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 몸이 뿌리째 흔들리는 것 같았다. 아이가 그런 상태인 줄은 몰랐다
▶ 일을 시작하고 난 뒤엔 남편이 전적으로 아이를 맡았기 때문이었다
수지 차의 작품.
곽민선
【가족의 완성 / 곽민선】
레드우드까지 12시간. 5번 고속도로 풍경은 몇 시간째 같은 그림판을 도는 것처럼 변함없이 지루했다. 말라비틀어진 나무가 듬성듬성 솟은 휑한 사막은 탈모가 상당히 진행된 대머리를 떠올리게 했다. 끝없이 이어지는 누런 먼지바람과 바퀴처럼 굴러다니는 가시덤불뿐인 사막 한가운데를 파보면 월마트(Wal Mart)에 붙어 있는 실종자들의 백골이 나올지도 모른다.
“정말 황량하다. 오가는 차도 없고, 사람도 없고……. 여기다 묻어버리면 못 찾겠지?”
누가 들으라고 한 말은 아니었다. 말 마치기가 무섭게 차가 중심을 잃고 흔들리는 바람에 간신히 쌓아놓은 캠핑 장비들이 굴러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남편이 졸았나 싶어 바라보자 그는 아랫입술을 깨문 채 억지로 미소를 지어 보였다.
“미안. 바람이 심하네.”
“조심 좀 해!”
아이가 혹시라도 깼을까 돌아봤지만 아이는 카시트 바깥으로 머리를 떨어뜨린 채 여전히 깊은 잠에 빠져있었다. 처음 가는 여행이라 설렜는지 늦게까지 잠을 못 이루더니 완전히 곯아떨어졌다.
가끔 나타나는 휴게소는 마치 똑같은 스티커를 이어붙인 것 같았다. 셰브런 주유소, 셀 주유소, 맥도날드, 버거킹, 기타 등등, 가끔 이름 모를 로컬 레스토랑이 양념처럼 나타났지만, 어디를 가도 뿌연 흙먼지 바람 사이에 폐허 같은 휴게소 풍경은 지루하고 남루했다. 십오 년 된 낡은 밴은 간간이 천식 환자 같은 지독한 기침을 내뱉고, 아이 발치까지 가득 실은 캠핑 도구들은 차가 흔들릴 때마다 자기들끼리 부딪치며 큰 소리로 아우성이었다.
이른 새벽, 로스앤젤레스(Los Angeles)에서 출발해 벌써 여덟 시간이 지났다. 아침도 제대로 못 먹고 나온 바람에 쪼그라든 위에서 신물이 올라올 지경이었다. 남편은 곧 다운타운이 나올 테니 그곳에서 기름도 넣고, 요기라도 하자고 했다. 나는 주린 배를 안고 바깥을 내다봤다. 차는 회색 바위들로 이루어진 돌산을 허덕거리며 넘어가고 있었다. 이런 곳에 다운타운이라니……. 그러나 인내심보다 한 박자 빨리 윌리츠(Willits)라는 지명이 적힌 초록색 아치가 나타났다. 초록색 옷을 입은 시골 처녀처럼 소박한 아치를 지나자 길옆으로 나란히 늘어선 청록색 지붕에 하얀 회벽의 아담한 가게들과 알록달록 고운 꽃이 가득 핀 집들이 눈에 들어왔다. 사거리 중앙에 높이 솟은 교회의 붉은 첨탑에는 세월의 때가 묻은 작은 종이 지나가는 바람에도 깊은 소리를 내었다.
“아…….”
시골 마을의 평화롭고, 소박한 경치에 딱딱하게 긴장했던 몸이 스르르 풀어졌다.
“수진아!”
그의 입에서 나온 내 이름이 낯설고 어색했다. 그가 내 이름을 마지막으로 부른 게 언제였는지 기억도 나지 않았다. 뜬금없는 남편의 부름에 의아한 눈으로 쳐다봤다.
“수진아, 너는 내가 여기서 살자고 하면 살 수 있겠어?”
그의 말에서 묘한 흥분과 울림이 감지되었다.
“또 헛소리. 영어도 못하면서 어떻게 이런 동네에서 살아? 당신이 기술이 있어, 아니면 영주권이 있어?”
야박한 대답에 그는 시무룩해졌다. 농담도 가려가면서 해야지. 직장을 잃은 이후 남편은 비굴한 패자처럼 눈치를 보며 바닥을 기었다.
“이 동네가 좋아 보이니까 그냥 해 본 말이지, 내가 어떻게 이런 곳에 살겠어?”
그는 변명처럼 내뱉고는 주유하기 위해 밖으로 나갔다. 남편의 굽은 어깨를 바라보며 이번 여행이 마지막이야, 라고 마음을 다잡았다.
“엄마! 우리 다 왔어?”
졸음이 가시지 않은 아이의 목소리가 등 뒤에서 들렸다.
“아니, 조금만 가면 돼.”
