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외서 자생 ‘단색화’ 뇌졸중 이긴 예술혼
▶ 아시아 최대 아트페어 화랑협회 ‘키아프’ 초대
■ ‘물의 화가’안영일 한국서 특별전
안영일 화백이 한국서 특별전을 갖는다.
고국을 떠난 지 50년, 한국에서 마지막 초대전을 가진지 30년만이다.
올해 초 LA 한국문화원과 롱비치 아트 뮤지엄에서의 초대전을 통해 수많은 사람을 감동시켰던 ‘물의 화가’안영일(사진)은 오는 7~11일서울 코엑스에서 열리는 기아프(KIAF) 2015에 초대되 그 감동을 국제무대로 전하게 된다.
키아프는 한국화랑협회가 주최하는 아시아 최대의 아트페어로, 매년 20여개 국의 200여갤러리가 참여,다양한 동시대 미술을 소개하며 미술시장에 활기를 불어넣는 국제행사다.
안영일의 작품을 키아프에 소개하는 갤러리는 컬버시티의 ‘백 아트’(Baik Art?관장 수잔 백), 한국 창원의 갤러리 세솜(대표 정해열)과 함께 안 화백의 작품을 세계 화단에 알리는 일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백 아트’는 내년 1월 LA 컨벤션센터에서 열리는 2016 LA 아트쇼에도 안영일 개인전을 기획하고 있어 그의 반짝이는 ‘물’ 시리즈가 동서양의 주요 미술시장에서 잇달아 빛을 발하게 될 전망이다.
특히 안영일의 ‘물’(Water) 시리즈는 현재 한국과 글로벌 화단이 주목하고 있는 ‘단색화’로 평가되고 있어 이번 전시에 대한 화단의 기대가 굉장히 크다고 관계자들은 전하고 있다.
한국의 단색화를 세계에 알린 한국의 유명 미술평론가 윤진섭씨는 지난 여름 안영일 화백의 스튜디오를 방문, ‘물’ 시리즈가 해외에서 자생된 또 다른 류의 단색화임을 확인한 바 있다(본보 7월24일자 문화면). 윤진섭 평론가는 이번 키아프 전시에 부친 평론을 통해 샌타모니카 바다가 창출한 ‘물’ 시리즈 특유의 단색화 양식, 그 깊이와 넓이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안영일의 그림은 나이프에 의해 이루어진 사각의 작은 점들로 채워져 있다. 그것은 반짝이며 밀려오는 파도의 축소판과도 같다… 이것은 안 화백이 오랫동안 심취해온 음악에서의 스타카토 기법처럼 뚝뚝 끊어지는 비슷한 크기의 사각형 단위를 캔버스 전면에 포치하는 특유의 양식을 정립한 것이다… 이같은 반복적 특징은 김환기를 비롯하여 박서보, 이우환, 정상화, 하종현 등등 한국의 1세대 단색화 작가들 작품에서 보이는 반복적 특징과 궤를 같이 한다”윤진섭 평론가는 무엇보다 안 화백이 수년간의 투병으로 작품 제작에 용이하지 않은 신체적 조건에도 불구하고 불굴의 정신력으로 새로운 예술의 창조와 갱신을 위해 노력하는 자세에서 깊은 감동을 받았다고 말한다.
“LA에 있는 그의 작업실을 방문했을 때, 나는 1백호에서 3백호에 이르는 대형 단색화 작품들이 시렁에 빼곡히 들어차 있는 광경을 보고 경탄을 금할 수 없었다. 나는 그를 직접 대면, 대화를 나누면서 그가 뇌졸중의 후유증으로 인해 몸이 불편하다는 사실을 이내 알 수 있었다. 그렇다면 나이프에 의해 질서정연하게 덮여 있는 물감의 흔적이 저처럼 불편한 몸에 의해 이루어졌단 말인가. 처음에는 도무지 믿어지지 않았다. 그러나 그와 대화를 나누고 집념에 가득 찬 그의 눈빛을 바라보면서 나는 그의 투철한 예술혼을 가늠할 수 있었다”올해 초부터 이어지고 있는 안영일 화백의 큰 전시들과 화단의 호평은 오랜 투병 후에 찾아온 경사라는 점에서 화가 자신은 물론 주위의 감격이 크다고 하겠다. 안 화백의 아내 황영애 여사는 “아직도 건강이 회복되지 않은 상태지만 요즘 의욕과 희망이 넘쳐 그 어느 때보다 열정적으로 작품에 몰두하고 있으며 기가 막힌 대작들이 계속 탄생되고 있다”고 전했다.
안 화백의 작품은 ‘물’ 시리즈 외에도 ‘캘리포니아’ ‘앳더 비치’ ‘새’ ‘음악가’ 등 여러 시리즈가 모두 사랑받고 있지만 ‘백 아트’는 이번 키아프 전시에 ‘물’만 가지고 나간다. 대작 6점과 작은 사이즈 서너점을 건다는 수잔 백 관장은 “굉장히 큰 부스를 얻었는데도 80×90인치의 대작 6점을 걸었더니 전시장이 꽉 찬다”고 전하고 특히나 ‘물’은 작품 앞에 섰을 때 그 몰입도가 압도적이라 많이 걸 수가 없다고 말했다.
수잔 백 관장은 작년 11월 처음 안영일 작품을 보았을 때를 이렇게 회상한다.
“선생님 작업실에 들어갔을 때 30년 세월이 거기 그대로 다 있는 모습을 보고 너무 큰 감동을 받았습니다. 그곳에 들어가는 순간 수십년 몰입하고 결집된 화가의 기운을 느낄 수 있었고, 하나하나 진지하고 깊이가 느껴지는 작품들 앞에서 완전히 넋이 나간 것 같았어요. 선생님 작품 앞에 서면 그림을 아는 사람이건 모르는 사람이건 빨려 들어가지 않을 수 없는데, 어머니 자궁 안에 들어간 듯 따뜻하게 감싸 안겨지는 그 기분을 느낄 수 있도록 이번 전시에 그 마음을 담아 디스플레이했습니다”키아프 전시를 위해 한국을 방문하는 안영일 화백은 “80평생 캔버스 앞을 떠나지 않고 쉼 없이 그려온 작품들을 들고 돌아가 고국의 화단에 서는 심정은 이루 말할 수 없이 떨리고 뿌듯하면서도 조심스럽다”고 감회를 전하고 “청주 논두렁길을 꿈을 안고 걸어 다니던 소년이 거친 들판을 거치고, 생사의 고비를 여러 번 넘긴 후 따뜻한 고국의 품으로 돌아가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지금 한국의 화단은 내가 반세기 전에 떠날 때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이 발전되었고 국제적으로도 치열한 경쟁력을 갖고 있으며 특히 키아프는 한국의 수많은 화랑들과 세계 여러 나라 화랑들이 집결하여 벌이는 대단한 규모의 미술잔치라고 하는데, 거기에 특별전을 꾸며서 나를 초대해준 화랑 측과 좋은 평론으로 새롭게 마음을 추스르도록 격려해준 윤진섭 평론가에게 마음 깊이 감사한다”고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정숙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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