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화당의 보수표밭이 갈망하는 2016년 대선후보는 강한 ‘파이터(Fighter)’다. 눈앞의 선거승리를 노려 굽히거나 타협하지 않고 보수의 전통과 신념을 지키기 위해 치열하게 싸워서 승리할 불굴의 투사다.
선두주자 젭 부시의 중도성향에 등 돌려온 보수진영의 입맛에 맞는 젊은 투사가 참전을 선언했다. 47세 위스콘신 주지사 스콧 워커 - 이번 주 초 출마를 공식발표하기 훨씬 전부터 선두권을 지켜온 보수의 기대주다.
“난 미국을 위해 싸워서 승리하겠다”고 약속하며 15번째 주자로 공화경선에 도전한 워커는 “파이터로 꼽히는 후보들이 있지만 그들은 싸움에서 이겨본 적이 없고 선거에서 이긴 후보는 있지만 그들은 큰 싸움을 해보지 않았다. 난 이 두 가지를 다 경험했다”며 자신의 치열한 전투와 승리의 전적을 강조했다.
22세 때 첫 주하원 출마로 시작해 14번의 선거에서 거둔 12번의 승리는 그에게 지지자 못지않게 많은 정적들을 남겼다.
미국에서 가장 양극화된 주의 하나인 위스콘신에서 여론을 한층 분열시킨 주지사로 꼽히는 워커에 대한 주내 평가는 당연히 양극화로 상반되어 있다. 공화당 보수진영에선 지지를 넘어 록스타처럼 사랑받지만 민주당 리버럴진영에선 참기조차 힘들어하는 증오의 대상이다. 공화당 여론조사에서 90% 가깝게 오르는 지지도가 민주당 조사에선 10% 미만으로 폭락한다.
지난 6차례 대선에서 민주후보가 승리했을 만큼 진보성향 강한 위스콘신이지만 워커는 공격적으로 보수 어젠다를 추진했고 지난 4년간 3번의 주 선거에서 승리를 거두었다. 3번의 승리로 주지사 직을 지켜냈으나 ‘양극화’ 주지사답게 압승은 한 번도 없었다. 모두 50%를 약간 넘긴 득표율이었다.
2012년엔 소환투표에서 살아남은 미 역사상 최초의 주지사로 기록되었다. 취임 첫해부터 재정난 해소를 위해 막강한 공무원 노조와 전면전에 돌입, 노조의 단체교섭권을 박탈하는데 성공했으나 그 대가로 1백만명의 주민이 서명한 소환투표에 회부되었던 것이다. 그러나 워커는 소환투표에서 살아남았고 2년 후 재선에도 성공, 보수의 영웅으로 떠올랐다. 노조를 무릎 꿇리며 전국의 보수표밭에서 검증된 후보로 인정받은 것이다.
그러나 워커의 경선 승리전망은 그리 ‘쾌청’이 아니다. 금년 초 비공식 후보로 공화당 최고의 큰손 코크형제의 러브콜을 받고 보수진영 연례행사에서 열렬한 갈채를 모았던 그의 인기는 몇 차례 실언으로 다소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이슬람 테러집단 대책을 묻는 질문에 “내가 10만명 시위대를 대적할 수 있다면 세계 어디서도 이길 수 있다”며 테러집단을 노조시위와 비유한 외교정책의 무지는 실소를 자아냈다.
오른 쪽으로 급커브를 튼 말 바꾸기도 공화당 지도부와 기부자들을 멈칫하게 만들었다. 지난달 연방대법원의 동성결혼 합법화 판결 직후엔 각 주에 합법여부 결정권을 주도록 헌법개정을 촉구했고 주지사 재선 때 “서류미비자의 시민권 취득을 지지한다”던 입장이 “사면을 반대한다”로 돌변한 것이다.
강경보수 성향의 첫 경선 주 아이오와에 모든 것을 걸었기 때문일 것이다. 여기서 승리해야 살아남을 수 있으니까. 다행히 ‘아이오와 승리’는 다른 어떤 후보보다 워커에게 실현가능한 목표다. 여론조사에서 계속 1위를 유지해온 그는 내일부터 주말 사흘간의 집중유세를 시작으로 내년 2월 코커스 전까지 99개 카운티를 모두 방문할 계획이다.
레이건을 숭배하지만 레이건의 카리스마도, 소통능력도 갖지 못한 워커의 강점 중 하나는 “자신이 중산층”이라는 사실이다. 평소 할인매장에서 쿠폰을 사용해 쇼핑하고, 크레딧카드 빚에 쪼들리며, 미국인 10명 중 8명처럼 대학을 졸업안 한 후보의 소탈함이 그가 강조하는 투쟁의지에 진정성을 더해준다고 한 공화전략가는 분석한다.
침례교 목사의 아들로 대학학비를 모으려 햄버거가게에서 알바를 하고 대학 4학년 때 취업이 되자 중퇴한 그는 끊임없이 살해협박까지 받았던 힘든 노조와의 투쟁시기를 견디게 한 힘은 가족이었다고 늘 이야기 한다. 25세 때 정치행사에서 만난 12세 연상의 미망인과 결혼, 아버지와 동성결혼에 대한 의견은 다르지만 휴학을 하고 선거를 돕겠다고 약속한 대학생 두 아들을 두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의 막말 쇼와 오바마의 이란 핵협상 뉴스에 빛을 잃긴 했지만 워커의 출마는 지켜볼만한 가치가 있다, 그가 공약했던 위스콘신의 일자리 성장은 전국 50개주 35위에 머물러 있고 지지도는 40%대로 하락했어도 그는 확실한 업적과 진지한 아이디어를 갖춘 진지한 후보로 간주될 만 하기 때문이다.
보수언론 월스트릿저널이 던진 화두가 선두권 후보로 남기위한 워커의 우선과제를 짚어준다. “위스콘신의 ‘파이터’가 국가를 리드할 메시지를 찾을 수 있을까” - 정치적 배짱은 증명했으니 대통령 자질을 증명하는 지식과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요즘 외교전문가들에게 집중강의를 받고 있다는 그는 14일 이란과의 핵협상 타결에 대해 “미 역사상 최악의 외교실패로 기억될 것”이라고 즉각 비판했다. 그러나 “대통령에 당선되면 당장 합의를 철회할 것”이라고 선언, “그건 미국이 아닌 유엔안보리 결정사안”이라는 야유 섞인 반박을 자초했다. 아직은 좀 더 ‘열공해야’ 할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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