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술품 대중과 나눈다” 수장고 관객에 개방 눈길
▶ 소장품 2.000점 전시방식… 독창적인 점 없어 아쉬워
■ 아트 뮤지엄 ‘더 브로드’ 20일 개관
‘더 브로드’가 드디어 완공, 20일 개관한다.
게티 센터, LA카운티미술관(LACMA), 모카(MOCA) 현대미술관, 해머 뮤지엄에 이은 남가주의 다섯 번째 주요 미술관인 ‘더 브로드’는 억만장자자선가이며 남가주 문화예술계의 가장 큰 후원자인 일라이와 이디스(Eli & Edythe Broad) 브로드부부의 개인 소장품 2,000점의 전시기관으로 세워진 콘템포러리 아트 뮤지엄이다.
지난 5년간 남가주 문화예술계는 LA 다운타운에 메가톤급 현대미술관이 개관한다는 엄청난 사건에 숱한 화제와 기대감에 술렁여왔다. 그동안 진척사항을 꾸준히 보도해온 LA타임스는 요 한달 사이 수많은 특집기사를 쏟아내며 ‘더 브로드’를 집중조명하고 있다. 건축물에 관한 평가, 개관전 내용, 브로드 컬렉션과 수장고, 남가주 뮤지엄들의 촉각, 그랜드 애비뉴 효과 등을 심층 보도했고, 인물 인터뷰로 주인공 일라이 브로드, 건축가엘리자베스 딜러(Elizabeth Diller), 초대 관장 조앤 헤일러(Joanne Heyler) 등의 이야기가 잇달아 실렸다.
2010년 부지를 LA 다운타운으로 정하고(베벌리힐스와 샌타모니카가 유치 경쟁을 벌였었다) 딜러스코피디오 렌프로(Diller Scofidio+ Renfro) 건축회사를 선정한 후 2012년 3월 첫삽을 뜬 ‘더 브로드’(The Broad)는 3년반의 공사를 마치고 20일 그 모습을 드러내게 됐다. 건축 일정에 차질이 생겨 개관일자가 15개월 늦춰졌고, 수백명의 언론이 몰린 16일 프레스 프리뷰 날에도 아직 주변 공사가 진행중이라 불편함과 정리 안된 느낌이 있었으나시간이 지나면 해결되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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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 3층은 주차장, 지상 3층으로 이루어진 ‘더 브로드’는 1층과 3층에 대형 전시실이 있고, 2층에는 미술품 수장고와 사무실 공간이 자리잡고 있다. 개관전을 위해 1층과 3층 전시장은 브로드 컬렉션 중 대표적 걸작품들인 1950년대 이후 현대작가 60여명의 작품 250여점을 선보이고 있다.
특히 3만5,000스퀘어피트에 달하는 3층은 10여개의 방으로 구획을 나눠 유명작가들-앤디 워홀, 재스퍼 존스, 사이 톰블리, 엘스워스 켈리, 에드 루섀, 로이 리히텐슈타인, 제프 쿤스, 바바라 크루거, 장 미셸 바스키아, 마이크 켈리, 카라 워커, 크리스토퍼 울 등의 작품을 걸었다.
1층도 7개의 방으로 나눠 작품을 전시하고 있는데 눈에 띄는 것이 두 개의 벽을 모두 차지하는 타카시 무라카미의 엄청나게 큰 작품 ‘죽음의 땅에서 무지개의 꼬리를 밟으며’(In the Land of the Dead, Stepping on the Tail of a Rainbow, 2014)다.
또한 입구에 야요이 쿠사마의 ‘무한 거울의 방’(Infinity Mirrored Room- The Souls of Millions of Light Years Away, 2013)이 설치돼 있는데 미리 입장시간을 예약해야 한다. 이 방은 한사람씩 들어가 마치 우주 속에 들어선 듯 신비한 빛들 속에 무한히 뻗어가는 공간을 체험하는 곳으로 한 사람에게 주어진 시간은 30~45초로 제한된다.
