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2016년 대선후보 2차 토론회가 끝나면서 공화당 주류는 희망의 신호를 읽은 듯하다. 즉각 쏟아져 나온 미디어의 분석과 전망이 ‘오래 기대해온’ 핵심을 조명한 것이다 - “도널드 트럼프의 종말이 시작되는 것인가” “이제야 트럼프의 거품이 터지려는가” “드디어 트럼프의 여름이 끝나고 있다”…
트럼프의 추락 예고는 (번번이 틀리면서도) 계속되어 왔지만 이번의 종말 예고 역시 근거 논리는 충분하다. 트럼프를 겁내던 1차 토론과는 달리 트럼프 때리기에 적극 뛰어든 여러 후보들의 합동공격에 트럼프는 비틀거리기도 하고 안보와 외교 등 정책의 무지를 드러내기도 하면서 빈약한 국정지식의 밑천을 드러냈고 그 특유의 호언장담도 빛을 발하지 못했다.
그러나 한 주가 지난 현재, 그 효과는 불분명하다. ‘트럼프 종말의 시작’에 대해 자신있게 “그렇다”라고 단언하기도 “아니다”라고 장담하기도 애매한 상황이다. “아직은 아니다”라고 얼버무리는 게 정확한 진단일지 모르겠다.
토론 후 실시한 CNN 여론조사에서 나타난 트럼프 지지율은 24%로 여전히 부동의 1위다. 또 다른 아웃사이더 칼리 피오리나 후보가 4%에서 15%로 급등했을 뿐, 주류가 목매고 있는 젭 부시 등 엘리트 후보들은 여전히 지지율 한 자리 숫자의 중위권에서 헤매고 있다.
이번 대선에서 가장 흥미로운 토픽은 단연 트럼프다. 트럼프는 승리할 수 있을까? 승리할까? 무엇이 그를 추락시킬 수 있을까?전문가들에게도 그 대답이 어려운 이유는 “트럼프가 현대 미 정치사에서 다른 어떤 후보들과도 같지 않다는 것이 증명되었기 때문”이라고 블룸버그뉴스의 정치해설가 마크 헬퍼린은 말한다.
저력을 못 갖춘 채 바닥에서 정상으로 치솟은 반짝 선두주자가 이렇게 흔들렸을 경우 종래의 ‘정상적인’ 선거전에서라면 곧바로 추락으로 이어져야 한다. 그러나 새로운 유형의 별종 후보 트럼프가 휘젓고 있는 이번 대선판은 좀 다르다. 예측불허다. 예상치 못했던 반짝 스타는 전에도 양당 선거전에 여럿 있었지만 트럼프처럼 두 달 넘게 1위를 고수해온 경우는 드물었다.
트럼프는 “공격의 천재이며 공격에 대한 면역성도 강하다”는 헬퍼린의 지적대로 극단적 보수표밭에 어필해야하는 공화 경선에서 빛을 발할 ‘유능한 킬러’이며 TV출연 통해 연마한 대중과의 소통능력도 뛰어나다. 여러모로 공화 경선에 어울리는 만만치 않은 후보다.
이런 트럼프를 막기 위한 당 지도부와 큰손 기부가들의 작전회의는 이미 몇 주 전부터 거듭되고 있다. 네거티브 메시지를 시험하는 포커스그룹도 구성되었고 공격자료 수집도 끝낸 상태다. 그러나 보수진영 수퍼팩인 ‘성장위한 클럽’이 지난주부터 아이오와에서 그를 비방하는 TV광고를 시작했을 뿐, 아직 전면시행엔 들어가지 못했다. 예상 경비가 너무 막대하고 호전적인 트럼프 자신과 열광적인 트럼프 지지자들의 역풍을 우려해서다.
전략의 큰 줄기는 나와 있다. 쉽게 말하면 헐뜯기 비방이다 : 트럼프는 신뢰할 수 없다(파산과 이혼, 카지노사업과 석연치 않은 사업거래 등 그의 모든 전력을 파헤치면서), 그는 보수주의가 아닌 리버럴이다(오바마케어보다 한 발 더 나간 전국민 의료보험제와 낙태를 지지하며 힐러리 및 낸시 펠로시의 오랜 기부가라고 강조하면서), 그는 대통령이나 통수권자의 자질과는 거리가 멀다(국정 전문지식 결여를 폭로하면서)…
대부분 사실이니 헐뜯기는 맞지만 ‘중상모략’은 아니다!LA타임스가 정리한 트럼프 시나리오는 두 가지다.
첫째, 트럼프는 승리할 수 있다. 지금까지의 허풍이미지를 자제하고 대통령 후보다운 구체적 정책을 제시하면서 다른 후보들의 공격과 미디어의 검증에서 살아남아야 한다. 불가능하지 않다. 이미 획기적 세제개혁 공약도 선보였다.
둘째, 트럼프는 패배할 것이다. 자신의 흠집 많은 전적과 얄팍한 지식에 대한 비방을 능숙하게 핸들하지 못한다면 스스로 무너질 것이다. 미디어의 추궁질문에 발끈하는 모습이 최근 자주 조명되고 있다.
편견을 버리고 객관적으로 보아도 트럼프의 공화 경선 승리 가능성은 낮다. 그는 공화당의 본질인 보수이념이 약한데다가 정치적 무경험자다. 랜드 폴 후보의 지적이 아니더라도 돌출 성격의 ‘견습 대통령’은 불안할 것이다. 무엇보다 트럼프에겐 아직 기반이 없다. 1980년 이후 공화 대선후보 지명의 최대 예측 요소는 당내 유력인사들의 공개지지 선언 숫자다. 젭 부시가 상당수 확보한데 비해 트럼프는 한 명도 없다. 정치예측시장의 승리 확률도 부시의 25%에 비해 트럼프는 15%로 4위에 뒤처져 있다.
9월 들면서 후보군도 정리되고 있다. 릭 페리와 스캇 워커가 이미 사퇴했고 CNN 정치예측시장에서 11월1일 이전 사퇴 확률 70%가 넘는 것으로 꼽힌 후보만도 3명이나 된다. 후보난립이 정리되고 트럼프에 대한 미디어의 보도가 줄어든 후엔, ‘표밭의 분노’에만 의존해서는 이기기 힘든 싸움이 시작될 것이다.
만약 트럼프와 공화 표밭의 열정이 ‘한여름의 로맨스’로 끝나지 않고 성숙한 관계로 발전한다면, 트럼프가 허풍을 자제하고 ‘대통령 후보다운’ 면모를 갖춰가며 내년 3월 수퍼 화요일까지 선두권을 유지한다면 공화당 경선은 본격적인 ‘트럼프 대 반트럼프’의 대결로 압축될 것이다.
그것은 노골적 반이민 인사가 대통령이 될 수도 있다는 의미다. ‘트럼프 대통령’의 국민이 되고 싶은가? ‘한 표’의 무게가 새삼 확실하게 다가온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