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디오피아 6,000여 보병전투병 한국전 참전
한국전쟁 참전용사 공원 기념비
▲아디스아바바 (Addis Ababa)
호텔에서 짐 가방을 열어보고 깜짝 놀랐다. 아내가 팁으로 쓰도록 준비해준 1달러짜리 100개를 가방에 넣었는데 없어졌다. 가방을 가지고 비행기에 오를 생각이었는데 공항에서 그냥 짐으로 부쳐버렸다. 케네디공항, 두바이공항, 아디스아바바 공항, 어느 곳이 범인일까?
호텔에서 1시간 정도 휴식 후 시내 관광이 시작되었다. 우베 사장이 안내하는 대로 따라갔다. 번잡한 시내를 통과하여 시내를 내다보는 높은 언덕에 도착하여 차를 세웠다. 시내를 내려다보도록 하기 위해서다. 마치 남산 같은 곳이라고 상상해보았다. 이곳에서 아디스아바바가 한눈에 들어왔다.
아디스아바바는 산으로 둘러싸인 분지다. 이곳에서 보는 시내의 광경은 아름답게 보였다. 여자들이 언덕위로 무리를 지어 올라오고 있었다. 당나귀들도 함께 따르고 있었다. 시장에서 일을 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라고 했다.
아프리카의 여러 나라에서 당나귀들은 짐을 나르는 중요한 역할을 아직도 한다. 지게에 땔 나무를 한 짐 지고 언덕에서 내려오는 나이 먹은 여자도 보였다. 우베 사장에 의하면 남자들은 위신문제라고 지게를 지지 않는다고 한다. 이것이 여자의 몫이라니 안타까운 노릇이다. 한국도 옛날에 짐 운반을 지게로 하였던 시절이 생각난다. 농촌에서 지게는 농사일에 중요한 역할을 하였으며 땔 나무를 산에서 가져올 때 지게를 졌다. 사변이후 서울역 앞에는 많은 지게꾼들이 손님을 기다리기도 했다. 그런데 여자들이 지게를 지는 일은 결코 없었다.
언덕에서 내려오는 길에 어느 정교회(오소독스교회)에 들렸다. 규모가 크지는 않았지만 오래된 곳이라 관광객도 들린다고 한다. 오소독스교회는 건물전체를 세부분으로 나누어 건물의 앞면과 뒷면에 사람이 들어가 예배를 보는 곳이며 가운데는 대재사장만 들어가는 지성소(the holy of the hollies)다.
에티오피아는 기독교국가라 할 수 있다. 64%가 기독교인, 무슬림은 33%이다. 기독교 중에서 이집트의 콥틱교회의 영향을 받은 정교회가 44%며 천주교와 개신교 등 다른 기독교 교파가 20% 미만이다. 무슬림교도들은 무슬림 국가인 소말리아 국경지대에 대부분이 살고 있다.
▲한국전쟁참전용사공원 (위령탑 사진)
교회에서 멀지 않는 곳에 아디스아바바 대학이 있다. 대학경내를 돌아보려고 했으나 수위가 이날은 행사가 있어 내일 오라고 한다. 공산주의 치하에서 에티오피아에 3개의 대학이 있었지만 지금은 34개나 된다고 한다. 대학 구경은 실패하고 대학에서 가까운 거리에 있는 한국전 참전용사 공원으로 향했다. 시간이 조금 늦어 공원당국에 특별 허가를 얻어 자동차로 들어갈 수 있었다.
나무와 숲이 욱어진 넓은 공원 전체가 한국참전용사공원으로 조성되어 있다. 높은 위령탑 앞에는 사망한 병사들 이름이 적힌 돌비석이 각각 세워져있다. 에티오피아가 한국전에 참전한 유일한 아프리카국가로 널리 알려져 있으며 각종 문헌에도 그렇게 기록되어 있다.
그러나 그것은 사실이 아니다. 남아공이 공군을 파견했다는 사실을 이번 남아공 수도 프리토리아에 여행 중에 알게 되었다. 남아공은 전투기 조종사 등 공군 36명이 참전하였으며 그중 8명이 실종되었다. 에티오피아는 참전한 병사는 6,037명의 보병전투병들이었다. 전사자가 121명, 부상자는 536명이었으나 포로는 한사람도 없었다. 정전 후 1965년까지 일부 주둔하고 있었다. 이들 병사들은 하이리 살라시 1세 황제의 친위병이다. 살라시에 황제는 전쟁이 끝난 다음해 한국을 국빈방문 하였다.
이때 필자는 중학생으로 성동구왕십리에서 남대문까지 환영하였던 일이 기억에 있다. 외국의 국빈이 오거나 대통령이 외국을 방문하고 귀국할 때는 중고생들이 동원되어 환영을 했었다.
아디스아바바 길거리에는 간이상점들이 다닥다닥 붙어서 줄을 잇고 있다. 한국동란이후 서울을 비롯한 대도시에서 볼 수 있었던 전경이다. 이곳에도 다른 대도시처럼 차들이 많다. 대부분이 일본 도요다 차인데 일본에서 수입한 중고차들이라고 한다. 한국 차는 아주보기 드물었다.
