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와이에서 만나는 조선 왕실의 위엄, 백자청화 운룡문 항아리
올해는 광복 70주년이 되는 해이다. 빛을 다시 찾았다는 의미의 광복(光復)은 한국이 일제의 식민통치로부터 벗어나 나라를 되찾은 사건을 일컫는다. 대한민국에서는 8월 15일 광복절을 맞아 다양한 축하 행사를 준비했고 요즘 극장에서는 일제시대 무장 독립운동을 다룬 영화가 흥행하고 있다. 조국과 국가의 의미를 되새겨 보는 시기를 맞아 이번에는 조금 특별한 유물을 소개하려고 한다. 호놀룰루미술관이 소장한 <백자청화 운룡문 항아리>이다. 호놀룰루미술관 한국실을 찾으면 당당한 모습으로 관람객을 맞이하는 도자기 한 점이 전시되어 있다. 높이 47cm의 백색 바탕에 푸른 안료로 커다란 용을 가득 그려 놓은 항아리이다. ‘용준(龍樽)’ 혹은 ‘화룡준(畵龍樽)’이라는 명칭으로 불려왔던 대형 용 항아리는 조선왕실의 주요 연향에 쌍으로 배치되어 술을 담거나 큰 꽃을 꽂아 장식하는 용도로 사용되었다. 왕의 권위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왕실 위세품(威勢品)의 하나로, 중요한 궁중 행사를 앞두고 엄격한 통제 아래 국가가 운영하는 도자기 제작소에서 한정적으로 제작되었다.
조선왕실은 도자기를 세금처럼 공납받던 기존의 체제를 폐지하고 중앙 관청이 직접 나서서 도자기의 생산과 관리를 전담하는 관요(官窯) 체제를 설립했다. 이 때 관요에서 생산했던 도자기는 백자(白磁)였다. 고려시대부터 소수 제작되었던 백자는 왕실의 적극적인 후원을 받아 단단한 경질백자 기술을 완성하고 곧 조선을 대표하는 도자로 자리잡게 되었다. 중앙 관리의 통제를 받은 관요 백자는 간결한 형태에 장식을 배제하고, 본연의 재료가 가진 순백의 바탕을 존중했다. 문양이 필요한 경우 산화 코발트 안료를 이용해서 푸른 장식을 더한 것이 대부분이었는데, 이는 유교와 성리학을 중시여겼던 조선 지도층의 미감이 반영된 결과였다. 사치를 멀리하며 검소검약을 중시했던 조선 왕실 및 사대부들은 하얀 바탕에 푸른 안료로 장식을 더해 정갈한 정취를 자아내는 청화 백자의 아름다움을 선호했던 것이다. 잘 정선된 태토 위에 짙은 청화안료로 장식한 용 항아리는 왕의 권위를 보여주기 위해 국가의 통제 속에서 제작되었다는 점에서 조선 왕실을 대표하는 유물로 손꼽힌다. 그리고 그 자체로 조선 왕실을 상징하는 용항아리 중에서도 호놀룰루미술관의 유물은 조금 더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한국 이민자들이 이 곳에 첫 발을 내딛고 100년의 시간이 지난 2003년, ‘미주 한인 이민 100주년 행사준비위원회’에서 조성했던 기금으로 수집된 것이기 때문이다. 당시 준비위원회는 한국 이민의 역사를 기념하며 정부가 공식적으로 추진했던 첫 번째 이민이 시작되었던 하와이, 한국 이민역사의 출발지라는 상징성을 지닌 호놀룰루에 고국을 상징하는 특별한 유물을 구입하기 위한 기금을 전달하였고, 당시 미술관이 고민 끝에 선택했던 유물이 바로 이 용 항아리였기 때문이다. 오늘도 호놀룰루미술관 한국관에는 조선의 용 항아리가 세계 각국의 관람객들을 맞이한다. 높고 곧은 목과 풍만한 어깨로 당당한 인상을 주는 이 유물은 외국 관람객에게는 조선이라는 국가의 위엄을, 이국 땅에 정착하고 살아가는 동포들에게는 고국에 대한 자부심을 일깨워 주고 있다. * 이 유물은 호놀룰루미술관 한국실에서 만나볼 수 있다.
<호놀룰루미술관 관람 정보>
Honolulu Museum of Art
900 South Beretania Street
808-532-8700
www.honolulumuseum.org
관람료
일반 10 달러
만 17세 미만 무료 입장
관람시간
화요일-토요일 10:00-16:00
일요일 13:00-17:00*
매주 월요일 휴관*
매주 화요일 10:00~12:00은 한국어 도슨트 투어 가능*
무료 관람일 및 휴일 관람시간은 홈페이지 참고
<하와이 한인미술협회 후원>
오 가 영
호놀룰루미술관 아시아부 한국미술 담당
한국국제교류재단 파견 객원 큐레이터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