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최근 한 독일 제약회사가 주최한 ‘미국 내 아시안들의 폐암’에 대한 토론회에 참석하였다. 의료계와 언론계의 많은 관심으로 시종일관 열기가 뜨거웠다.
이 모임은 필자를 포함한 중국 및 일본계 암 전문의들이 초청되어 아시안들에게 발생하는 폐암에 대하여 광범위하게 토론하는 자리였다. 왜 특별히 아시안들에게서 발생하는 폐암에 대해 토론하는 자리가 마련되었을까? 이는 아시안들에게 발생하는 폐암은 서구인들과는 다른 특징들이 있고, 이런 특징들이 최신 치료제 선택과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폐암은 암 전문의들에게는 공포의 대상이다. 남녀 공히 암사망률 1위인 공공의 적이다.
지난 수십년 간 수많은 연구에도 불구하고 조기에 발견하여 수술하는 것 외에는 항암 화학요법이나 방사선 등이 제한적 역할밖에 못하였다.
통상적으로 1기 암은 치료결과가 매우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폐암의 경우 1기 암도 완치율이 70%에 불과하다. 3기 폐암의 경우는 완치율이 20% 이하로 떨어지고, 4기 암의 경우는 생존기간이 1년 전후 밖에 안 될 정도로 결과가 좋지 않다.
폐암이 난치암인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특히 조기에 원격 전이가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우리 몸의 모든 피는 폐를 거쳐 신선한 산소를 받아 몸의 구석구석에 공급되게 된다. 따라서 작은 폐암의 경우라도 주변의 많은 혈류를 통해 일찍부터 암세포들이 혈액으로 떨어져 나가 신체의 다른 부분으로 퍼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흡연으로 장기간 많은 유전자 변이로 인해 발생한 암들의 경우는 치료에 있어서도 저항성이 강하다. 쉽게 말해 단순히 한두 가지 문제점을 해결하는 것으로 치료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최근에 이런 폐암치료에 서광을 비추는 표적 치료제(target therapy)가 개발되어 희망이 되고 있다. 표적 치료제는 암에만 발생하는 유전자 변이(genetic mutation)을 공격하여 암세포만을 죽이는 약이다.
암세포는 유전자에 변이가 생겨 죽지 않고 지속적으로 분열하고 성장하여 암 덩어리를 만들게 된다. 정상세포에는 EGFR(Epidermal Growth Factor Receptor)라는 단백질이 있어 세포의 성장과 분열에 관여한다.
폐암 세포 중 일부는 이 EGFR 단백질을 만드는 유전자에 변이가 생겨 EGFR 단백질의 활동이 강화되어 끝없이 성장하고 분열하게 된다. 요즘 개발된 표적 치료제들인 경구용 Erlotinib이나 Afatinib은 이 EGFR 유전자에 변이가 있는 폐암에 항암 화학요법보다 더 효과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EGFR 유전자 변이가 서구인들의 폐암에서는 단 15~20% 정도에 불과하지만, 동양인들에게는 30~60% 정도까지 흔하게 발견된다. 특히 이 유전자 변이는 비흡연 여성들에게 흔하다. 따라서 흡연력이 없는 아시안 여성의 경우는 이 EGFR 유전자 변이가 있으면 부작용이 적고 효과가 좋으며 경구용 약인 Erlotinib이나 Afatinib 등의 표적 치료제들로 좋은 치료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최근에는 이런 표적 치료제 외에도 면역 치료제인 Nivolumab이라는 약이 승인되었다. 폐암이라는 거대한 적을 무너뜨릴 수 있는 무기들이 하나 둘씩 개발되어 나오고 있는 것이다.
한 가지 꼭 독자들께서 기억하셔야 할 것이 있다. 한국뿐 아니라 미주 한인들에게서도 남성의 폐암 발생률은 점차 주는데 반해 여성의 폐암은 늘고 있다.
특히 비흡연 여성들의 폐암이 늘고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여러 가지 설이 있지만 아직 확실한 이유는 밝혀지지 않고 있다.
주방에서 조리 때 발생하는 연기나 간접흡연 등이 원인의 일부일 것이라고 추정되고 있다.
따라서 비흡연자라 하더라도 기침, 가래, 객혈, 호흡곤란 등의 호흡기 증상 등이(이유가 불분명하게) 한 달 이상 지속될 경우에는 반드시 추가 검사를 할 것을 권한다.
하루에 담배 한 갑을 30년 이상 흡연한 55세에서 77세 흡연자가 현재 계속 흡연자거나 끊은지 15년 이내의 경우에 의사와 상의 후 저용량 CT로 폐암을 조기검진하는 것이 적극 권고된다.
문의 (213)388-0908
<
안상훈 / 암 전문의 엘에이 암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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