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와 아이의 재상봉(Mother And Child Reunion)’이라는 제목이 붙은 폴 사이먼의 팝송이 한국에서도 유행했다. 첫 남북 이산가족 상봉이 이뤄지기 훨씬 전인 1970년대 초였다. 엄마가 가출한 자식과 만나거나 해외 입양아가 생모를 찾아가는 감동적인 내용이 아니다. 이 노래 제목은 얼토당토하게도 닭고기에 달걀을 곁들인 중국식당의 메뉴 이름이다.
지난 6월 뉴욕에서 거창한 ‘지구촌 가족상봉’ 행사가 열렸다. 수십 년간 생사를 모르던 가족들이 얼싸 안고 울음바다를 이루는 우리네 이산가족 상봉이 아니라 음악과 코미디와 쇼가 넘치는 잔치마당이었다. 누구나 참가해서 자신이 속한 ‘족보 나무(Family Tree)’를 확인해보라는 취지였지만 실제로는 치매 예방 및 환자 요양기관을 지원하려는 모금행사였다.
작년 2월 마지막으로 열린 후 중단돼온 남북 이산가족 상봉행사가 한 달 후 재개된다. 갑자기 합의됐듯이 갑자기 취소될 수도 있다. 북한이 장거리 로켓 발사와 핵실험을 위협하며 안면을 바꿨기 때문이다.
별탈이 없다면 남북한에서 100명씩 선정된 이산가족 200명이 10월20일부터 26일까지 두 차례로 나눠 2박3일씩 금강산 면회소에서 상봉하게 된다.
이산가족 상봉은 2000년 6월15일 남북 정상회담(김대중-김정일)에서 결정돼 곧바로 8월15일부터 3일간 첫 행사가 열렸다. 작년 2월까지 19차례에 걸쳐 4,491가족, 총 2만2,547명이 혈육상봉의 한을 풀었다. 7차례의 별도 화상 상봉행사를 통해 557가족, 3,748명이 만났다. 이산가족 상봉사업은 남한에 이명박 ~ 박근혜 보수정권이 들어서면서 뜸해졌다.
남북 정부 간 이산가족 상봉행사에 훨씬 앞서 민간(적십자사) 주도 형식의 이산가족 고향방문단 교환행사가 열렸었다. 지난 20일이 그 30주년 되는 날이었다. 희한하게도 전두환 독재정권 때인 1985년 9월20~23일 이뤄진 이 행사로 남쪽 이산가족 35명이 평양에서 41명의 가족친척을 상봉했고, 북쪽 이산가족 30명이 서울에서 51명의 가족 친척을 만났다.
남한의 이산가족 상봉 신청자는 현재 6만 6,292명이다. 이들이 모두 금강산 면회소에 가는 건 아니다. 1차 컴퓨터 추첨으로 500명이 선발돼 개별상담 및 건강점검을 통해 250명으로 압축된다. 이들 중 북한으로부터 상봉 대상이 확인되지 않는다고 통보된 사람은 탈락된다. 결국 최종 상봉 대상자 100명에 끼려면 600대 1 경쟁의 바늘구멍을 통과해야 한다.
하지만 이들은 사정이 나은 편이다. 이산가족 상봉 자체가 그림의 떡인 사람들이 있다. 미국의 이산가족 한인들이다. 미국시민인 이들은 한국정부의 이산가족 상봉행사에 낄 수 없다. 그렇다고 미국정부가 알아서 나서주지도 않는다. 그동안 많은 경비와 위험을 감내하고 개인적으로 북한에 들어가 비공식 루트를 통해 이산가족을 만난 한인이 적지 않다.
‘재미 이산가족 상봉위원회’(워싱턴 DC)는 한인들의 혈육상봉 꿈이 실현되도록 마크 커크 연방 상원의원과 밥 돌드 연방 하원의원에게 협조를 요청했다. 커크 의원은 이미 2007년 의회에 ‘한인 이산가족 위원회’를 발족시켰다. 돌드 의원은 내달 한국을 방문해 재미 한인 이산가족들도 남북 상봉행사에 참여시키는 방안을 한국정부 관계자와 논의할 예정이다.
요즘 미국정부는 뜨겁게 달아오르는 대통령선거 분위기 속에 시리아 난민, 이란 핵 협상 등 골치 아픈 국제 이슈들을 대하고 있다. 소수 한인 이산가족의 상봉을 도와줄 것으로 기대하기 어렵다.
사이먼의 노래와 뉴욕의 ‘지구촌 가족상봉’ 행사가 보여주듯이 대다수 미국인들의 가족상봉 개념도 엉뚱해서 한인 이산가족의 피맺힌 한을 피부로 이해하지 못한다.
미국 내 한인 이산가족은 2000년대 초까지 1만명이 넘었지만 현재 생존자는 1,000명 미만으로 추정된다. 앞으로 더 빨리 줄어든다. 이들의 소원을 앞장서 풀어줘야 할 기관이 바로 미국 각 지역의 평통자문회의다. 한국정부 기관이면서 미국 시민권자 단체다. 거창한 통일정책 수립보다 한인 이산가족의 60년 한부터 풀어주는 게 미주 평통의 당면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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