땀에 젖은 아이의 이마를 손을 뻗어 닦아주었다. 현수야, 엄마가 금방 데리러 올 거니까 울지 말고 기다려. 아이의 머리카락을 쓸어 넘기며 내게 다짐이라도 하듯 속으로 몇 번이고 되뇌었다.
기름을 넣고 온 남편 손에는 한눈에도 시원해 보이는 코크(Coke)가 들려있었다.
“당신도 한 모금 마셔. 시원하다.”
분노가 치밀었다. 누가 힘들게 벌어온 돈인데…… 네 입 따위 즐거우라고 벌어온 게 아니라고 소리 지르고 싶었다.
“당신이나 마셔.”
그가 내민 손을 밀어내자 플라스틱병에서 코크의 짙은 갈색 물이 튀어 올랐다.
“아빠, 내가 마시면 안 돼?”
현수가 눈치를 살피며 끼어들었다. 아이는 엄마가 안 된다고 할 걸 알고 있었다. 청량음료는 이를 썩게 하고, 뼈에도 안 좋다고 말하지만, 사실은 1달러밖에 하지 않는 그 돈조차 아끼기 위해서라는 걸 아이는 모른다. 그래, 오늘만은…… 나는 너그럽게 웃으며 인심 썼다.
“아빠하고 나눠 마셔. 너무 많이 마시면 오줌 마려워서 안 되니까.”
“아빠! 다 마시지 마!”
아이는 다급하게 남편의 손에 들린 병을 낚아챘다.
“현수야! 무슨 짓이야!”
나는 아이의 손등을 찰싹 소리가 나게 때렸다. 아이는 무슨 일인지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제 아빠와 나를 번갈아 바라봤다. 언제나 그랬다. 현수는 미국 나이로 일곱 살이다. 그런데 아직도 다섯 살 치수의 옷을 입고, 온종일 허공에 대고 중얼거린다. 아무리 가르쳐도 행동이 말보다 빠른 아이. 무엇을 물어도 대답은 ‘몰라’가 전부였다. 이런 아이가 내가 데리러 올 때까지 기다릴 수 있을까? 아이는 내가 하는 말엔 대꾸도 않고 병 주둥이에 입을 대고 꿀꺽꿀꺽 소리를 내며 음료수를 들이켰다.
뒷주머니에 넣어 둔 휴대폰의 떨림이 엉덩이를 묘하게 간질였다.
‘자기, 보고 싶어.’ (Honey, I miss you.)
존(John)의 문자였다. 내가 영어가 서툴기 때문에 존은 되도록 짧고, 간단한 문장으로 문자를 보냈다.
“누구야?”
핸들을 쥔 채 남편이 내 쪽으로 목을 길게 늘였다. 황급히 전원을 끄고 그를 노려봤다.
“내가 누구라고 하면 다 알아? 내가 일로 만나는 사람 다 아냐고!”
머쓱해진 그는 다시 정면으로 시선을 돌렸다.
“내가 뭘 어쨌다고.”
나는 걸어둔 암호를 다시 한 번 확인하고 휴대폰을 뒷주머니 깊숙이 찔러 넣었다.
존은 일하던 일식당의 손님이었다. 첫날부터 그는 은밀하게 눈길을 보냈지만 나는 모른 척 뭉갰다. 50대 후반 나이에 친절한 인상의 그는 팁 인심이 좋아 웨이트리스들 사이에서 인기가 좋았다. 그를 딱 잘라 거절하기엔 탁자 위에 놓인 거액의 팁이 아까웠다. 그의 갈색 눈은 우유 거품이 풍부하게 들어간 카페라테를 연상시켰다. 내가 돌아볼 때마다 그의 눈은 기다렸다는 듯 라테처럼 부드러운 미소 지었고 그럴 때마다 무의식적으로 침을 꿀꺽 삼켰다. 그를 사랑하지 않는다는 사실은 중요하지 않다. 털이 수북하게 덮인 그의 팔이 다가오면 나도 모르게 몸이 움츠러들었지만 그건 익숙하지 않아서일 게다. 존은 내게 사랑보다 더 중요한 영주권과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멋진 집과 독일제 승용차를 타는 멋진 미래를 의미했다. 여행이 끝나면 그에게 달려가 지금까지의 초라하고, 남루한 과거는 던져버릴 것이다.
파김치처럼 숨이 푹 죽어 집에 돌아오면 아이는 던져진 휴지 조각처럼 거실 카펫 위에 아무렇게나 잠이 들었고, 남편은 컴퓨터 앞에 웅크리고 앉아 게임을 하고 있었다. 내려앉은 어깨와 구부정한 등, 똑같은 체크무늬 셔츠와 바란 감색 체육복 바지. 그와 관련된 모든 게 지겹고, 넌더리가 났다.
“집에서 뭐하는 거야? 지금까지 서서 일하느라 힘들어 죽겠는데 집에서 설거지도 안 하고, 이게 뭐야?”
