍스럽다.
고즈넉한 한옥들과 장독대, 널려 있는 메주는 그 모습 그대로 고향을 느끼게 해준다.
◎힐링과 웰빙 밥상 ‘담양’
담양군에서 조성한 담양읍 향교리의 ‘죽녹원’을 만날 차례다.
죽녹원은 하늘을 향해 높이 곧게뻗은 울창한 대나무 숲으로, 이곳을 찾는 모든 이들에게 온전한 힐링을 선사한다. 대나무 사이로 불어오는 대바람이 일상에 지친 심신에 청량감을 불어 넣어주는 듯하다. 푸른 댓잎을 통과해 쏟아지는 햇살의 기운을 몸으로 받아내는 기분까지 신선해진다.
죽녹원의 산책로는 2.4km에 달하며 운수대통길·죽마고우길·철학자의길 등 8가지 다채로운 주제로 구성되어 있다.
저녁으로는 이와 잘 어울리는 웰빙 밥상이 준비된다. 바로 담양 대통밥이 그 주인공이다. 지름 10㎝의 왕대속 부분에 쌀과 각종 씨앗류를 넣고쪄내는 대통밥은 남녀노소가 좋아한다. 대통을 감싼 한지를 벗겨 내면 쌀과 밤, 대추, 은행, 잣 등과 함께 막 쪄낸 밥이 입맛을 돋운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밥을 죽순 나물이나 산채류에 고추장을 더해 비벼 먹어도 일품이다. 죽순 초무침과 산나물, 해물 등이 밑반찬으로 나오며, 특히 두부를썰어 넣은 된장국과 잘 어울린다.
◎고향의 정취 가득한‘순천’
여행 이튿날은 고향처럼 푸근하게맞아주는 순천에서 시작한다.
전남 순천 낙안면에는 ‘낙안읍성’이있다. 성곽길을 걸으며 초가집들 옹기종기 앉은 모습을 마주하면 잊고 지냈던 어린 날의 동경이 되살아난다.
농촌에서도 초가집을 보기 힘들어진 요즘, 도시에서 자란 아이들과도 나누고 싶은 볼거리다.
낙안읍성은 조선시대 왜구의 침입을 막기 위해 쌓은 읍성이다. 전남지역, 특히 낙안은 평야가 많아 이를 노리는 왜구들의 침입이 잦았다. 성 안에는 객사와 동헌 등 관청건물과 함께 약 100여채의 초가집이 복원 되 있다. 흥미로운 것은 성 안에 실제로 사람들이 살고 있다는 점이다. 이러니 성 안에는 사람의 온기가 고스란히 남아 있다.
성과 마을이 함께 국내 최초로 사적(제302호)으로 지정됐다. 전국 각지에 있는 읍성 가운데 사적으로 지정된 곳은 11개, 이 가운데 낙안읍성은 유네스코 세계유산 잠정목록에 유일하게 이름을 올릴 만큼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낙안읍성은 성곽을 밟으며 걸어도 좋다. 성곽에서 내려다 보는 마을은또 다른 감흥으로 다가온다.
순천의 또다른 명소는 ‘순천만 갈대밭’이다. 순천만은 바람, 물, 철새로 가득하다. 바람에 사각거리는 황금빛갈대, 짱둥어, 게 등 갯벌의 터줏대감들과 철새들을 만날 수 있다.
◎녹차와 꼬막의 만남‘보성’
전라남도 보성은‘보성 녹차밭’이유명하다. 녹색 비단처럼 펼쳐져 있는 녹차 잎의 장관과 진한 녹차 향기에 기분 좋게 취하는 듯하다.
보성 녹차밭과 함께 보성은 초록의보리밭과 득량만 풍경이 압권이다. 방조제 길을 따라 왼쪽에 수로가 이어지고 갈대가 우거져 운치가 있다. 약30여채의 한옥에는 툇마루와 댓돌에서 마당의 우물, 군불 때는 아궁이까지 우리 고유의 생활 풍경들이 고스란히 남아 있어 체험학습 여행지로 가볼 만한 곳이다.
보성이 자랑하는 대표 먹을거리는 단연 꼬막 정식이다. 벌교에서 잡은 통꼬막과 꼬막전, 꼬막회무침, 꼬막탕과 양념꼬막 등이 푸짐하다. 그 중 꼬막회무침은 매콤하면서도 쫄깃한 꼬막이 채소와 어우러져 향긋한 맛을낸다. 여기에다 생선구이와 낙지말이까지 합치면 밑반찬만 해도 배가 부를 지경이다.
◎한국의 나폴리 ‘여수’
고울 려(麗), 물 수(水), 여수는 이름 그대로 아름다운 물의 도시다. ‘이순신 광장’에서는 거북선을 관람할 수 있다. 여수시는 임진왜란 당시 이순신장군이 건조했던 거북선을 원형에 가깝게 재현했는데, 이 거북선이 광장에 전시돼 있다. 거북선 내부는 노를 젓는 수군, 무기 저장소, 부식 창고,부상자 병동 등 당시의 상황을 엿볼수 있도록 꾸며져 있다.
또한 오동도는 여수십경 중 1경이다. 해마다 3월이면 붉은 동백꽃이섬 전체를 붉게 물들인다.
남도 미각의 보배라 불리는 여수음식, 그 중 여수에서만 만날 수 있는돌게장이 으뜸이다. 여수 바다에는 바위가 많아 모래가 아닌 돌 밑에 서식하는 돌게가 흔하다. 바다내음 가득한 돌게장을 밥에 비벼 먹으면 한공기가 순식간에 비워진다.
박평식 (아주투어 대표)
(213)388-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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