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츠버그 파이리츠의 강정호(28)가 이틀 연속으로 큼지막한 홈런포를 뿜어내며 팬들을 열광시키고 있다. 8일 경기에선 신시내티 그레이트 아메리칸볼팍 구장의 관중석 상단 중간지점에 떨어지는 비거리 470피트가 넘는 초대형 아치를 그려 TV 아나운서에게서 “눈이 튀어나오게 만든(eye-popping) 홈런”이라는 탄성을 자아냈고 9일엔 승부를 결정지은 장쾌한 만루 홈런을 쏘아 올렸다. 자신의 빅리그 첫 그랜드슬램이자 올해 피츠버그 타자가 친 첫 만루포였다. 이틀 연속 홈런포를 가동한 강정호는 시즌 15홈런을 채워 미국에 오기 전 “첫 해는 홈런 딱 15개만 치겠다”고 했던 자신의 목표를 정규시즌 마감 3주반이나 남겨놓고 달성해냈다. 그의 성을 이용해 만든 닉네임 ‘King Kang’이 이젠 주요언론에서도 심심치 않게 보이고 있다.
올해 강정호의 활약상은 모두의 기대를 뛰어넘고도 남는다. 지난해 한국프로야구 넥센 히어로스에서 40홈런을 때렸던 그지만 타자로는 처음으로 한국프로야구에서 메이저리그로 직행한 그에 대해 한인 팬들은 기대와 동시에 걱정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선례가 없었기에 과연 한국에서 온 ‘파워’ 히터가 메이저리그 투수들을 상대로 얼마나 칠 수 있을 지 우려가 컸다. 혹시라도 적응에 실패한다면 강정호 본인은 물론 한국프로야구 전체가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불안감이 상당했다.
미 언론과 전문가들의 시각도 일단 두고 봐야 한다는 유보적인 자세 속에서도 전체적으론 회의적이었다. 그리고 초반 벤치를 지키며 주로 대타로 나서야 했던 강정호가 4월 말까지 타율 1할 대 부진한 성적을 보였을 때만 해도 그런 우려가 사실로 다가온 듯 했다.
하지만 약 4개월 반이 지난 현재 강정호는 이 같은 비관적 관측과 우려를 말끔히 씻어내고 당당한 메이저리그 스타로 떠올랐다. 지난 7월 내셔널리그 최고 신인으로 선정되기도 한 강정호는 특히 후반기 들어 타율 .312에 11홈런, 27타점, 출루율 .370, 장타율 .578이라는 빼어난 성적을 올리며 파이리츠의 주축선수로 확실하게 자리매김했다.
강정호의 스타 도약은 기록이 입증한다. 후반기에 그가 때린 11홈런은 피츠버그 팀내 최고다. ‘해적선장’으로 불리는 수퍼스타 앤드루 맥커천(9개)보다 2개나 많다. 타자로서 팀 기여도를 측정하는 OWAR(Offensive Wins Above Replacement)에서 강정호는 3.4를 기록, 맥커천(5.2)에 이어 팀내 2위를 달리고 있다. 다른 타격 지표들도 강정호가 올 시즌 파이리츠에서 맥커천에 이어 두 번째 베스트히터임을 나타내고 있다.
타자로서 뿐만이 아니다. 약점으로 지적됐던 수비수로서도 강정호는 모든 기대를 훨씬 뛰어넘었다. 당초 메이저리그 레벨 수비수가 못 된다는 지적을 받았던 그가 내야수비의 핵심 포지션인 숏과 3루를 오가며 현재 267개의 어시스트와 13개의 실책을 범해 수비성공률 .966을 기록 중이다. 리그 정상급에는 못 미치지만 충분히 경쟁력이 있는 수치이고 특히 3루와 숏스탑 등 수비수로 가장 부담이 큰 포지션을 오가며 올린 성적이라는데 의미가 있다. 수비수로서 팀 기여도를 측정하는 DWAR(Defensive Wins Above Replacement)에서 강정호는 +1.1을 기록, +1.6인 외야수 스탈링 마테에 이어 팀내 2위다. 대부분 선수들이 이 지표가 0이거나 마이너스 수치인 상황에서 강정호의 DWAR 수치는 수비수로 그의 활약이 어느 정도인지를 잘 말해준다.
피츠버그가 시즌 중반 3루수 자시 해리슨과 숏스탑 조디 머서를 잇달아 부상으로 장기간 잃었을 때 강정호는 3루수와 숏스탑을 오가며 안정된 플레이로 내야를 안정시킨 것은 물론 뛰어난 타격으로 파이리츠가 흔들림 없이 플레이오프를 향한 진군을 이어가는데 결정적 역할을 해냈다. 9일 경기까지 파이리츠가 83승55패 메이저리그 전체 승률 2위를 달리는데 있어 강정호의 역할이 엄청났음은 이제 누구도 부인하지 않는다. 주류언론들은 지금 지난 오프시즌 피츠버그가 포스팅피 포함, 4년간 1,600만달러에 강정호를 붙잡은 것은 ‘횡재’라고 표현하고 있다. 강정호가 지금까지 해준 것만으로 이미 계약 총액가치를 뛰어넘었다는 것이다.
강정호는 다음 주 18일부터 20일까지 LA 다저스와 3연전 시리즈를 위해 LA에 온다. ‘King Kang’이 다저스테디엄에서 클레이튼 커쇼, 잭 그레인키와 대결하는 모습을 직접 볼 수 있게 됐다. 여유가 있다면 다음 주말은 다저스테디엄을 찾아 강정호를 응원하며 보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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