흥미있는 것은 이 혼잡한 대도시에 신호등이 없다. 2일 동안 시내를 다니면서 본 신호등은 두 곳밖에 없었으며 스탑사인도 보지 못했다. 모두가 요령껏 운전해야하고 사람들은 요령껏 길을 건너야한다. 이러한 현상은 이집트 카이로도 마찬가지였다.
에티오피아 정부는 자동차에 엄청난 세금을 정부가 부과한다고 한다. 새 차에 대한 세금이 260%라고 한다. 사업하는 사람들의 세금도 엄청나다. 이곳에서 14년째 사업을 하고 있는 한 한국부인은 한국 사람들 중에서 야간도주하는 사람이 종종 있다고 한다. 즉 세금 때문에 소식 없이 사업체의 문을 닫고 행방을 감추는 사례를 두고 부인은 야간도주란 표현을 사용했다.
에티오피아 첫 날 저녁식사를 위해 우베는 ‘레인보우’ 한국식당으로 안내했다. 한국 사람들의 숫자는 300-400명인데 식당이 3개가 있다고 한다. 나는 김치찌개, 우베는 두부찌개를 주문했다. 대부분의 아프리카 사람들은 손으로 음식을 먹지만 국 같은 것은 스푼으로 먹는다. 우베는 스푼은 물론 젓가락 사용도 능숙하다. 그는 김치, 깍두기 등 모두 좋아한다고 했다. 에티오피아 사람들의 음식 중에는 매운 것이 많이 있다.
▲6월 4일 목요일. 곤다르(Gondar)로 가다.
곤다르는 곤더 (Gonder)라고도 한다. 호텔에서 준비한 아침식사 후 새벽 6시 호텔을 출발 우배는 아디스아바바 공항으로 차를 몰았다. 7시30분에 출발하는 에티오피아 옛 수도 곤다르 가는 비행기를 타기 위하여다. 비행기로 한 시간 거리다. 에티오피아에서 가보고 싶은 곳이 많지만 아프리카 6개국의 빡빡한 일정 때문에 꼭 보고 싶은 곳만 골랐다.
60-70명 정도 좌석이 있는 경비행기로 곤다르공항에 아침 8시 30분에 도착했다. 현지인 여행가이드 시세이 아세파가 내 이름 팻말을 들고 나와 있었다. 공항에서 20분정도의 거리에 있는 오래된 처치골드호텔에 도착했다. 오래된 호텔이지만 내부를 현대식으로 개조한 작은 호텔이다. 운전도 겸한 36세의 가이드는 곤다르대학 학사학위 소유자로 대학원 과정을 밟을 계획이었으나 학비 때문에 포기했다고 했다.
곤다르는 1635년 에티오피아 제국 파시리데스 황제가 세운 수도였다. 1855년 데오도로스 황제에 의하여 수도가 옮겨졌다. 지금은 기독교성지라고 할 수 있을 만큼 기독교도시다. 85% 이상이 정교회교인이다. 이들은 매일 한번은 교회에 나가서 기도를 한다고 한다.
에티오피아 정교회 교인들이 교회에 갈 때 복장은 마치 무슬림과 비슷하여 나는 처음에 이들이 무슬림교도로 오인했다. 모두가 흰옷을 입으며 여자들은 머리를 베일로 가린다. 마치 무슬림교도들이 머리를 가리는 히잡(hijab)과 비슷한 것을 머리에 두르고 있다. 천주교인과 개신교인은 각각 1-2%에 불과하며 무슬림교도는 3%정도에 불과하다.
곤다르는 부루나일강이 시작되는 Tana호수와 Lesser Angereb 강이 가까이 있는 아름다운 산악지대에 위치하고 있다. 이곳 인구는 40만명에 가까우나 시 중심가에는 10만 명도 되지 않으며 나머지 사람들은 시 외각지대 농촌에서 살고 있다.90%가 농업에 종사하고 있다. 다른 곳 보다 비교적 잘 사는 지방이다. 이곳은 에티오피아에서 알려진 곤다르 대학 있으며 중요한 의과대학 곤다르 의과대학이 이곳에 있다.
호텔에서 한 시간정도 휴식 후 곤다르대학이 있는 시내 중심가를 거쳐서 옛 왕들이 살았던 성들을 돌아보았다. 그리고 시내의 몇몇의 에티오피아 정교회를 돌아보았다. 곳곳에 정교회가 있으며 시내에 44개의 정교회가 있다고 한다. 그리고 파시리데스 황제의 목욕탕이라고 하여 가보니 목욕탕이 아니라 경기용 사이즈 수영장이다. 지금은 일 년에 한 번씩 물을 채워 세례식을 하는데 사용하고 있다.
12시 정오가 되어 식당으로 갔다. 네 명의 자매들이 운영한다고 해서 “Four Sister Restaurant”이다. 시 중심가 언덕위에 아늑하게 자리 잡은 식당은 실외좌석도 크게 자리 잡고 있다. 날씨가 일 년 내내 화씨 70-80도이니 쾌적하여 실내보다 실외가 더욱 좋아보였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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