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가영 큐레이터와 함께 하는
▶ 넉넉한 아름다움, 백자 달 항아리
하얗고 둥근 항아리가 둥실 떠올랐다. 따뜻한 느낌이 도는 백색의 큰 원을 마주하고 있자니 넉넉한 마음이 절로 생겨난다. 어두운 밤 하늘의 둥근 보름 달을 닮았다 해서 ‘달 항아리’라는 애칭으로 알려져 있는 조선시대 백자 항아리이다. 달 항아리는 특별한 장식이 없는 조선시대 대형 백자 항아리는 일컫는다. 일반적으로 몸통의 높이와 너비가 거의 1:1의 비율을 이루고, 풍만한 몸에 단단한 굽과 짧은 입술이 덧붙여진 모습이다. 17세기 후반부터 18세기까지 경기도 광주 일대에서 제작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와 같은 항아리는 흙이 지닌 원 재료의 백색과 커다랗고 넉넉한 형태만으로 격조 높은 감동을 선사한다. 그러나 백자 달 항아리를 잘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 제작과정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백자 항아리의 기본 재료가 되는 백토(白土)는 유기물과 같은 불순물이 적게 함유되어 있는 흙이다. 보통 섭씨 1,300도가 넘는 가마 속 열기를 견디고 훨씬 더 높은 온도까지 녹아내리지 않아 강도 높은 도자기를 만드는데 사용되었다. 하지만 백토는 흙 자체가 지닌 점성이 약해서 큰 형태를 한 번에 만드는 것이 쉽지 않다는 한계를 가지고 있었다. 때문에 조선시대 도공들은 높이 50cm에 달하는 대형 백자 항아리를 만들기 위해 커다란 대접 2개를 따로 만들어 접합시키는 방법을 사용하였다.
‘업다지 기법’이라고 불리우는 이 방법은 백토를 이용해서 손 쉽게 큰 형태를 만들 수 있는 방법이었지만, 가마 속에서 접합한 부분이 갈라지거나 뒤틀어지는 경우가 많아 형태가 제대로 유지되기 힘들었다. 이 것은 한 방향으로 돌아가는 물레 위에서 만든 2개의 그릇을 접합시킬 때, 상반부의 그릇을 엎어 하반부와 접합시킴으로서, 결론적으로 제작 방향이 반대가 된 그릇을 서로 접합시켰기 때문에 발생하는 현상이었다. 빙글빙글 돌아가는 물레 위에서 만들어진 그릇은 가마 속 높은 온도에서 살짝 녹아 반 고체, 반 액체 상태가 되는데 이 때 형태가 만들어진 방향을 기억하고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가려는 성질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위 아래가 서로 다른 방향으로 돌아가려고 뒤틀리다 보니 최종 완성된 그릇은 완벽한 정형의 원이 아니라 어딘가 대칭이 맞지 않는 비정형의 원이 되는 경우가 많았던 것이다. 그리고 이처럼 자연적으로 만들어진 완벽하지 않은 결과물에 대해 제작자나 사용자나 더이상의 완벽을 요구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여 사용했다는 점에서 달 항아리의 진정한 매력이 나타난다. 자연에 순응하고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는 한국인의 넉넉함을 찾아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조선의 항아리를 두고 전 국립중앙박물관장을 역임했던 혜곡 최순우 선생은 ‘잘 생긴 며느리 같다’고 표현했다. ‘잘 생겼다는 말은 얄밉지 않다는 말도 되고 원만하고 너그럽다는 말도 되며 믿음직스럽다는 뜻도 포함되어 있다’는 부가설명이 뒤따랐다. 보름이 가까운 어느 어두운 밤 하얗게 빛나는 둥근 달처럼, 완벽하지 않아서 아름다운 달 항아리가 오늘도 호놀룰루미술관 전시실에서 관람객을 맞이한다. *이 유물은 2015년 8월 13일부터 11월 8일까지 개최하는 “Splendor and Serenity: Korean Ceramics from the Honolulu Museum of Art” 특별전에서 만나볼 수 있다.
<호놀룰루미술관 관람 정보>
Honolulu Museum of Art
900 South Beretania Street
808-532-8700
www.honolulumuseum.org
관람료
일반 10 달러
만 17세 미만 무료 입장
관람시간화요일-토요일 10:00-16:00
일요일 13:00-17:00
* 매주 월요일 휴관
* 매주 화요일 10:00~12:00은 한국어 도슨트 투어 가능
* 무료 관람일 및 휴일 관람시간은 홈페이지 참고
<이미지 정보>1.Moon Jar, Korea, Joseon dynasty, 18th century, PorcelainGift of the Estate of Wilma Fitts, 1994 (7733.1)백자 달항아리조선시대 18세기1994년 윌마 피츠 유산 기증 (7733.1)<하와이 한인미술협회 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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