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는 꽃의 나라다. 해마다 4월말이면 세계 최대의 꽃 축제가 열리고 세계 최대의 꽃 경매 시장과 화원이 있는 곳도 여기다.
여러 꽃 중 네덜란드를 대표하는 꽃을 들라면 튤립이 첫 손가락에 꼽힐 것이다. 16세기 말 터키에서 수입된 튤립은 모양이 특이하고 색깔이 강렬하면서도 다양해 네덜란드인들의 사랑을 받았다. 아시아와의 향료 무역으로 떼돈을 번 갑부들은 이런 꽃으로 정원을 가꾸는 것을 ‘성공의 상징’으로 여겼다.
튤립의 인기가 치솟으면서 이 꽃은 단순한 장식품이 아니라 투자 수단으로 떠올랐다. 사두면 오른다는 믿음이 일반인들에게 널리 퍼지기 시작했고 튤립 투기가 절정에 달했던 1636년 가을에는 귀한 튤립 구근 하나의 가격이 대저택과 맞먹었다.
그러나 달도 차면 기우는 법, 더 이상 높은 가격을 주고 살 사람이 없어지자 탐욕에 눈이 멀었던 사람들은 공포에 질려 너도나도 튤립을 내다 팔기 시작했고 저택보다 비쌌던 구근 값은 몇 달 사이 양파값 수준으로 폭락했다. 이로 인한 피해는 투자가들 사이에 국한되지 않고 경제 전반으로 번져 네덜란드는 몇 년 간 심한 불황에 시달렸다. 이것이 역사상 첫번째 버블로 불리는 튤립 매니아의 전모다.
버블의 형성과 붕괴는 통념과는 달리 망해가는 나라가 아니라 떠오르는 나라에서 일어난다. 당시 네덜란드는 최초의 다국적 기업인 동인도 회사를 통해 세계의 돈을 긁어모으고 있었다. 최초의 주식시장이 세워진 곳도, 사실상 최초의 중앙은행이 설립된 곳도 거기다. 무한한 미래에 대한 자신이 없으면 버블은 부풀지 않는다.
1688년 명예혁명 이후 경쟁자였던 네덜란드를 제압하고 새로운 강자로 떠오른 영국과 그 라이벌 프랑스는 모두 ‘남양 버블’(South Sea Bubble)과 ‘미시시피 계획’이라는 거품을 경험했다. 무한한 신대륙의 부를 장악하겠다고 세운 회사들의 주식이 폭등과 폭락을 겪으며 두 나라는 모두 장기간의 불황을 견뎌야 했다. 버블에 빠져 피해를 본 것은 멍청한 사람이나 투기꾼만이 아니었다. 천체의 움직임을 정확히 설명하고 예측했던 천재 뉴턴도 투기 열풍에 휘말려 큰 재산을 날렸다.
20세기 들어서는 영국과 프랑스를 제치고 강대국으로 부상한 미국이 대형 버블을 경험했다. 1929년 주가 폭락과 시작된 대공황은 전세계 경제를 파국으로 몰고 갔다. 20년대 초부터 말까지 10배가 올랐던 다우존스 주가 지수는 가치의 90%를 잃고 원점으로 돌아가서야 하락을 멈췄다.
80년대에는 2차 대전의 폐허에서 일어난 신흥 경제 강국 일본이 비슷한 경험을 했다. 1989년 39,000에 육박하던 니케이 지수는 2009년 7,000대까지 떨어지고서야 상승세로 돌아섰다. 이제 20,000선을 오락가락하고 있지만 26년 전의 절반 수준이다.
이미 한 차례 버블을 경험한 미국은 세계 유일의 수퍼파워답게 90년대와 2000년대 하이텍과 부동산이란 더블 버블을 다시 맛봤다. 2000년 5,000을 넘었던 나스닥은 15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겨우 5,000선을 회복했지만 집값은 아직도 2006년 최고치에 못 미친 상태다.
일본을 제치고 제2의 경제 강국으로 떠오른 중국 증시가 심상치 않다. 상해 종합 지수는 27일 하루 8.5% 폭락하며 3725를 기록했다. 2007년 금융 위기 이후 최대 낙폭으로 지난 6월 5166으로 최고치를 기록했던 것에 비하면 30% 가까이 떨어진 것이다. 작년 이 지수가 2,000대에서 출발한 것을 감안하면 아직도 하락 여력이 충분히 남아 있다. 버블은 일단 터지면 출발점까지 떨어지는 일이 흔하다. 상해 지수가 2,000선으로 가도 놀랄 일은 아니다.
그렇게 될 경우 빚을 얻어 투자한 개미 투자가들의 파산과 자살이 이어질 것이고 중국 경제도 한동안 휘청이겠지만 이것이 중국 경제의 끝이라고 보는 것은 무리다. 중국보다 먼저 경제 대국으로 큰 나라들이 모두 비슷한 과정을 겪었기 때문이다. 이번 중국의 증시 파동은 중국이 한 단계 높은 차원으로 성장하면서 겪는 통과 의례로 보는 것이 맞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차이나 버블의 붕괴는 단기적으로 중국 경제에 절대적으로 의지하고 있는 한국에게 불리한 요소로 작용하고 미국 증시에도 악영향을 줄 가능성이 높다. 더구나 미국 주식은 2009년 이후 제대로 된 조정을 거치지 않고 부풀어 왔다. 올해 세계 증시 전망은 밝지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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