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주 놓치기 아까운 할리웃보울 공연 2제】
다음 주에는 18일과 19일 이틀 연속 할리웃보울에 간다. 18일은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영화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가 라이브 음악과 함께 상영되는 날이고, 19일은 전설의 ‘부에나 비스타 소셜클럽’이 오는 날이다.
사실 할리웃보울 콘서트는 즐거우면서도 번거로운 나들이다. 오며 가며 엄청난 트래픽에, 파킹이며 음식 와인 준비 등등 해서 보통 음악회보다 시간이 두 배쯤 소요되기 때문이다.
친구들과 흥겹게 몰려갈 때면 그런 번잡도 즐거움이 되지만, 일삼아 음악만 들으러 갈 때면 사실 귀찮아서 보통 아무 준비 없이 콘서트 시작 직전에 들어가는 일이 많다. 기자들 사이에서는 흔한 풍경이고 때로는 혼자 가는 일마저 있으니, 할리웃보울의 정신을 무시한 태도라 해도 어쩔 수 없다. 나는 그나마 일주일에 한 번 가는 정도인데 두 번 이상 참석하는 LA타임스의 음악비평가(Mark Swed) 같은 사람은 어떻게 대처하는지 궁금하다.
사설이 길어졌는데 그렇게 번거로운 할리웃보울 콘서트를 이틀 연속 가는 이유가 무엇이겠는가.
둘 다 결코 놓칠 수 없는, 지금 안 보면 다시 기회가 없을지도 모르는 공연이기 때문이다.
■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 라이브 상연(18일 오후 8시)
- 무한 우주 담은 불멸의 영화 속 ‘대기’ ‘레퀴엠’ 등 LA필 연주
영화사에 길이 남을 명작 중 하나인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2001: Space Odyssey)는 인류의 아폴로 달 착륙 1년 전인 1968년 만든 작품인데 지금 보아도 놀라운 공상과학영화다. 우주여행에 대해 지극히 제한된 정보와 기술을 가지고 있던 시대에 예리한 과학적 상상력으로 만든 이 SF영화는 스토리나 세트, 디자인, 촬영, 음악은 물론이고 인류 역사와 기계문명에 대한 철학적 성찰에 이르기까지 대단히 모던하고 난해해 지금까지도 영화팬들 사이에 회자되고 있는 역작이다.
이 영화를 만든 스탠리 큐브릭(Stanley Kubrick, 1928~1999) 감독은 영화사상 가장 혁신적인 영상을 만들어낸 거장으로 손꼽힌다. 완벽주의자였던 그는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독창적인 미학과 기술적으로 높은 완성도를 추구했으며, 늘 실험적이고 창의적인 촬영기법과 미려한 영상으로 수많은 영화인에게 영향을 끼쳤다. 영화마다 비범한 줄거리 전개와 독특한 위트, 제각기 번쩍이는 천재성이 반짝였고, 몇 작품은 특수효과의 교과서로 불릴 정도로 테크놀로지에 대한 관심과 열정이 남달랐다.
그는 특별히 영화음악을 자신이 직접 선곡한 클래식 음악으로 사용했는데, 그 선택이 얼마나 기막힌지 한 번 그의 영화에 사용된 음악은 영원히 영화의 장면들과 일체가 돼버릴 정도로 감각적이고 인상적인 선택을 보여주었다. ‘시계 태엽장치의 오렌지’(A Clockwork Orange, 1971)에서의 로시니 ‘윌리엄 텔 서곡’과 베토벤 9번 교향곡, ‘배리 린든’(Barry Lyndon, 1975)에서의 헨델 ‘사라방드’, ‘아이즈 와이드 셧’(Eyes Wide Shut, 1999)에서의 쇼스타코비치 ‘재즈 왈츠 모음곡’과 리게티 ‘무지카 리세르카타’ 등은 한 번 영화 속에서 듣고 나면 다시는 그 장면들과 떼어놓고는 들리지 않을 만큼 강렬한 효과를 남기고 있다.
그 중에서도 특히 가장 많이 이야기되는 것이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로, 이 영화는 무한히 깊은 영상과 무한히 깊은 음악이 무한히 광대한 우주공간에서 조우하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여기에 사용된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Also Sprach Zarathustra)는 이 영화 때문에 유명해졌으며, 우주정거장 도킹 장면과 달 착륙 장면에 우아하게 울려 퍼지는 요한 슈트라우스의 ‘푸른 다뉴브 강의 월츠’는 절대로 잊지 못할 깊은 인상을 남긴다. 또한 영화의 도입부와 마지막 우주의 광활한 폭발장면에서 사용된 죄르지 리게티(Gyorgy Ligeti)의 ‘대기’(Atmosphere)는 영화에서 현대음악이 가장 효과적으로 사용된 예로 자주 언급된다. 리게티의 음악은 ‘대기’ 외에도 ‘레퀴엠’ ‘영원한 빛’(Lux Aeterna) 등이 신비한 음향을 들려준다.(그런데 큐브릭 감독은 이 음악의 저작권료를 지급하지 않아 작곡가와 마찰이 있었다고 한다.)