프리뷰 날 한 시간을 기다려 입장했는데 사진 몇장 찍고 나니 나오라고 문이 열린다. 들어가 볼만은 하지만 기다린 시간에 비해 충분히 작품을 경험할 수 없는 것이 아쉬운 점이다.
개인적인 관람평을 덧붙이자면 ‘더 브로드’의 개관전은 기시감이 심해서 그동안 가졌던 기대에 못 미쳤다. 여기 전시된 작품들은 그동안 책과 사진과 이미지에서 수없이 봐온 것들이다. 이중 거의 절반은 라크마에 전시됐던 것들로, 일라이 브로드가 라크마에 지어준 BCAM의 2008년 개관전에 다 나왔던 작품들이다.
브로드는 개인으로는 세계 최다인 2,000점이나 현대미술품을 소장하고 있는데 전세계가 주목하는 이 개관전을 좀 더 획기적이고 대담하며 통찰력 있는 새로운 작품들로 꾸몄으면 더 좋았으리라 생각된다.
그런데 ‘더 브로드’가 다른 뮤지엄들과 차별되는 핵심은 수장고의 개방이다. 이것은 우리 시대의 예술을 좀 더 많은 대중과 나누겠다는 일라이 브로드의 정신에 따른 것으로, 뮤지엄 건축에 DSR 건축회사의 디자인이 선정된 것도 이에 가장 부합한 청사진을 내놓았기 때문이다. 브로드는 전세계 미술관의 90% 이상이 소장품을 창고에만 가둬놓고 전시도 안 하면서 대여에도 인색한 점을 항상 비난해왔다.
‘더 브로드’는 건물 한쪽에 1층과 2층을 통합한 하이텍으로 지어진 엄청나게 큰 수장고를 만들었는데 이를 관람객들이 지나가면서 들여다볼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사실 수장고를 보여준다는 이야기가 여러 번 나와 크게 기대했는데 막상 가보니 대단한 것은 아니었다. 계단으로 걸어 올라가면 한쪽 벽에 뚫려 있는 작은 창문을 통해 한 부분만을 일별할 수 있을 뿐. 하지만 사실 그것만 해도 세계 어떤 뮤지엄도 그런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은 없으니 고마운 일이라 하겠다.
이 수장고가 중요한 또 하나의 이유는 그동안 브로드가 2,000점에 이르는 컬렉션의 보관장소가 모자라 컬버시티와 엘세군도의 5~6개 웨어하우스를 빌려 보관해 왔기 때문이다. 브로드는 자신의 모든 소장품을 한 지붕 아래 모을 수 있고, 이를 대중과 함께 나눌 수 있는 공간을 꿈꿔왔다. 82세의 브로드는 함께 일하기 굉장히 어렵고 까다로운 노인으로 평판이 자자하지만 그가 위대한 점은 자기 개인의 소장품(private collection)을 비사유물 소장품(un-private collection)으로 만드는 일에 투자하고 앞장서왔다는 점이다. 기획전을 제외한 소장품 상설전시는 언제나 누구나 무료로 관람할 수 있는 것이 그 정신을 반영하고 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일라이 브로드는 “50년전 현대미술 수집을 시작한 이후 중독되다시피 모은 것이 2,000점이 넘었고, 이것을 모두 한 곳에 보관하면서 보다 많은 사람들과 나눌 수 있는 공간을 만들기 위해 미술관을 열었다”고 말하고 “콘템포러리 아트는 바로 우리 시대를 표현하는 예술이며, 이런 작품들은 누구나 와서 볼 수 있어야 하기 때문에 무료로 개방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글 정숙희 기자·사진 박상혁 기자>
●브로드 뮤지엄
개관일: 주 6일 오픈.(휴관일은 매주 월요일과 추수감사절, 크리스마스)운영시간: 화·수요일 오전 11시~오후 5시, 목·금요일 오전 11시~오후 8시, 토요일 오전 10시~오후 8시, 일요일 오전 10시~오후 6시.
티켓: 무료이나 예약이 권장된다.
www.thebroad.org주차료: 12달러문의: (213)232-6200주소: The Broad 221 S. Grand Ave. LA, CA 90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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