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 식민통치에서 해방된 지 70년이 되는 광복절을 앞두고 한인사회에서 각종 기념행사가 활발하게 열리고 있다. LA 한인회가 8월14일부터 16일까지 한인타운 서울국제공원에서 대대적인 광복절 기념행사를 벌이는 가하면 광복 70주년 기념 음악회와 미술전시회, 3.1여성동지회의 태극기 교실 등 실로 다양한 행사가 광복절을 전후해서 개최되고 있다.
광복 70주년은 전 세계 한민족이 축하해야 할 경사 중의 경사이다. 나라 없는 설움을 딛고 대한민국의 주권을 회복한 감격적인 날이기 때문이다.
일제강점기에 강제징용에 시달리고, 학도병으로 혹은 위안부로 끌려가 생명을 잃고 정조를 유린당했던 우리 조부모 세대들의 고달프고 비참했을 삶을 생각하면 광복이 우리에게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를 깨닫게 된다.
지난 2001년 본보가 기획한 ‘이민 100년 땀과 눈물의 대서사시’ 대하 기획시리즈의 일환으로 멕시코 메리다의 한인들 ‘유카탄의 후예’들을 취재한 적이 있었다. 1905년 대륙식민회사의 감언이설에 속아 멕시코의 프로그레소항을 통해 메리다까지 흘러간 1,033명의 한인들은 에네켄 농장으로 분산되어서 노예같은 생활을 했고 현재 그 후손들 가운데 상당수가 지역 원주민들과 결혼했으며 아직도 대부분 빈궁한 생활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것이 다 나라없는 설움과 비애가 아니었을까?
취재 당시 만났던 86세이던 페드로 산체스 노인은 평생 독신이었는데 자신이 한인의 피가 섞인 ‘코레아노’라는 사실을 명확히 인식하고 있었으며 200스퀘어피트 남짓한 공간에 부엌, 화장실, 샤워시설도 없이 간이침대인 아마카 하나만 덩그러니 놓여 있는 열악한 환경에서 살고 있었다. 그의 동생인 이삭 산체스 부부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한 사람이나 앉을 수 있을 정도의 조그마한 식탁에는 파리가 들끓고 화장실과 샤워시설은 벽돌로 막아놓은 채 전등을 하나 켜놓은 것이 전부였다. 1960년대 한국의 무허가 판잣집 주민이 이보다는 나을 듯 싶었다. 그들의 처참한 삶의 모습을 보면서 함께 그들의 손을 잡고 얼마나 눈물지었는 지 모른다. 그들이 무슨 죄가 있다고 멕시코까지 흘러들어가 나라에서 버림받은 채 한 평생을 낯선 타국에서 살게 되었는 지 안타까움을 금할 길이 없었다. 주권 국가의 국민으로 태어난 것이 엄청난 축복이라는 것을 그때 새삼 깨달았다.
사실 대한민국의 광복을 위해 얼마나 많은 독립투사들이 그들의 목숨을 초개같이 바쳤는가?최근 한국 국가보훈처와 한인역사박물관의 자료를 토대로 본보가 집계한 미주 지역 애국지사 포상 현황에 따르면 대한민국 건국 후 현재까지 미주 지역과 멕시코와 쿠바 등을 합쳐 북중미 지역 독립유공자 수가 230여명에 이른다. 도산 안창호 선생, 서재필 박사, 이승만 전 대통령, 임병직 선생을 비롯해 가주에 비행사 양성소를 설립한 노백린 선생, 무장독립군 양성을 한 박용만 선생, 친일파 미국인을 살해한 장인환·전명운 열사 등을 비롯해 우리에게 생소한 이름들도 많다.
이들의 숭고한 희생이 없었다면 오늘날의 우리가 존재할 수 있었을까?미국은 물론 멕시코, 저 멀리 쿠바에서까지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상해 임시정부에 독립자금을 보내는 등 조국의 독립을 위해 희생했던 이들의 피와 땀과 눈물이 있었기에 대한민국의 오늘이 가능했다고 본다.
현재 본보가 광복 70돌을 맞아 펼치고 있는 특별기획 ‘땀과 영광의 현장을 가다’에서 독립운동의 숨결이 남아 있는 리버사이드 등이 소개됐으며 앞으로도 미주 지역과 멕시코, 쿠바 등에서 독립운동과 관련된 자료들이 많이 발굴되리라 기대된다.
광복 70주년을 맞은 오늘에도 일본이 과거의 잘못에 대한 반성을 할 기미를 전혀 보이지 않고 있는 현실에서 광복 70주년을 기뻐만 할 것이 아니라 우리가 어떻게 나라를 잃었고 어떻게 되찾았는지에 대해 자손들에게 끊임없는 역사교육을 통해 가르쳐 줄 필요가 있다.
유대인들은 민족의 역사를 설명할 때 패배를 부끄러워하지 않고 오히려 축제로 승화시켜 새로운 출발점으로 만든 저력을 갖고 있다. 1967년 아랍과 6일 전쟁에서 250만의 유대인이 1억의 아랍인을 무서워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그들은 나치에게 학살당한 600만의 동포와 수많은 조상들이 함께 싸울 것이기 때문이라고 기자들에게 답했다고 한다. 생생한 역사교육의 현장이다. 우리가 치욕의 역사라도 잊어서는 안되는 이유이다.
peterpak@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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