이 영화의 시작에 나오는 ‘대기’에 대해 진회숙 영화평론가는 이렇게 쓰고 있다. “음악이라기보다는 음향효과에 가까운 곡으로 마치 우주공간에 무수한 별들의 무리가 떠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첫 부분에서는 다섯 옥타브가 넘는 음역에 해당하는 반음들이 동시에 조용히 울린다. 이 곡을 연주하는 악기들은 열이면 열, 모두 다 각기 다른 음을 연주한다. 하나도 같은 음을 연주하는 악기가 없다. 하지만 그 차이는 아주 미미해서 얼핏 들으면 음악이 정지해 있는 것 같다. 각각의 악기들은 미묘한 움직임으로 조용히 섬세하게 음색을 변화해 나간다. 우주에 거대한 먼지 덩어리가 떠있다고 생각해 보자. 멀리서 보면 그 덩어리는 그대로 정지해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 안에서 미세한 먼지들이 끊임없이 움직이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대기’는 바로 이런 음악이다. 전체적으로 지극히 정적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 안에서 수많은 음들이 끊임없이 미세하고 움직이고 있는 것을 들을 수 있다”
할리웃보울의 대형 스크린으로 큐브릭의 불멸의 영화를 감상하면서 이런 음악들을 LA 필하모닉과 LA 매스터코랄의 연주로 들을 수 있다니 꿈만 같다. 이 날 지휘는 브래드 러브맨(Brad Lubman)이 맡는다.
■ 부에나비스타 소셜클럽의 마지막 투어(19일 오후 8시)
- 700만장 히트 오리지널 멤버 새 음반 발매 후 아디오스 투어
1997년 쿠바 수도 아바나의 작은 스튜디오에서 60∼80대 노인이 주축인 음악인 20명이 모였다. 은퇴하고 구두닦이로 용돈벌이나 하던 이브라힘 페레르(메인 보컬·1927∼2005)도 있었고, 친구의 부름에 얼결에 합류한 이가 대부분이었는데 오합지졸 같던 이들이 단 6일 만에 녹음한 앨범이 조용히 세상에 나왔다. 쿠바 음악에 심취한 기타리스트 라이 쿠더(Ry Cooder)가 왕년에 뛰어난 실력을 가졌던 무명의 쿠바의 뮤지션들을 모아 녹음한 ‘부에나비스타 소셜클럽’은 700만장 이상 판매되면서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다.
이어 빔 벤더스 감독이 만든 동명의 다큐멘터리(1999)가 역시 크게 히트하면서 이들은 전설이 됐고, 월트 투어로 이어지면서 1998년 실황을 담은 두 번째 음반 ‘앳 카네기 홀’(2008)이 나왔다. 그동안 주축 멤버 페레르, 콤파이 세군도(기타, 보컬·1907∼2003), 루벤 곤살레스(피아노·1919∼2003)가 고인이 됐고 다른 멤버들도 계속 늙어감에 따라 더 이상 앨범은 못 만들 것으로 여겨졌으나 최근 신작 ‘로스트 앤드 파운드’(Lost and Found)가 발매되면서 2014~15년 전 세계를 돌며 ‘아디오스 투어’를 갖고 있다.
16년 동안 1,000회 이상 가진 콘서트의 모든 것이 담긴 음반이며 공연이 될 이번 투어는 오리지널 멤버가 포함된 이 밴드가 할리웃보울 무대에 서는 진짜 마지막 연주회가 될 것이라는 점에서 다들 흥분하고 있다.
쿠바 음악의 매력은 우리의 뽕짝을 닮은 질박함과 샹송 같은 우아함을 겸비한 노래에 있다. 거기에 트럼핏이 작열하는 연주가 일품인 쿠바 음악은 재즈와 레게와 라틴과는 또 다른 매력으로 듣는 사람을 흥분시킨다.
이날 연주에는 ‘플라멩코의 시나트라’로 불리는 플라멩코 가수 디에고 엘 시갈라(Diego El Cigala)의 무대도 있다. 스페인 집시의 혈통을 자랑스럽게 끌어내는 엘 시갈라의 노래는 정열적이고 심오하며 혼을 울리는 질박하고 풍요로운 음성과 표현이 일품. 쿠바 음악인들과 콜래보레이션을 많이 하는 그의 음반은 수백만장이 팔리면서 라틴 그래미상을 3회 수상했으며 뉴욕타임스가 ‘올해의 레코드’로 선정하기도 했다.
이틀 콘서트 모두 앞쪽 박스석들과 맨 뒤 벤치석은 다 팔렸다. 남은 티켓은 약 15~64달러.
(323)850-2000, www.hollywoodbowl.com
<정숙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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