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7월은 미주 한인사회 이민사에서 상당히 의미 있는 달로 기록에 남을 만하다. 역사책의 한 장을 장식할 만 한 일들이 한꺼번에 이어졌기 때문이다. 그 하나는 LA에서 최초의 한인 시의원으로 당선된 데이빗 류 의원이 공식 취임해 LA 시청에 입성한 일이고, 또 하나는 한인사회의 오랜 숙원사업이던 ‘한미박물관’의 건립 매스터플랜이 드디어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LA 시의회의 126년 역사에서 최초의 한인 시의원이 의석을 갖고 당당히 의정 활동을 펴는 모습을 보는 것은 단순한 뿌듯함을 넘어 역사적 무게를 느끼게 한다. 류 시의원은 다른 어떤 선출직 못지않은 권한을 행사하는 LA 시의원라는 존재감 뿐 아니라, 미국내 한인 정치력 신장 노력이 또 다른 차원으로 비약적 도약을 이루는 가능성을 상징하고 있기 때문이다.
오랜 준비 끝에 지난 21일 이뤄진 ‘한미박물관(Korean American National Museum·KANM)’ 최종 건축 계획안 발표도 미국 속 한인 이민사회의 또 다른 도약이라는 함의가 크다. 113년이라는 짧지 않은 이민 역사의 기록과 문화를 보존하는 산실이 될 이민사 박물관을 갖추기 위해 한인사회가 자체 건물로 이뤄진 한미박물관 건립 구상을 해온지 근 20여년만에 마침내 그 구체적인 청사진이 나온 것은 미래를 향한 큰 발걸음이 내딛어졌음을 뜻한다.
LA에서 특정 민족의 역사를 기억하기 위해 세워진 박물관 중 대표적인 것으로 유태인 대학살(홀로코스트)의 생생한 역사와 기록을 간직한 ‘관용의 박물관(Museum of Tolerance)’을 들 수 있다. 이 박물관은 ‘나치 헌터’로 유명했던 유태계 인권운동가 사이먼 위젠탈의 정신을 기려 역사를 잊지 않고 기억하려는 유태계 커뮤니티의 노력의 산물로 잘 알려져 있다.
이번에 한미박물관의 구체적 매스터플랜이 마침내 마련돼 본격적인 건립 추진의 동력을 얻게 된 데에도 그간 커뮤니티에서 한미박물관 단독 건물 건립을 성사시키기 위해 뜻 있는 인사들이 쏟아온 숨은 노력들이 깔려 있다. 한미박물관 현실화를 위한 진전이 이처럼 이뤄지고 있는 데는 현 한미박물관 이사진의 상당수가 50만달러씩 사재를 털어 프로젝트의 바탕이 될 기금을 조성하고 커뮤니티의 ‘대의’를 위해 발 벗고 나서는 등 누군가는 해야할 일이지만 쉽지만은 않은 일을 묵묵히 하고 있는 것이 최대 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같은 노력의 결과로 이번에 발표된 한미박물관의 청사진이 한국 전통 건축미와 LA의 현대적 모습을 잘 융화시킨 디자인에 부속 주거시설까지 공동으로 건축하는 복합 프로젝트로 계획된 것도 의미가 크다. 박물관을 건립하는데 그치지 않고 장래에 꾸준한 운영을 가능케 할 수익원 확보까지 해결하는 절묘한 수라는 평가다.
미주 한인 이민사회의 미래를 생각할 때 한미박물관은 건립 완료 이후에도 한인 이민사회의 랜드마크이자 후세 교육의 장으로서 프로그램이 지속적으로 운영되고 나아가 미국사회에서 한인들의 위상을 높이고 권익을 보호하며 그 파워를 신장시키기 위한 ‘거점’이자 ‘전초기지’가 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든든한 운영 기반이 있어야 함은 물론이다.
LA 한인타운 문화 상징물의 하나로 한인 커뮤니티에서 펼쳐진 대대적 건립 운동을 펼쳐 세워진 ‘다울정’이 건립 이후 운영 기금 부족으로 사실상 방치되고 있는 것처럼, 한인사회의 위상을 높이고 미래를 위한 프로젝트가 멀리 내다보는 비전 없이 표류되는 상황이 되풀이 되어서는 안 된다. 3,000만달러 규모가 되는 한미박물관 건립 프로젝트 성사를 위해 이같은 장기적 비전을 바탕으로 한인 커뮤니티의 힘이 결집되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미국내 일본계 커뮤니티가 이민 역사를 기억하기 위한 박물관 건립 노력의 결실로 문을 연 LA 다운타운 리틀도쿄의 일미박물관은 우리가 참고해야 할 선례의 하나다. 건립 운동 당시 전국에서 5만여명이 동참하고 일본 정부와 기업들까지 함께 나서서 4,500만달러의 기금을 조성했다고 하는데 한인들도 못 이루라는 법이 없다.
한인 이민사에 기록될 올해 LA시 선거에서 한인사회의 결집된 힘이 데이빗 류 LA 시의원 배출을 이뤄낸 것처럼, 한미박물관 건립이라는 대장정의 큰 보폭을 내디딘 2015년이 모든 이들의 동참과 결집을 통해 미주 한인사회의 새로운 도약의 원년으로 기록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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