주방에는 라면 봉지와 씻지 않은 냄비가 뒹굴고, 지난밤 널어놓은 빨래는 건조대에서 빳빳하게 화석이 되어가는 중이었다. 빨래를 걷으며 짜증을 내도 그는 삐걱거리는 의자에서 오직 게임 속에서 적군이 그의 영토를 침범해 오지 않도록 성을 쌓고 군대를 키우기 위해 돈을 만드는 데에만 정신이 팔려있었다. 내게는 컴퓨터 모니터 안에서 기어 다니는 벌레로만 보이는 그것들이 그에게는 인생의 전부인양 온힘을 다해 싸우고, 작전을 짰다. 주체할 수 없는 울화가 전류처럼 흘러내렸다. 거칠게 컴퓨터의 전원을 끄자 환희에 차 있던 그의 얼굴이 그제야 나를 향했다. 그는 게임 속 왕국의 제왕에서 현실로 돌아오자 발화점이 낮은 액체처럼 순식간에 폭발했다.
“무슨 짓이야!”
“그건 내가 물어볼 말이야! 애 꼴 좀 봐!”
나는 얇은 이불 하나 없이 거실 한복판에 잠든 아이를 가리켰다.
“집에 있으면 집안일이라도 하고, 애라도 봐야 하는 거 아니야? 마누라가 나가서 돈을 벌면 밥값이라도 해야 하는 거 아니냐고!”정곡을 찔린 그가 움찔했다. 며칠이나 감지 않아 기름에 전 머리카락과 낡은 운동복을 입은 남편 위로 깔끔하게 다림질된 셔츠와 바지를 입은 존의 모습이 겹쳐졌다. 난 고개를 저었다. 하지만 자존심 긁힌 남편은 반격했다.
“지금 돈 번다고 유세야? 예전엔 내가 안 벌었어?”
“당신 돈 벌 땐 난 애 낳고, 키우고, 밥, 청소, 설거지 다 하고 살았어. 그런데 당신은 뭐야? 내가 벌어다 주는 돈으로 먹고살면서 아무것도 안 하잖아!”
“이게 말이면 단 줄 알아? 돈 좀 번다고 어디서 지랄이야!”
“뭐, 지랄?”
서로의 유치하고 구차한 바닥은 예상보다 쉽게 드러났다. 그에게 모진 말을 뱉으면서, 그가 내게 퍼붓는 저주를 들으며 문득 슬퍼졌다. 우리의 관계가 흉한 몰골로 만신창이가 돼가는 모습을 보며 우리 관계는 끝에 다다랐음을 직감했다. 그는 차 열쇠를 거머쥐고 바깥으로 나갔고, 희미하게나마 기억하고 있던 우리가 사랑했던 기억은 그가 돌아온 후에도 다시 찾아오지 않았다.
존의 데이트 신청을 받아들인 건 어느 주말이었다. 출근 전, 나는 거울 앞에서 아이라인으로 눈꼬리를 날렵하게 빼고 꼼꼼하게 빈틈을 채우며 입 끝을 당겨 웃는 연습을 했다. 아이는 이른 아침부터 일어나 내 바짓단을 붙들고 칭얼거렸다.
“엄마, 나도 토이스알어스(Toy’s R us-대형 장난감 판매장)에 가고 싶다요.”
학교에 다니기 시작하자 아이의 말은 한국말과 영어 사이에서 방황했다.
“현수야, ‘싶다요’가 아니라 ‘싶어요’ 라고 해야지.”
나는 빨간색 립스틱을 마저 바르고 아이의 잘못된 말을 정정해주었다.
“가고 싶어요. 나도 애들이 가진 띵(thing)이 갖고 싶다요.”
아이의 입에서 나오는 국적불명의 말을 이제는 나도, 학교에서도 알아듣지 못했다.
“여보! 좀 일어나서 현수 좀 잡아.”
밤새 게임 하느라 새벽녘에 잠든 남편은 이불을 돌돌 만 채 묵묵부답이었다. 침대에 누룽지처럼 눌어붙은 그를 노려보다가 아이를 침대에 올렸다.
“현수야, 엄마가 저기 시리얼이랑 우유랑 식탁에 뒀으니까 아빠 일어나면 같이 먹어.”
“엄마아, 나 시리얼 싫다요.”
주방 수납장에서 사탕 하나를 아이 손에 쥐여 주고 뛰어나왔지만, 현관문 뒤에서 악을 쓰며 우는 아이의 울음소리가 아파트 복도에 메아리쳤다.
식당은 주말이라 초저녁 손님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가면 새로운 손님들이 밀물처럼 밀려들었다. 하지만 아이의 울음소리가 온종일 귓가에서 떠나지 않았다.
“주문하시겠습니…….”
