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25일 오바마케어, 그리고 6월26일 동성간 결혼에 관한 연방대법원 판결이 있었다. 오바마 정부가 바라던 판결이었다. 시대의 흐름으로 봤을 때 당연한 판결이었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노심초사하던 오바마 정부는 남은 임기동안 정책을 주도할 수 있는 동력을 얻었다.
오바마케어에 대한 위헌심판은 이미 3년 전 오바마 정부의 승리로 끝났었다. 오바마케어는 소외된 사람에게 의료보험을 제공하자는 취지이며, 개인의 의료보험 선택권을 제한한 위헌적 법률이 아니라고 3년 전 대법원이 판결했었다. 이번에는 연방세법의 문구를 빌미로 오바마케어에 흠집을 내려는 주장이 쟁점이었다. 연방세법에는 “주정부를 통해서” 보조금을 지불하라고 되어있는데, 실제로는 “연방정부가 직접” 보조금을 지불하고 있으니 무효라는 주장이었다.
오바마케어의 주요 골자는 과거 병력을 이유로 보험가입을 거부하는 보험회사에 제동을 걸고, 모든 국민이 보험에 가입하게 강제하며, 무료보험 혜택을 받지 못하는 저소득층에게 정부가 보조금을 지불하는 것이다. 각 주정부가 ‘마켓플레이스’를 만들어 의료보험을 중개하고 보조금을 지급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대부분의 주정부는 행정상의 이유로 자체적인 ‘마켓플레이스’를 만들지 않았다.
연방정부는 주정부 대신 마켓플레이스를 만들어 운영하는 것으로 대응했다. 실제로 37개주가 자체적인 마켓플레이스를 만들지 않았었다. 주정부에게 맡긴 일을 하지 않으니 연방정부가 직접 마켓플레이스를 만들어 도와주겠다는 것인데, 오히려 연방세법을 무시한 위법이라며 트집을 잡았던 것이다.
오바마케어가 입법화될 때 공화당은 큰 목소리로 반대하는 두 집단을 대변했었다. 모든 국민에게 의료보험이 제공되면 의사들이 바빠져서 자신을 잘 진료할 수 없을 것이라고 부자들은 이기심을 드러냈다. 자신들이 낸 세금으로 가난한 사람들에게 보험 혜택을 준다는 반감을 표시했다. 무분별한 보험혜택으로 보험회사의 손익구조가 악화돼서 결국 “선량한” 보험가입자들이 의료헤택을 받지 못할 것이라고 보험회사는 극단적 여론을 조장했다.
그들은 입법에 영향을 끼쳐 위기상황을 기회로 만들었다. 결국 중산층 자영업자들이 비용을 떠안게 되었다. 고소득층은 큰 부담을 느끼지 않고 비싼 보험을 살 수 있다. 저소득층은 보조금 덕택에 좋은 보험혜택을 받을 수 있다. 주머니를 털어서 보험을 사야하는 중산층 자영업자는 보험료 인상을 몸으로 견뎌야하는 희생자가 되었다. 오바마 정부는 말없는 다수의 중산층을 희생시켜 오바마케어라는 반쪽짜리 업적을 달성했다.
오바메케어의 더 큰 문제는 의료체계에 대한 개혁을 포기한 것이다. 미국은 의료산업이 총 국내생산의 17%를 차지하는 나라이다.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스티글리츠는 미국의 일인당 의료비용이 선진 공업국 평균보다 2.5배 높음을 지적하며, 의료보험 회사와 제약 회사들의 지대추구 행위를 규탄한다.
보험회사, 제약회사, 병원을 삼각축으로 하는 미국 의료업계의 비효율은 의료비용을 높이는 주범이다. 자유 시장경쟁을 이유로 정부의 개입을 배제시키며, 실제로는 독점적 지위를 이용해 자신의 배를 불리는 시장 파괴적 행위를 해 왔다. 불행히도 오바마케어는 이들의 독주를 막기는커녕, 기존의 독점적 지위를 지켜주며, 시장만 키워주는 역할을 했다.
이번 대법원 판결로 오바마케어에 대한 분란이 영구히 종식된 것은 아니다. 공화당은 오바마케어를 무력화시킬 트집을 잡고 있으며, 차기 행정부와 의회를 장악하면 오바마케어를 없애버리겠다고 공공연히 협박을 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로 정권을 잡더라도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예견된다. 국민의료보험은 당파를 떠나, 국가가 해야 할 최소한의 의무가 되었고, 공화당 지지자들은 이미 필요한 것을 얻었기 때문이다.
오바마케어는 역사에 남을 업적이 될 것이다. 상하 양원의 전폭적 지지를 받던 클린턴 정부도 해내지 못한 국민의료보험 제도를 오바마 대통령이 이뤄냈다. 최초의 흑인 대통령이라는 역사적 상징성보다 더 중요한 역사적 업적이 될 수 있다.
국민의료보험의 시작은 국가의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는 중요한 변화이다. 스티글리츠는 주장한다. “불평등을 완화하고 기회의 평등성을 증진시키면 미국의 경제와 민주주의, 사회가 그 혜택을 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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