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및 공산 측 대표들은 27일 상오10시 한국휴전협정에 조인하였다 전투는 27일 하오10시에 자동적으로 정지될 것이다….” 1953년 7월27일 당시 UP통신이 판문점 발로 전한 보도다.
1950년 6월25일 북한 공산군이 38선 넘어 침공해온 이후 3년1개월2일19시간 만이다. 또 소련이 휴전을 제안한지 2년여. 휴전은 마침내 성립된 것이다. 사상자수 한국군 62만, 유엔군 16만, 북한군 93만, 중공군 100만, 민간인 250여만 이라는 엄청난 인명피해를 뒤로 하고.
그보다 앞서 3주 전. 당시 이승만 대통령은 원용덕 헌병사령관을 불러 모종의 비밀지령을 내렸다. 그리고 6월18일. 포로수용소 경비대를 ‘헌병총사령부’란 명칭의 특수부대가 장악했다. 그리고 전등을 끄고 철조망을 끊었다.
북으로 가기를 거부하는 반공포로 3만7000여 명 중 2만7천389명이 일시에 석방된 것이다.
워싱턴이 벌컥 뒤집혔다. 아니, 격노했다. 아이젠하워 대통령이 이승만 대통령 제거 쿠데타 계획안 ‘에버 레디 오퍼레이션’(Ever ready operation)을 직접 검토할 정도였다.
이후 상황은 빠르게 전개됐다. 미 행정부 고위당국자들의 한국 방문에 이어 7월12일 한미방위조약을 체결하기로 합의를 본 것이다.
대통령을 비롯해 미국의 조야는 한국과의 상호방위조약에 부정적이었다. 그런 마당에 서둘러 휴전협정이 맺어지면 이후 한국 안보는 어떻게 되나. 뭔가 승부수가 필요하다. 국제정세를 치밀하게 재단했다. 결국 찾아낸 것이 반공포로석방이었다. 독립한지 불과 6년. 그나마 전쟁으로 폐허가 됐다. 그런 대한민국 대통령이 미국을 상대로 목숨을 건 도전에 나섰던 것이다.
사태는 이 대통령의 의도대로 흘러갔다. 격노했던 미국은 달래는 방향으로 방향을 바꾸고 한국 방위를 약속했다. 그해 8월 한·미 상호방위조약이 체결된 것이다.
이렇게 해서 태동 된 한미동맹이다. 견고한 방파제 역할을 했다. 그 틀 안에서 한국은 산업화와 민주화를 이루어 냈다. 그 한미동맹을 놓고 그런데 여기저기서 불협화음이 들려오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하루 수십억 달러를 벌면서 문제만 생기면 미국군대가 해결해 주어야 한다. 한국도 그렇다. 한국은 미쳤다.“ 대권도전에 나선 억만장자 도널드 트럼프의 발언이다.
한국이 안보무임승차를 하고 있다는 거다. 좌충우돌에 막말을 하고 있다. 그런 트럼프의 발언이다. 그러니 격분한 한국 언론의 표현대로 ‘미친 발언’으로 치부할 수도 있다.
그러나 어딘가 석연치 않은 구석도 있어 보인다. 불만의 소리가 높아가고 있다. ‘한국 실망론’이라고 할까. 미국의 조야에 그런 분위기가 소리 없이 확산돼왔다. 그게 이미 수년째여서다.
그 발단은 박근혜정부의 친중(親中)노선에서 찾아지는 것 같다. 중국은 이제 잠재적 적대국이다. 그게 미국의 입장이다. 원초적으로 중국에 견제감이 있는 미국이다. 그런 미국에게 지나칠 정도의 친중노선은 한국이 미국의 원심력에서 탈출하려는 시도로 비쳐질 수 있다.
그 케이스의 하나가 미국의 동맹국 중 유일하게 한국은 미국이 제의한 사이버동맹을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다. 다른 이유가 아니다. 중국의 눈치를 봐서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배치에 계속해 미적거리는 것도 같은 이유다.
워싱턴의 입장에서 특히 황당하게 들리는 주장은 한국 정치지도자들의 이른바 ‘안미경중’(安美經中-안보는 미국에 의존, 경제는 중국에 의존)의 논리다. 그 논리가 그렇다. 가치추구는 배제된, 원칙이 없는 기회주의자의 주장으로도 들리는 것이다.
거기다가 다분히 표퓰리즘성의, 민족주의에 편승한 외교정책이 가미됐다. 대 일본 외교가 그렇다. 반일(反日)이라는 올가미가 씌어졌다고 할 정도로 경직돼 있었다. 거기서 비롯된 일본과의 과거사 갈등은 미국에 피로감만 가중시킨 것이다.
그 박근혜 정부외교가 결국 사면초가의 상황을 맞았다. 한국은 왜 남중국해 대치상황에서 침묵만 지키는가. 참다 못 해 태도를 분명히 하라는 워싱턴의 불만에 찬 질타다.
또 이런 소리도 들려온다. 메르스, 세월호, 인사실패로 박근혜 대통령의 입지가 크게 약화됐다는 것이다. 미의회 조사국(CRS)의 보고서 내용으로 한국 대통령의 리더십 문제를 정면으로 언급한 것이다. 다른 말이 아니다. 한국 외교는 지도자 리스크까지 안고 있다는 지적이다.
국내에서의 비판도 만만치 않다. 그 비판은 외교와 안보문제에서 내부합의조차 이루지 못한 ‘사고 정지’ 상태에 빠져 있다는 것으로 요약되고 있다.
새삼 한 가지 질문이 제기된다. 왜 친중 일변도의 노선인가 하는 것이다. 뭔가 심각한 착각이 있었고 때문에 애초에 수읽기에 착오가 있었다는 것이 이제 와서 내려지는 결론 같다.
‘America is Back!- 팍스 아메리카나 3.0시대가 열렸다’-. ‘중국 부상론’에 눈이 멀었다고 할까. 그래서 이 새로운 흐름을 놓쳤다. ‘대국굴기‘의 표어도 내리고 신(新)도광양회로 꼬리를 내리고 있는 중국. 그 미묘한 변화를 읽어내지 못한 것이 아닐까.
세계정세를 고차원적으로 정확하게 이해했다. 이승만 대통령에게 내려지는 평가다. 그런 ‘외교의 대통령’이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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