말을 마치기도 전에 현수 또래의 남자아이에게 눈길이 멈췄다. 아이는 갈색 머리를 신사처럼 빗어 넘기고, 옷깃을 세운 셔츠와 면바지 차림으로 점잖게 앉아 메뉴판을 읽고 있었다. 나는 멍하니 서서 아이를 응시하다가 고개를 들어 주문서를 손에 쥔 채 홀을 둘러보았다. 금발의 젊은 남자와 동성 커플인 중년의 남자, 모델처럼 깡마른 몸매의 젊은 여자와 배 나온 늙은 백인 남자, 친구들끼리 큰 소리로 웃으며 수다 떠는 내 또래의 여자들……. 나를 제외하고 모두 행복해 보였다. 마치 내가 들어가면 자신들의 행복을 망가뜨리기라도 할 것처럼 그들은 나를 따돌리고 있었다. 금방이라도 울음이 터질 것처럼 목이 메었다. 나도 그들의 세상으로 들어가고 싶었다. 저들의 세상으로 들어갈 수만 있다면……. 그때 창가 구석 자리의 존과 눈이 마주쳤다. 그가 한 손을 살짝 들어 아는 체를 하며 한결같은 미소를 내게 보냈다. 나는 연습한 대로 빨간 입술을 최대한 끌어 올리며 그에게 다가갔다.
차는 어느새 레드우드 국립공원으로 진입했다. 미국삼나무라 불리는 레드우드(Redwood)에 둘러싸인 자이언트 애비뉴(Avenue of Giants)는 마치 늦은 오후처럼 어두웠다. 남편은 버튼을 눌러 운전석과 조수석의 창문을 내렸다. 나무의 짙은 향기와 축축한 흙냄새가 서늘한 바람을 타고 순식간에 밀려들어 왔다. 나는 크게 심호흡을 한 뒤 아이를 돌아보았다. 아이는 끝도 없이 치솟은 붉은 삼나무의 꼭대기를 찾기라도 하듯 몸을 낮춰 바깥을 올려 보고 있었다.
“금방 어두워지니까 먼저 예약한 사이트를 찾아야 할 것 같아.”
그러나 남편이 예약한 알비 크릭 캠프장(Albee Creek Campground)을 찾는 건 쉽지 않았다. 휴대폰에 설치된 내비게이션은 같은 자리를 맴돌게만 했고, 갔던 길을 몇 번이나 왕복하자 남편은 초조한 듯 핸들을 세게 움켜쥐었다. 꼭대기에 머물던 해가 벌써 나무 중간 가지까지 내려왔다. 남편은 결국 지나가던 공원 직원의 차를 세워 길을 물었다. 그리고 그 사람이 알려준 대로 자이언트 애비뉴에서 샛길을 따라 안쪽 깊숙이 들어갔다.
“웬일이야? 길을 다 묻고…….”
나는 달라진 그의 태도에 놀라면서도 빈정거렸다. 그러나 그는 자신의 잘못을 만회하려는 듯 오히려 과장되게 떠들어댔다.
“그 사람 말로는 여름에만 여는 곳이라 찾기 힘들대. 외지긴 했지만 대신 조용하고 좋을 것 같지 않아?”
좁은 길을 십 분가량 달리자 숨어 있던 캠프장이 막다른 길에서 수줍게 드러났다. 그가 예약한 자리는 큰 나무 아래 잡초가 우거진 트인 들판이 앞마당처럼 펼쳐져 있었다. 해가 벌써 지평선 가까이 떨어지고 있어 얼른 텐트부터 쳐야 했다. 혼자서 텐트를 세우고 흙 묻은 손으로 이마의 땀을 훔쳐내는 그의 모습을 보니 피식 웃음이 새어 나왔다. 오랜만에 몸을 움직여 뭔가를 열심히 하는 그를 보니 반가웠다. 나를 위해 수고하는 그를 보는 게 얼마만인지. 아이는 모든 게 신기한지 텐트 주변을 빙글빙글 돌기도 하고, 자전거 타고 지나가는 아이들을 따라 뛰기도 했다.
“여긴 깊은 산 속이라도 인터넷도 되고, 전화도 다 들어와.”
칭찬받고 싶은 아이처럼 그는 천진한 자랑도 잊지 않았다. 그의 말이 맞는지 증명이라도 하듯 어느새 존으로부터 문자가 새로 들어와 있었다.
‘잘 도착했어? 거기 곰 많으니까 항상 조심해.’
곰이라니? 황급히 인터넷으로 레드우드에 대해 찾아보는 동안 남편은 캠프파이어 할 수 있도록 얇은 철판으로 만든 바비큐 그릴에 장작을 쌓아 불을 땠다. 불은 거세게 타오르다가 금방 사그라지고 장작은 벌겋게 달궈진 숯이 되었다. 그는 숯불을 이리저리 쑤시더니 아이스박스에서 고기를 꺼내 굽기 시작했다. 남편은 레드우드에 도착한 이후 평소와 달리 꽤 능동적이었다. 그는 불 상태에 따라 불판의 높이를 세심하게 조절해서 고기가 타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구웠다. 실로 몇 년 만에 그가 가장처럼 보였다.
