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WI는 ‘(술이나 마약에) 취한 상태에서의 운전’이라는 영어의 첫 글자 모음이다. 그런데 흑인들 사이에서는 DWB란 약자가 한탄을 자아낸다. 이것은 ‘흑인인 상태에서의 운전’을 의미한다. 흑인들은 자신들이 흑인이기 때문에 경찰에 자주 정지 당한다고 생각한다.
최근 텍사스의 헴프스테드를 통과하다가 차선을 바꾸면서 깜박이 신호를 안했다고 체포된 샌드라 불랜드 양의 경우도 그 때문인 듯하다. 체포하던 백인 경찰이 그를 차에서 내리라고 명령했는데도 그가 꾸물거리자 테이저를 쏘아 충격을 주겠노라는 투의 고성을 질렀다. 그가 만약 백인 여자였다면 그렇게 체포했을 것인가를 상상해 보면 된다. 그가 유치장에 영치되어 있다가 3일 후에 죽은 것을 두고도 경찰은 자살이라고 주장하고 유가족은 자살할 이유가 없다고 대응한다.
오바마가 최근 ‘유색인종지위향상전국위원회’(NAACP)에서 이렇게 연설했다. “유색 인종은 백인들과 비교해 볼 때 (경찰에게) 정지당하고 몸수색 당하며 심문 당하고 고발당하며 구류 당할 가능성이 더 크다... 흑인들은 체포당할 가능성이 더 크다. 흑인들은 (백인들과) 동일한 범죄로도 더 많은 형기를 선고받을 가능성이 더 크다.” 백인 남성들은 214명에 1명꼴로 수감되어 있는 반면 흑인 남성들은 35명당 한 명 꼴로 수감되어 있다. 이 때문에 흑인 아동들 9명 당 하나는 부모가 감옥에 있는 셈이다.
오바마가 거의 7년 전에 대통령에 당선되었을 때 일부 순진한 사람들은 미국의 인종차별이나 편견은 이제 옛 일이 된 것처럼 기뻐했었지만 실상은 그렇지 못하다는 증거는 퍼거슨, 뉴욕, 볼티모어 등지에서 볼 수 있었다. 6월에는 찰스턴의 흑인교회에서 성경공부를 하던 목사 등 9명이 백인 청년에게 사살 당했다.
미국의 (백인우월) 인종주의는 현재 공화당을 진퇴양난에 처하게 만들고 있는 도날드 트럼프의 폭언에서도 잘 드러나고 있다. 미국으로 밀입국을 한 불법체류자들은 강간범들이며 그 중에는 괜찮은 사람들도 가끔 끼어 있다는 식의 발언으로 힐러리 클린턴의 백악관 장악 가능성이 더 커지면서 공화당 중진들은 트럼프가 입 놀리기를 자제해 주기를 바라고 있지만 백인들, 특히 노년층의 지지 때문에 트럼프는 젭 부시와 스캇 워커 보다 두 배가 되는 지지를 받는다는 게 현재의 여론조사이다.
사과해야 한다는 다른 후보들의 요구에 응하기는커녕 자기는 항상 옳게 살기 때문에 하나님께 용서를 빈 적이 한 번도 없다는 유아독존적인 언설은 조현아의 수퍼 갑질을 연상시키기까지 한다. 공화당이 자기를 제대로 대접하지 않는다면 제3당 후보로 나온다고 공언하기 때문에 공화당 중진들이 밤잠을 설치고 있을 것이다.
미국 인종문제에 대한 암울한 비관론은 미국 문예 평론잡지 애틀랜틱의 타 네히시 콧스(Ta Nehisi Coates)가 쓴 ‘세상과 나 사이’(Between The World and Me)란 새 책의 주제라는 것이 워싱턴 포스트의 칼럼니스트 대나 밀뱅크의 분석이다. 구조적인 인종차별주의 때문에 만들어진 번영의 목가적인 ‘꿈’을 살아감으로써 자기 자신들을 기만하는 백인들에 대해 콧스는 거의 아무런 희망도 두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밀뱅크는 “흑인 생명에 대한 약탈은 이 나라의 유년기부터 교련되어 온 것이고 나라 역사 전체에 걸쳐 보강되어 왔기에 약탈은 아마도 우리가 죽을 때까지도 어쩔 수 없이 돌아와야 하는 애초의 기능이 되었다”는 콧스의 책 내용을 인용한다.
그러나 밀뱅크는 미국 인구가 세계 인구의 5%인데도 세계 감옥 인구의 25%나 차지하고 있는 배후에는 상당수의 수감 흑인들이 폭력을 쓰지 않은 마약사범들로 수감되고 있다는 사실이 존재한다고 지적하면서 이를 해결하는 한 방법으로 판사의 재량 범위가 거의 없는 필수 형기제도를 개선하려는 오바마의 노력이 공화당의 지지를 받아 통과되는 경우 조금이나마 사태가 나아질 수도 있다는 일말의 낙관론을 유지하고 있다. 콧스의 비관론과 오바마, 그리고 밀뱅크의 제한된 낙관론 중 어느 것이 적중할런 지는 두고 보아야 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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