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추락한 우즈, 끝없는 부진에“짐 싸라”압박 쇄도
▶ 위대한 커리어에 더 이상 오점 남기지 말라 요구
20일 ‘골프의 발상지’ 세인트앤드루스 올드코스에서 막을 내린 제144회 디 오픈 챔피언십(브리티시오픈)에서 메이저 14승의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는 이틀간 76타와 75타를 치고 컷오프됐다. 지난 달 워싱턴주 체임버스베이에서 벌어진 US오픈에서도 컷오프됐던 우즈는 이로써 자신의 커리어 중 처음으로 2연속 메이저에서 컷 탈락의 수모를 당했다.
사실 우즈가 아니라면 2연속 메이저대회 컷 탈락은 뉴스거리도 아니다. 하지만 우즈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1997년 프로로서 처음 나선 메이저대회인 매스터스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골프 역사를 바꾼 것을 시작으로 우즈는 지금까지 메이저대회에서 14승을 따내는 동안 컷 탈락은 6번뿐이었다.
그것도 프로 전향 후 첫 9년간은 메이저 대회에서 단 한 번의 컷 탈락도 없었으나 최근 2년간은 출전한 5개 메이저대회에서 3번이나 컷 탈락하며 갑자기 ‘컷오프 단골’로 자리잡았다.
하지만 문제는 단순히 컷 탈락했다는 사실이 아니라 그 과정에서 나타난 그의 경기력이 팬들이 측은하게 느낄 정도까지 추락했다는 사실이다. 그는 올 시즌에 벌써 3차례나 80대 타수를 적어냈고 메모리얼 토너먼트에선 자신의 커리어 최악인 85타를 적어내기도 했다.
그는 이번 대회를 마친 뒤에도 “계속 앞으로 전진할 것이다. 2주 뒤에 .D.C.에서 벌어지는 퀵큰론스 대회에 나서는데 거기서 이겨서 내 위치로 돌아가게 되길 희망한다”고 말해 자신의 아직 끝나지 않았음을 강조했지만 주변의 반응은 냉랭하다. 단순히 그가 더 이상 과거의 영광스런 모습으로 돌아가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넘어 이젠 더 이상 팬들에게 부끄러운 모습을 보이지 말고 은퇴하는 것이 어떠냐는 의견이 쏟아지고 있다.
21일 인터넷에 떠도는 우즈 관련 글들의 제목을 살펴보면 “타이거 우즈는 은퇴해야(CBS)”, “타이거 우즈 은퇴해야 하나(골프채널)”, “이제 짐 싸라, 타이거(Vice)”, “자신이 추락했다는 현실을 계속 부정하는 타이거 우즈, 더 이상 지켜보기 힘들다(가디언)” 등 부정적인 톤 일색이다. 한 마디로 위대했던 ‘골프황제’로서 커리어에 더 이상의 오점을 남기지 말고 필드를 떠나라는 것이다.
사실 올해 우즈의 모습을 보면 팬들이 이런 생각을 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올 시즌 우즈는 8개 대회에 나서 1차례 기권과 3번의 컷 오프로 절반인 4개 대회를 마치지 못했다. 나머지 4개 대회에서 탑25 입상은 매스터스에서 거둔 공동 17위 한 번뿐이었다. 시즌상금은 22만5,198달러는 상금랭킹 180위다.
이 같은 부진에 대한 우즈의 핑계(설명)는 주로 부상과 재활에 따른 연습량 부족, 그리고 스윙 개조 등이었다. 2013년과 2014년 시즌을 부상과 재활로 사실상 포기했던 우즈는 올해 처음으로 나섰던 피닉스오픈에서 2라운드 82타를 적어내고 컷 탈락한 뒤 두 번째 대회 파머스인슈런스오픈에서는 기권했다.
매스터스에서 잠시 ‘반짝’한 우즈는 메모리얼에서 80대 타수를 두 번이나 적어내는 망신을 당했고 이어 US오픈에서도 첫날 80타를 치더니 컷 통과에 실패하자 스윙 개조가 덜 끝났다고 둘러댔다. 이어 그린브라이어클래식에서 3차례나 60대 타수를 기록하자 “스윙이 완성됐다”고 큰소리를 쳤지만 그럼에도 순위는 고작 32위에 그쳤다. 그리고 이번 디 오픈 개막을 앞두곤 “우승하러 왔다”고 호언장담을 늘어놨지만 꼴찌나 다름없는 151위로 보따리를 싸야 했다.
특히 이번 디 오픈에서 모습은 우즈에 대한 일말의 기대마저 접게 만드는 계기가 됐다. 대부분 전문가들은 이제 우즈가 더 이상 투어대회에서 우승을 다툴만한 선수가 아니라는데 동의하고 있다. 메이저대회는 고사하고 투어 대회에서도 더는 우승하지 못할 것이라는 진단이 많다.
스포츠 통계 분석 전문가 닐 그린버그는 디 오픈을 앞두고 워싱턴포스트 기고문에서 드라이버샷 정확도와 비거리, 평균 타수 등 각종 통계를 바탕으로 우즈가 투어선수 평균 이하의 실력이라는 결론을 얻었다며 “우즈는 우승 후보가 아니다”라고 단언한 바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우즈가 더 이상 추한 모습을 보이지 말고 은퇴해야 한다는 의견에 대해선 반론도 만만치 않다. 우선 미디어가 무슨 권리가 한 개인에게 커리어를 그만두라 마라 하느냐는 비판이 또 다른 미디어에서 나왔다. 영국의 더 가디언은 21일 “로버트 드 니로처럼 타이거 우즈도 형편없을 권리가 있다”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이런 주장을 펼치며 흥미로운 사실을 열거했다.
언론들이 우즈가 은퇴해야 할 이유로 거론하는 것들을 살펴보면 이번 디 오픈에서 우승한 잭 잔슨도 이번 대회에 나오기 전에 진작 은퇴했어야 한다는 것이다. 잔슨은 우즈와 똑같은 39세이고 그가 마지막으로 메이저에서 우승한 것은 2007년으로 2008년에 우승했던 우즈보다 1년 전의 일이다. 또 우즈는 지난 2013년에 한 시즌 5승을 올렸는데 잔슨은 지난 5년간을 합쳐서 5승을 올렸을 뿐이라는 것이다.
사실 엉뚱한 비교이긴 하지만 의미는 분명하다. 우즈의 화려했던 과거가 그의 현 주소를 필요이상으로 왜곡시키고 있다는 말이다. 과연 그럴지는 결국 시간이 말해주겠지만 팬들 입장에선 우즈의 현재 참담하고 초라한 모습을 지켜보기가 힘든 것은 사실이다. 이런 목소리를 잠재우는 것도 역시 우즈가 해결해야 할 과제다.
<김동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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