그날 밤, 오랫동안 침낭 속에서 뒤척였다. 장작불에 볼이 빨갛게 달아오른 남편의 옆모습이 눈앞에 자꾸 어른거렸다. 최근 부쩍 마르고 말 수도 많이 줄어들었다. 비밀은 나만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어쩌면 그에게도 어떤 비밀이 있을지 모른다. 그럴 리는 없겠지만, 만약 그 비밀이 여자라면 떠나는 내 발걸음이 조금은 가벼워질 것 같았다. 꼬리를 물고 찾아오는 잡념과 꿈이 뒤죽박죽될 무렵 오렌지 색 텐트가 점점 밝아왔다.
간단하게 아침을 먹고 우리는 캠프장에서 제일 가까운 등산로(Trail)를 걷기로 했다. 말이 등산로이지 경사가 완만해서 어린 현수가 걷기에도 무리 없는 길이었다. 각자 물병을 챙겨 들고 숱 많은 아가씨의 가르마 같은 오솔길을 묵묵히 걸었다. 남편은 어디로 튈지 모르는 아이가 앞질러가지 않도록 앞장섰고, 나는 아이의 뒤를 따라 걸었다. 나무들이 빼곡히 들어찬 숲으로 접어들자 증발되지 못한 습기가 이름 모를 야생 식물들의 초록과 나무의 몸통을 짙게 했다.
“여기 나무들은 안개를 먹고 자란대. 키가 크기 때문에 땅속에서 빨아들인 물을 나무 꼭대기까지 끌어 올리려면 힘이 너무 드니까 바다에서 밀려오는 안개로부터 수분을 얻는 거라는데.”
남편은 알아듣지도 못하는 아이의 눈을 맞추며 열심히 설명했다. 태초의 숲은 이런 모습이었을까. 옹근 나무의 장벽 사이로 새어든 빛이 스포트라이트처럼 비추고, 군데군데 쓰러진 커다란 통나무 아래 모여 있는 고사리들을 보면 눈앞에 당장 공룡이 나타난다고 해도 이상할 게 없었다.
산길은 우리를 스쳐 지나간 노부부를 제외하곤 적막하기 그지없었다. 인적이 드물어서인지 바람에 이파리가 파르르 흔들리는 소리만 나도 등줄기가 서늘해졌다. 발밑에서 마른 나뭇가지 부서지는 소리 사이로 멀리 새 울음소리가 이따금 끼어들었다. 아이는 어디선가 주운 긴 나뭇가지로 허공을 향해 찌르고 베기를 반복했다.
“설마 곰이 나오는 건 아니겠지?”
난 주변을 둘러보며 팔로 몸을 감쌌다.
“곰이 사람을 피하지. 웬만하면 사람 앞에 안 나타난대.”
남편은 물을 한 모금 마시더니 플라스틱병을 찌그러뜨렸다. 빠지직, 얇은 플라스틱 접히는 소리가 숲에 무겁게 내려앉은 침묵을 날카롭게 찢었다.
“엄마?”
아이는 걸음을 멈추고 새처럼 작고 앙상한 손가락으로 어딘가를 가리켰다. 아이가 가리킨 곳에는 사슴이 서 있었다. 약 5m 정도 거리에서 사슴은 우아한 귀부인의 자태로 검붉은 작은 열매의 맛을 음미하는 것처럼 입을 오물거렸다.
“아, 사슴이다. 여보!”
혹시 사슴이 놀라 도망갈까 앞서 가는 남편을 조그맣게 불렀다. 그러나 그는 부르는 소리를 못 들었는지 뒤를 돌아보기는커녕 우리와의 간격이 점점 멀어졌다. 나는 쥐고 있던 아이의 손을 놓고 빠른 걸음으로 그를 쫓아갔다. 입에서 숨찬 호흡이 삐져나왔지만, 여전히 그는 앞만 보고 전진할 뿐이었다. 겨우 따라잡아 그의 무심한 등을 후려쳤다.
“뭐야?”
돌아보는 남편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도대체 왜 혼자 가는 거야? 왜 돌아보지 않아? 우리가 제대로 따라오는지 봐야 할 것 아니야!”
따갑게 쏟아내는 질책에 남편의 미간 사이로 얼음장 같은 싸늘한 기운이 흘렀다.
“길이 험할까 봐 내가 먼저 가는 거잖아! 내가 먼저 길을 알아둬야 하니까. 넌 내가 하는 일은 그렇게 못마땅하니?”
그는 입을 악다물더니 옆에 서 있는 작은 나무를 주먹으로 세게 쳤다. 이파리들이 깜짝 놀란 듯 소리를 내자 새들이 박차고 날아올랐다.
“누가 보면 엄청나게 생각해준 것 같네. 웃겨! 언제나 자기밖에 모르면서. 알아?”
