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대통령이 아버지 나라 케냐에 금의환향하였다. 미국 대통령이 케냐를 방문한 것은 케냐가 영국에서 독립한 1963년 이래 처음이다. 대통령 출마 때 이중국적 시비에 논란이 된 것을 의식이나 한 듯, 오바마 대통령은 “내가 출생증명서 떼러 온 것 아니다”라며 농담으로 첫 포문을 열었다. 이처럼 미국 정치에 있어 정치후보자의 이중국적문제는 치명적이 아닐 수 없다.
오바마 대통령은 케냐 출신 아버지와 유럽계 백인 어머니 사이에 하와이에서 태어났다. 오바마는 이중국적이 아니라 삼중국적자였다. 오바마가 태어난 1961년에는 케냐가 영국의 식민지령이었기에 영국 시민권자였다. 그러나 케냐가 1963년 영국으로부터 독립하면서 오바마는 아버지 케냐인에 의해 케냐 시민권자가 되었다.
그러나 영국이나 케냐 법에 의해 성년이 되는 21세에 영국이나 케냐 국적을 취득하지 않을 경우, 영국이나 케냐 국적이 자동으로 말소 된다. 따라서 오바마는 미국 대통령 출마를 했을 때, 영국이나 케냐 국적을 따로 포기하는 절차를 밟지 않아도 되었고 또한 정치적 이슈가 되지 않았다.
예를 바꾸어 보자. 만약 오늘날 오바마 대통령의 아버지가 한국 출신이고 어머니가 유럽계 백인 어머니라고 가정할 때 오바마는 대통령이 될 수 있었을까 하는 의문이 제기된다. 만약 오바마의 아버지가 한국 출신이면 한국의 ‘홍준표 법안’에 의해 18세 되는 해 3월말까지 한국국적을 이탈해야만 한다. 미국에서 살고 있는 오바마는 한국 법도 모르고 어머니도 한국말을 모르기에 한국 영사관을 통해서 국적 이탈을 해야 하는 것을 몰랐을 것이 분명하다.
국적이탈을 못했을 경우, 오바마는 38세까지 한국 병역을 이행하지 않는 한 국적이탈이 불가능하다. 오바마는 36세부터 일리노이 주의 상원의원을 하였다. 만약 반대당의 정적이 오바마가 38세까지 한국 국적의 이중국적자라는 사실을 알았더라면, 정치적 생명줄이 끊길 수도 있었던 상황이었을 것이다. 따라서 오바마가 주 상원의원을 하지 않았더라면 물론 대통령도 하지 못했을 것은 뻔한 일이다.
소위 ‘홍준표 법안’이 지나친 포퓰리즘을 타면서 개인의 정치적 이익이 국가의 백년대계 이익을 가리고 말았다. 오바마처럼 한인 2세 즉 ‘선천적 복수국적자’는 ‘홍준표 법안’이 무엇인지도 모른다. 설령 알았다고 할지라도 복잡한 국적 이탈절차 때문에 이탈을 하지 못하여 본의 아니게 한국 이중국적자로 38세까지 남게 된 것이다.
38세까지 한국국적을 이탈하지 못하는 한인 2세는 만 25세의 연방 하원의원, 만 30세의 연방 상원의원, 만 35세의 대통령 출마를 어렵게 하고 있다. 결국 ‘홍준표 법안’이 선천적 복수국적자들의 미 정계나 공직 진출 또는 사관학교 진학 등에 발목을 잡는지도 모른 채 오늘에 이르게 되었다. 한국도 손해고, 미주동포도 손해다.
이런 선천적 복수국적에 대한 여야의 반응은 제각기이다. 야당은 ‘국적이탈 기간을 연장해 주어 구제하자’는 것이고 여당은 ‘병역문제는 민감한 부분이기에 역차별의 논란이 있다’는 것이다. 야당에서 국적 이탈 기간을 연장해 주어 구제하자는 제안은 타당성이 있기는 하나 국적이탈을 하려면 한국에 출생신고를 먼저 해야 하기에 이중국적의 증거를 남기게 된다.
반면에 병역문제라 역차별이 문제라는 여당 주장은 설득력이 없는데 그 이유는 선천적 복수국적자는 한국 호적에도 등록되어 있지 않고, 한국에 나갈 의사도 전혀 없는 한인 2세들이기에 한국의 병역과 무관한 사람들이다.
이제 선천적 복수국적 문제는 더 이상 정치적 안건이 아니다. 이것은 법률적 사안이 되었다. 왜냐면 필자가 이 사건에 대해 4번이나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낸 결과 드디어 사실심리를 통과하여 이제는 최종 판결만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헌법재판소에 계류 중인 헌법소원에 의하면, 외국에 거주하는 선천적 복수국적자들에게 어떠한 통지(Notice)를 주기는커녕 공고조차도 하지 않았고, 한국어 구사능력이 없어 한국 법적절차를 스스로 알아 낼 것을 기대하기 어렵기에 한국 국적법은 적법절차의 원칙에 어긋난 헌법 위반이라고 했다.
결국, 선천적 복수국적의 이슈는 해외동포만의 문제이거나, 혹은 여야의 문제가 아닌 대한민국의 이슈이다. 헌법재판소의 신속하고 바른 판결을 기대하면서 다음에 쓸 기사의 제목을 미리 생각해 본다. “한국계 오바마, 아버지 나라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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