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택소유율 64.5%, 8년 연속 하락세
▶ 세입자 수 해마다 77만가구씩 급증
[하버드대 주택연구센터 주택시장 진단]
사상 최악이라는 침체에서 벗어나 3년째 회복기를 맞고 있는 주택시장은 현재 어디쯤 와 있는 걸까? 하버드대 ‘주택연구센터’(Joint Center for Housing Studies)의 답변은 다소 비관적이다.
집이 없어서 못 팔 정도로 활황인 것처럼 보이지만 센터는 주택시장은 이미 지난해 회복 모멘텀을 잃은 것으로 진단했다. 주택구입여건이 나아지지 않아 주택구입 수요가 대부분 임대시장으로 몰려 주택소유율은 사상 최저수준으로 떨어졌고 임대시장만 활황세를 보이고 있는 점이 문제로 지적됐다. 하버드대 주택연구센터가 최근 발표한 주택시장 진단 보고서를 정리한다.
■ 주택소유율 20년래 최저
지난해 주택소유율은 약 64.5%로 20년래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현재 주택시장 상태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지표다. 주택소유율은 이미 8년 연속 하락세를 나타내고 있는데 주택 수요가 전반적으로 낮아지고 있음을 나타낸다. 주택소유율 하락세는 당분간 개선될 기미도 보이지 않고 있다. 올해 1분기 주택소유율은 이미 지난해보다 더 떨어진 약 63.7%를 기록했다.
주택소유율 하락 현상은 전 연령대에 걸쳐 나타나고 있다. 특히 X세대로구분되는 1965~1984년 출생자들의 주택소유율이 가장 낮게 나타났다.
X세대 중 35~44세 연령대는 주택시장 침체 직전 첫 주택을 구입한 세대로 주택가격 폭락에 대비할 만한 주택 순자산이 여유롭지 못한 세대여서 직격탄을 맞은 세대다.
바로 윗세대인 45~54세 연령대는 침체 직전 첫 주택을 처분해 규모가 큰 집으로 옮겼거나 주택담보 대출을 받아 주택 리모델링에 나선 경우가 많아 역시 낮은 순자산으로 가격 하락을 견뎌내지 못했다. 주택시장 침체로 가장 큰 타격을 받은 X세대의 주택소유율은 조만간 살아나기 힘들 전망이다.
■ 젊은층 소유율 대신 임대율 증가
젊은층의 주택소유율이 높아지지 않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 이른바 밀레니얼 세대(1985~2004년생)의 주택소유율은 늘지 않고 대신 임대율만 증가하고 있다. 25~34세 연령대 세입자 중 주택관련 비용이 소득의 30%를 넘는 비율은 지난 10년 사이 40%에서 46%로 급증했다.
동일 연령대 세입자 중 주택비용이 소득의 50%를 넘는 비율도 같은 기간 19%에서 23%로 늘어나 젊은층의 주택관련 비용이 가중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25~34세 세입자 중 학자금 부채가 있는 비율은 2004년 약 30%에서 2013년 약 41%로 증가했고 평균 학자금 부채 규모도 50%나 급증, 약 3만700달러로 조사됐다.
■ 임대주택 세입자 폭발적 증가
주택소유율은 해마다 하락을 거듭하고 있는 반면 세입자 수는 폭발적인 증가세다. 세입자 가구수는 2004년 이후 해마다 약 77만가구씩 꾸준히 급증했다. 특히 2004~2014년 세입자 가구수는 1980년대 말 이후 가장 많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나 갈수록 주택구입이 힘들어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주로 젊은층에서 세입자 수가 늘어났지만 중장년층 세입자 수도 최근 현저한 증가세다. 45~64세 세입자 가구수 증가율이 35세 미만 세입자 가구보다 2배나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임대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자 임대주택으로 전환되는 주택도 많아졌다. 2004~2013년 임대주택으로 전환된 단독주택 숫자는 약 320만채로 집계됐다.
임대수요를 따라 잡기 위한 아파트 물량 공급도 최근 급격히 늘어 2010년 이후 약 120만채의 아파트가 임대시장에 쏟아져 나왔다. 전에 없이 많은 임대매물이 공급됐음에도 임대난은 여전하다.
지난해 임대주택 공실률은 약 7.6%로 20년래 가장 낮은 수준으로 여전히 빈집 찾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전문 관리업체를 둔 대형 아파트의 공실률은 약 4.6%로 더 낮아 아파트 찾는 일도 만만치않다. 임대수요가 폭등하면서 임대료는 인플레이션율보다 높은 속도(약 3.2~3.8%)로 오르고 있어 서민들의 가계부에 큰 부담이 되고 있다.
■ 수요 부족으로 신규주택 공급도 제한적
좀처럼 시원하게 늘지 않는 단독주택 공급은 주택 수요가 그만큼 충분치 않다는 것은 단적으로 설명해 준다. 주택시장 침체 후 거의 중단되다시피 한 단독주택 신축은지난해 들어서야 겨우 100만채를 넘어섰다.
인구 및 가구수 증가를 감안할 때 연간 최소 100만채의 신규주택이 공급되어야 하는데 지난해 처음 이 기준을 넘어선 것이지만 주택시장 침체 전과 비교해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아파트 등 다가구 주택의 신축이 지난해 약 16% 증가한 반면 단독주택은 신축은 약 5%에 그쳤다.
최근 들어 지난 2~3년 전에 비해 주택거래가 다소 주춤해졌지만 거래 내용을 살펴보면 회복세가 뚜렷하다. 급매성 거래가 현저히 줄고 정상 거래가 다시 늘고 있다. 지난해 차압 거래가 약 15% 감소한 반면 모기지 대출을 통한 일반매물 거래는 약 3%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 순자산 비율 20% 미만 주택 1,500만채
3~4년간 꾸준한 주택가격 상승에도 불구하고 주택 순자산 비율이 20% 미만이 주택소유주는 여전히 약 1,500만명에 육박했다. 순자산 비율이 낮을 경우 주택매매비용을 조달하기 어렵고 처분해도 새 집 구입에 필요한 자금마련이 어렵다. 따라서 당장 집을 처분하기도 힘들고 구입도 힘들어 기존주택 매물공급은 물론 주택 수요에서 제외되는 숫자다.
낮은 순자산 비율로 주택처분이 힘든 주택 소유주가 여전히 많은 것도 주택공급 부족의 원인이다. 매물 대기기간은 올해 4월 기준 32개월 연속 6개월 미만을 기록하고 있다.
대기기간이 6개월 미만이라는 것은 공급이 수요에 비해 부족하기 때문에 매물이 비교적 빨리 처분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2014년 이후 주택가격 상승세가 둔화되면서 집을 내놓으려는 셀러가 감소하고 있어 매물공급 부족현상이 지속될 전망이다.
<준 최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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