나는 그의 턱밑에 바짝 붙어서 속에 쌓아둔 화를 퍼부었다. 반복되는 이런 상황에 진절머리가 났다. 상처를 주고받고, 서로의 바닥을 보고……. 그의 입술이 살짝 벌어졌다. 초점 잃은 눈 위로 절망과 체념의 그림자가 스쳤다. 그는 내 어깨를 거칠게 움켜쥐더니 깊은 한숨을 내뱉었다. 어깨뼈가 바스라질 것처럼 아팠지만 나는 입밖으로 소리 내지 않았다.
“도대체 왜 이렇게 변했니? 그 착하던 김수진은 어디로 간 거야?”
그의 눈과 말에 물기가 어렸다.
“바로 당신이 나를 변하게 만들지.”나도 지지 않고 소리쳤다.
“네가 일하기 시작하면서 넌 늘 화만 냈어. 내가 뭘 그렇게 잘못했니?”
잘못? 그는 정말 자신의 잘못을 모르는 걸까?
“정말 몰라? 당신의 잘못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는 거야!”
남편의 흰자위에는 붉은 그물처럼 핏발이 어렸다.
“그런 넌, 현수에 대해서 아는 거 있어? 현수가 어떤 상태인지 아느냐고! 아이들이 따돌리고, 때리고, 놀려도 현수는 그게 뭔지 몰라. 상처받으면서 아이들 따라다녀. 학교에서 검사받아보래. 그런 애 붙들고 오후 내내 씨름하다가 지쳐 절망하는 게 내 일이야. 알아?”
내 몸이 뿌리째 흔들리는 것 같았다. 아이가 그런 상태인 줄은 몰랐다. 일을 시작하고 난 뒤엔 남편이 전적으로 아이를 맡았기 때문이었다. 아니, 사실을 말하자면 아이의 문제를 정면으로 보고 싶지 않았다. 그러기엔 내 어깨에 매달린 짐이 너무 무거웠다. 그저 조금 기다리면 낫겠지, 내일은 달라지겠지, 미약한 희망만 품고 기다리기만 했다.
“그런 거면 나한테 얘기했어야지.”
나의 발악에 그는 하늘을 향해 한숨을 토했다.
“언제 네가 내 말을 들어준 적 있었어? 얘기하자고 하면 항상 나중에 하자고 했잖아. 늦게 들어와 쓰러져 잠들고, 나가버리고.”
“이게 다 당신이 무능해서 생긴 일이잖아. 한국에서 보증만 안 섰어도 이렇게 되지 않았어. 난 당신과 우리 애 굶겨 죽이지 않으려고 일한 죄밖에 없다고!”
나는 주먹을 꼭 쥐고 절규했다. 무거운 굴레를 쓴 내 운명이 억울하고 불쌍했다. 현수야, 널 어떡하니, 엄마는 어떡하니. 그런데 현수에 생각이 미치자 불현듯 가슴 속으로 싸늘한 공기가 지나갔다. 손을 뒤로 뻗어 뒤를 더듬으며 아이의 이름을 불렀다.
“현수야.”는 반사적으로 뒤돌아봤지만 흙길만 보일 뿐 아이의 흔적은 없었다. 남편 역시 당황한 기색이었다.
“여보, 현수는?”
문득 사슴이 생각났다. 어쩌면 아이는 사슴을 보는데 정신이 팔려 아직도 거기 서 있을 지도 몰랐다. 차라리 그랬으면……. 불길한 예감에 심장이 미친 듯이 뛰기 시작했다. 내가 낼 수 있는 가장 빠른 속도로 뛰어갔지만. 아이가 있던 자리는 텅 비어 있었다. 다리가 풀려 털썩 주저앉고 말았다.
“분명히 여기 서서 사슴을 보고 있었어.”
남편은 굳은 얼굴로 우리가 왔던 그 길을 되짚어 뛰어갔다. 길이 아닌 곳을 아이가 일부러 들어갈 리 없을 거라 여긴 모양이었다. 분명히 사슴은 우리와 덤불을 사이에 두고 서 있었다. 나는 무작정 덤불 속으로 들어갔다. 사람 손을 탄 적 없는 억센 가지와 풀들이 다리에 감기고 팔을 베었다. 덤불을 넘자 발목에도 안 닿는 얕은 수심의 개울이 수풀 사이에서 비밀스럽게 흐르고 있었다. 아이는 사슴을 따라갔을까? 그러다 곰이라도 만난다면…….
‘아, 하느님! 우리 현수 좀 지켜주세요. 제발 아무 일 없게 해주세요.’
나는 천장을 보며 혼잣말을 주문처럼 외던 현수처럼 쉴 새 없이 하늘을 향해 기도했다. 개울을 거슬러 올라가다 보니 멀리 바위틈 사이로 파란색 물체가 어렴풋이 눈에 띄었다. 현수의 운동화와 같은 파란색이었다.
