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5년 US여자오픈서 기적의 벙커샷으로 우승했던 ‘신데렐라’
▶ 교통사고 등 불운 겹치며 끝없는 부진…올해로 US오픈과 이별
지난 2005년 US여자오픈에서 기적의 벙커샷으로 우승의 영광을 맛봤던 김주연은 이후 부진과 불운이 겹치며 5년전에 투어카드를 잃었으나 아직도 재기를 꿈꾸고 있다.
전인지(20)의 US여자오픈 제패를 전하는 언론 보도에는 김주연(33)의 이름이 많이 포함돼 있었다. 전인지는 자신의 첫 US여자오픈에서 우승을 차지했는데 그녀 이전에 마지막으로 US여자오픈에서 첫 출전에 우승을 차지한 선수가 바로 김주연이기 때문이다. 김주연은 지난 2005년 US여자오픈에 ‘버디 김’이라는 미국이름으로 출전, 마지막 홀에서 기적같은 60피트짜리 벙커슛을 홀인시켜 우승을 차지했다.
김주연은 이번 US여자오픈에도 출전했다. 그러나 이제 내년 출전은 보장할 수 없다. 어쩌면 올해가 이 대회 마지막 출전일 가능성이 높다.
US여자오픈 우승자는 이듬해부터 10년 동안 이 대회 출전권을 받는다. 지난 2005년에 우승한 김주연은 올해로 그 혜택이 끝났다. 내년 대회에 나오려면 이번 대회에서 탑10 이내에 입상했어야 했다. 김주연은 그러나 1라운드 74타에 이어 2라운드에서 80타를 쳐 컷을 통과하지 못했다.
물론 아직도 김주연이 내년 US여자오픈에 나설 길은 남아있다. 투어대회 우승을 하거나 세계랭킹, 상금랭킹을 대폭 끌어올리거나, 아니면 지역 예선을 거치는 방법 등이다. 하지만 현재 투어 카드조차 없는 김주연에겐 힘겨운 과제다. 사실상 US여자오픈과 작별을 고한 셈이다.
김주연에게 US여자오픈 우승 트로피는 인생 전부와 맞먹는 무게감을 지닌다. 사실 US여자오픈 사상 가장 극적인 승부를 펼친 주인공이 김주연이다.
10년 전 콜로라도 체리힐스에서 벌어진 이 대회 4라운드 18번홀 티박스에 올랐을 때 김주연은 모건 프레슬(미국)과 공동선두였다. 459야드 파4인 18번홀에서 4라운드까지 나온 버디는 단 3개. 평균타수가 4.667타에 이르러 파 세이브도 어려운 최고난도의 홀이었다. 이 홀에서의 파는 다른 홀의 버디나 마찬가지였다.
설상가상으로 김주연의 세컨샷은 벙커에 빠졌다. 파는 커녕 보기만 건져도 성공으로 여겨졌던 상황이었다. 하지만 여기서 기적이 나왔다.
김주연의 벙커샷 타구가 그린 위를 한참 구르더니 60피트나 떨어진 곳에 있던 홀컵 안으로 거짓말처럼 빨려들어간 것이었다. 페어웨이에서 이 기적 같은 버디를 지켜본 프레슬을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 수 밖에 없었다. US여자오픈 사상 가장 극적인 승부샷이었다.
그렇게 김주연은 스타가 됐다. 지금은 한인 US여자오픈 챔피언이 8명이나 되지만 당시는 1998년 박세리의 우승 이후 7년 만에 나온 단 두 번째 코리안 US여자오픈 챔피언이었다.
하지만 지금 LPGA투어 선수 명단에 김주연의 이름은 없다. 올해뿐 아니라 몇 년째 없다. 지난 2010년 이후 투어카드를 잃었기 때문이다. 2부투어에서 뛰면서 간간이 초청을 받아 LPGA 투어 대회에 나서고 있지만 컷을 통과하는 경우도 거의 없다.
불운이 계속 그녀의 발목을 잡았다. 지난 2009년 8월 김주연은 브리시티여자오픈을 치르고 잠시 휴식을 취하려고 한국에 돌아왔다가 큰 교통사고를 당했다. 얼굴을 크게 다쳐 광대뼈가 부서지고 하마터면 왼쪽 눈을 잃을 뻔 했다. 두 번이나 수술을 받았고 광대뼈는 티타늄 인공뼈로 대체해야만 했다. 이 부상의 여파로 2010년에는 단 2개 대회만 출전하고 1년을 쉬었다.
사고 후유증으로 스윙도 망가졌다. 샷을 할 때마다 목뼈가 아파 제대로 훈련도 못했다. 작년에는 정신적 지주였던 아버지가 세상을 떠났다. 투어를 한동안 접어야 했다.
2부투어에서도 순탄치 않았다. 올해 2부투어 7개 대회에서 5차례나 컷 탈락했다. 지난 4월에는 2부 투어경기 도중 급성 맹장염으로 구급차를 타고 병원에 실려가는 소동을 겪었다. 그녀에게 US여자오픈 우승의 영광과 환희는 이제 옛 일일 뿐이다.
후배의 화려한 우승 세리머니를 뒤로 한 채 쓸쓸하게 US여자오픈과 사실상 작별을 고한 김주연은 미국 언론과 인터뷰에서 “벌써 10년이 흘렀다니 믿어지지 않는다”면서 “10년 전 그 벙커샷은 아직도 기억에 또렷하다”고 말했다. 김주연은 또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멋진 벙커샷이었다’고 말해준다”면서 “그런 말을 들으면 마음이 행복해진다”고 덧붙였다.
김주연은 오는 16일 막을 올리는 LPGA투어 마라톤 클래식에 스폰서 초청을 받아 출전한다. 올해세 번째 LPGA투어 대회 출전이다.
앞서 출전한 숍라이트 LPGA 클래식과 US여자오픈에서는 모두 컷 탈락했다. 김주연은 “적어도 5년은 더 LPGA 투어에서 뛰고 싶다”면서 “다시 한 번 짜릿한 우승의 쾌감을 맛보고 싶다”고 말해 아직도 재기 희망을 포기하지 않았음을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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