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어떤 국가가 되려하나. 아니, 어떤 나라인가’-.
2박3일의 시애틀 일정으로 시작된 시진핑의 미국 국빈방문이 마침내 끝났다. 두 나라 정상의 화담 발표 내용 중 눈에 띄는 것은 북한 핵 개발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 등의 도발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로 했다는 것 정도로(특히 한국인에게는), 혹시나 했으나 역시나 한 느낌이다.
시진핑의 미국방문은 그렇지만 양국관계에 있어 새삼 보다 근본적인 질문을 떠올리게 한다. 중국은 어떤 나라인가, 그 방향성은 도대체 어디인가 하는 것이다. 동시에 또 다른 한 가지 사실도 알리고 있다. 중국을 바라보는 워싱턴 조야의 시각에 엄청난 변화가 생겼다는 것이다.
닉슨 이후 역대 미대통령들은 하나 같이 중국 포용정책을 취해왔다. 이제 미국의 싱크 탱크들은 저마다 그 정책을 바꿀 때가 됐다는 진언을 하고 있는 것이다. 무엇이 가져온 변화인가.
중국공산당은 1989년 이후 최악의 위기를 맞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증시가 주저앉았다. 위안화도 하향 조정됐다. 경제는 성장을 멈추다 시피 했다. 경제가 중국굴기의 동력기였다. 그 경제가 이제는 추락의 엔진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주요 금리를 잇달아 내리는 등 특단의 조치를 계속 취했다. 그러나 한번 하강곡선을 그린 경기는 상승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이와 함께 중국몽(中國夢) 백일몽이 됐다. 신흥중산층마저 동요하면서 시진핑 체제의 위상이 크게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7%의 경제성장은 허구다. 사실에 있어서는 2.2%의 성장에 머물고 있다. 그 중국이 이제는 돌이킬 수 없는 지점에 와 있다는 것이 데일리 비스트지의 진단이다.
“한 달에 1350억 달러가 해외로 유출된다. 위안화 보호를 위해 당국은 하루 200억 달러를 날린다. 그렇지만 해결방안은 떠오르지 않는다. 장래가 안 보이는 것이다. 최상의 시나리오라고 해야 90년대 일본처럼 20년간의 장기불황기를 맞는 것이다. 그 보다 가능성이 더 큰, 그리고 더 암담한 시나리오는 1930년대와 방불한 상황을 맞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계속되는 암울한 전망으로, 경제개혁도 기득권층의 저항에 막혀 지지부진이라는 설명이다.
“공산당 일당체제의 중국은 집권세력의 배나 불리는 도둑정치(kleptocracy)에 지나지 않는다.” 폴리티코지의 지적이다. 중국공산당원수는 8000만이 넘는다. 그중 10% 정도가(사실에 있어서는 훨씬 더 많지만) 부정부패에 연루됐다고 해도 그 ‘검은 돈’은 적게 잡아 조(trillion)달러 선을 쉽게 상회한다.
고위 당직자의 경우 부정부패로 축재한 돈은 수 십 억 달러가 보통이다. 그 부패 규모는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으로 결국 대파국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경고다.
마구 잡아들인다. 당 내 도전세력은 부패척결의 이름으로 숙청한다. 군부도 마찬가지다. 반체제인사는 말할 것도 없다. 구금된 인권변호사만 수 백 명이다. 인권운동가도. 지식인도 탄압대상이다. 기독교도 그렇다. 티베트, 신장성 등지에서의 소수민족 탄압은 더 혹심해졌다.
과거에도 있던 일이다. 그러나 시진핑 체제 출범과 함께 탄압, 구금, 공권력에 의한 납치 등은 전 방위적으로 더 가혹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천안문 사태이후 최악의 인권상황. 이로 인해 시진핑 체제에 대한 실망은 높아만 간다. 그 중국이 남중국해에서, 동중국해에서 계속 도발을 해온다. 미국을 타깃으로 한 사이버공격을 서슴지 않는다. 여론이 나빠지면서 중국을 바라보는 워싱턴의 시각은 크게 달라지고 만 것이다.
모든 서방적인 요소는 박멸해야한다. 중국을 파괴하려드는 세력이니까. 입헌 민주주의를 제창한다. 체포대상이다. 인류의 보편적 가치를 말한다. 마찬가지다. 시민사회니 자유언론, 모택동시대 오류에 대한 비판. 이런 것들은 시진핑 시대들어 모두 금기사항이 됐다. 왜.
‘태자당’이다. 선대, 아버지가 이룩한 공산혁명체제에 특별한 애착을 품고 있다. 일종의 오우너십 의식이랄까. 그런 그들이 위기를 느낀다. 그러자 발동한 것이 ‘타고난 공산주의자’(born red)의 본색이다. 일부에서 제기되는 설명이다.
“중국공산당 통치를 지탱해온 지주는 네 가지다. 경제성장, 내셔널리즘, 압제, 그리고 공산주의 이데올로기다. 공산 이데올로기가 죽은지는 오래다. 그런 마당에 경제성장도 멈추었다. 남은 것은 내셔널리즘과 압제밖에 없다.” 코멘터리지의 지적이다. 경제가 동력을 상실했다. 그러니 탄압은 가중되고 내셔널리즘은 의도적으로 더 고양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내셔널리즘 등 뒤에 숨을 정도로 허약해졌다. 그 공산당 1당 체제는 그러나 더 위험할 수도 있다. 통치기반이 흔들린다. 반비례해 탄압이 가중된다. 그렇지만 한계에 봉착한다. 그 때 내셔널리즘에 편승해 외부도발을 할 가능성이 크다는 거다.
그 도발지역이 남중국해가 될지, 이어도 아래 동중국해가 될지, 대만이 될지….
여기서 다시 한 번 앞서의 질문을 던지고 싶다. 한 마디를 덧붙여서. ‘중국은 어떤 국가가 되려하나. 아니, 어떤 나라인가. 특히 한국인에게는’-.
뭐 이유는 다른데 있는 게 아니다. 중국 앞에만 서면 한없이 작아진다. 그 ‘중국 짝사랑’의 미몽(迷夢)에서 좀 저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게 한국으로 보여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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