“현수야!”
아이가 남과 달라도, 모자라도 내 새끼가 아니었으면 하고 바란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아이의 이름을 미친 듯이 부르며 달렸다. 이끼가 낀 돌멩이를 밟고 몇 번인가 넘어진 끝에 겨우 닿았다. 그것은 현수의 운동화가 아니라 누군가 떨어뜨린 작은 수건이었다. 안도의 한숨을 내쉬면서 바위에 몸을 기댔다. 뒷주머니에서 휴대폰이 가늘게 떨렸다. 현수를 찾았다는 소식일까? 얼른 전화기를 꺼내 확인했다.
‘거기는 전화가 안 되는 지역인가? 왜 답장을 안 하지?’
‘자기, 도저히 기다리지 못하겠어.’
‘당신이 여기 없으니 세상이 텅 빈 것 같군. 오 마이 갓! 아직 이틀이나 더 남았어.’
존이었다. 달콤하게만 느껴지던 그의 언어가 주체할 수 없이 추하고, 혐오스럽게 느껴졌다. 그가 아이의 실종의 주범인 양 소리를 지르며 휴대폰을 덤불 사이로 집어 던졌다. 나는 하늘을 향해 부르짖었다. 하느님! 벌은 제가 받을게요. 우리 현수는 건드리지 마세요. 그 아이는 아무 잘못 없어요! 나는 미친 듯이 아이의 이름을 부르며 숲 속 깊이 들어갔다.
“현수야!”
아이만 찾을 수 있다면 그 어떤 맹수도 마주쳐도 두렵지 않았다. 나는 두 손을 입에 대고 아이의 이름을 외쳤다. 나무마다 아이의 이름이 새겨지도록 부르고 또 불렀다. 현수야, 대답해 줘. 엄마가 들리도록 크게 엄마라고 불러 봐. 그러나 아이는 대답하지 않았다. 절망이 온몸을 휩쓸었다.
“현수 엄마! 수진아!”
그때, 남편이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물기가 가득한 남편의 목소리. 나는 주위를 둘러봤다. 그의 모습은 어디에도 없었지만 나는 큰소리로 대답했다.
“주영 씨! 나 여기 있어!”
두꺼운 나무줄기 사이로 남편의 노란색 재킷이 어른거렸다.
“현수 찾았어?”
가장 묻고 싶은 말이었는데 목이 잠기고, 갈라져서 소리가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그는 잠시 멈춰 숨을 고르더니 상체를 수그렸다가 위로 추어올렸다. 그의 어깨 뒤로 현수의 조그만 머리통이 보였다. 그제야 눈물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아이처럼 엉엉 울며 뛰어가 두 사람을 세게 안았다. 그의 등에 매달려 잠이 든 아이는 온통 흙투성이였고, 남편에게서는 땀 냄새가 물씬 풍겼다.
“현수가 다행히 입구 쪽으로 걸어갔나 봐. 올라오던 사람들이 같은 캠프장 사람들이라 아이를 알고 있어서 우리 캠프장 관리소에 데려다준 모양이야. 가다가 넘어졌는지 온통 흙이 묻었더라.”
“다행이다. 다행이다. 하느님, 감사합니다.”
“수진아, 울지 마. 그런데 왜 전화를 안 받아? 계속 전화했는데…… 현수 찾았다고.”
나는 어디서 잃어버렸는지 모르겠다고 둘러대고 찾아보자는 남편을 만류했다. 지치기도 했지만, 굳이 찾고 싶지 않았다. 적어도 지금은.
“전화 올 곳도 없고, 설마 곰이 어디 팔겠어?”
싱거운 농담에 남편도 빙그레 미소 지었다.
“그래, 그러지 뭐. 내일 다시 와서 찾자.”
우리는 세상의 흔한 가족들처럼 아이를 번갈아 업으며 사이좋게 텐트로 돌아왔다.
산속의 낮은 짧다. 나무 꼭대기에 걸려있던 해가 서쪽으로 기울었나 했더니 벌써 산 중턱에 걸렸다. 눈물과 먼지로 얼룩진 시간을 지우려고 우리는 깨끗이 씻고 즉석 카레로 저녁을 먹었다. 수건으로 머리카락을 말리는 내게 남편은 맥주를 내밀었다.
“시원하지?”
내가 맥주 마시는 모습을 안쓰럽게 바라보던 그가 먼 들판으로 시선을 돌렸다. 텐트 뒤편 숲 속에서는 어둠이 낮게 깔리는데 서쪽 들판에는 노을의 붉은 끝자락이 걸려있었다.
“긴장해서 그런지 피곤하다. 오늘은 다 같이 일찍 자자. 당신도 오늘 힘들었지?”
내 말에 남편이 고개를 끄덕였다. 코코아를 단숨에 마신 아이는 양치질시킬 사이도 없이 무릎 위에서 잠들어 버렸다. 아이를 침낭 속에 눕히고 나도 침낭으로 들어갔다. 마음 같아서는 남편과 얘기를 좀 더 나누고 싶었는데 고된 몸을 눕히자 침낭의 지퍼를 올릴 사이도 없이 바로 눈이 감겼다. 발가락 끝까지 나른하게 늘어지고, 팔다리가 욱신욱신 쑤셨다. 텐트 출입구 쪽에서 지퍼 열리는 소리와 함께 그가 텐트에 들어서는 기척이 들렸다.
“수진아, 편히 쉬어.”
그는 현수와 나 사이에 앉아 내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그가 숨을 내쉴 때마다 들큼한 술 냄새가 들락거렸다.
“으응.”
입술을 달싹거렸지만, 소리가 되어 나오지 않았다. 오로지 그가 내 머리카락을 쓸어 넘기는 손길만 느껴질 뿐이었다. 남편은 다정하게 중얼거렸다.
“수진아, 너도 알았지? 우리 가족은 절대로 떨어지면 안 된다는 걸.”
그는 잠시 숨을 고르더니 말을 이었다.
“알고 있어, 네가 떠나려고 하는 걸…….”
그의 목소리가 가늘게 떨렸다. 나는 까무룩 떨어지려는 의식을 잡으려 했지만 마음대로 되지 않았다.
“수진아, 현수야. 사랑해. 내가 이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사람들…… 누구도 우리를 떼어놓지 못해, 영원히. 우린 가족이니까.”
눈물이 후드득 뺨 위로 떨어졌다. 그의 손끝은 차가웠다. 목에서 한참을 머물던 그의 두 손이 스카프처럼 감겨왔다. 목을 감아쥔 손아귀에 조금씩 힘이 들어갔다.
“미안해, 수진아. 난 현수를 보면서 매일 절망할 자신도, 너를 떠나보낼 자신도 없다.”
남편의 말소리가 점점 더 멀어졌다.
이상한 꿈이었다. 꿈속에서 우리는 윌리츠 거리를 걷고 있었다. 현수는 혼잣말을 하지 않았고, 남편은 평소처럼 앞서 걷지 않았다. 우리는 손을 잡고, 마주 보며 웃고 있었다. 그런데 왜 이렇게 마음이 아플까. 가슴을 짓누르는 슬픔에 목울대가 꿀렁거렸다. 검푸른 하늘엔 별들이 촘촘히 빛났다. 남편은 장작불 앞에 멍하니 앉아 있었다. 그래, 꿈이었어. 나는 미소를 지으며 그를 부르려고 했다. 누구 아빠가 아닌 그의 이름을 부르고 싶었다. 그런데 그가 갑자기 얼굴을 감싸더니 흐느끼기 시작했다. 나는 그의 들썩이는 어깨를 안으려 했지만, 어느새 다가온 현수가 내 손을 잡아끌었다. 쉿! 엄마 조용히 하세요. 나는 현수의 눈을 들여다봤다. 아이는 또랑또랑한 눈빛을 하고 나를 향해 웃어 보였다. 한참을 울던 남편은 캠핑용 빨랫줄을 텐트 옆 큰 나무의 단단한 가지에 줄을 걸었다.
레드우드 위로 레몬색 보름달이 떠올랐다. 달빛 아래 나무에 매달린 그림자가 잠시 버둥거리다가 축 늘어지는 것을 우리는 지켜보았다. 아이를 찾아 헤매던 개울가 수풀에서 불빛이 반짝거렸다. 내가 던져버린 휴대폰에서 새어 나오는 푸르스름한 빛이 별을 닮았다. 휴대폰 액정에 존의 문자가 떠올랐다.
‘수진, 무슨 일이 있는 거야? 뭔가 불길한 예감이 들어. 혹시 재결합하는 건 아니겠지?’
아마 숲 속의 밤은 짧을 것이다. 달이 나뭇가지 서편에 걸쳐지면 바다에서 안개가 몰려오겠지. 레드우드 숲에 해가 맑은 얼굴로 뜨면 나무는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안개를 마시며 또 자랄 것이다. 그때가 되면 우리의 처음이자 마지막 가족여행은 끝이 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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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상 소감]
아무런 기대 없이 들춰본 신문에서 내 이름을 발견하고 잠시 멍했습니다. 아득한 기다림에 지쳐 짝사랑을 포기하려던 내게 철옹성 같은 그 사람이 방긋 웃어준 것 같다고나 할까요. 아마 이 설렘으로 다시 시작할 것입니다.
늘 부족한 아내이자 엄마임에도 불구하고 글 쓴다는 이유로 격려하고 응원해 주는 사랑하는 남편과 지원, 채린에게 감사와 기쁨을 돌리고 싶습니다. 더불어 작업의 끈을 놓지 않도록 힘이 되어준 6 writer 작가분들과 부족한 글을 뽑아주신 심사위원분들과 기회를 주신 한국일보에도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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