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창흠(논설위원)
기억의 일부분을 잊어버리는 건망증. ‘깜빡깜빡’하는 증세는 나이와 상관없다. 연령에 따른 정도차이다. 나이 들수록 기억력 감퇴가 심해질 뿐이다. 그렇다고 병은 아니다. 누구나 일상에서 겪고 있는 일이다. 중년이 되면서 예민한 반응을 보인다. 노파심도 생긴다. 치매의 전조증상이 아닌가 싶어서다. 이처럼 치매를 두려워하는 것은 대부분이 기우다. 나이를 먹을수록 인지기능은 당연히 떨어진다. 그렇다고 일상생활에 지장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억력 장애가 심해질수록 치매 발생위험은 10배 이상 높아진다고 한다.
요즘 중년들과 술자리를 하다보면 건망증 이야기가 꼭 빠지지 않는다. 별별 경험담이 다 쏟아져 나온다. 연이어 폭소도 떠진다. 나만 그런 게 아니어서 위로도 된다. 그중 골프장에서 생긴 해프닝은 정말 다양하다. 참으로 공감이 간다. 나와 그의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경험과 목격담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의 깜빡 증세는 대충 이렇다. 골프장에 허겁지겁 도착한 골퍼의 가방에 골프화가 없기는 다반사다. 벙커 샷을 하고 클럽대신 고무래를 들고 나오기도 한다. 그린에 마크를 하고 퍼팅할 때 한 참을 찾아 헤매는 골퍼도 있다. 칩샷하고 곁에 둔 퍼터를 두고 오기도 한다.
그린 주변에 숏 아이언을 두고 오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짧은 파 3홀에서 드라이버를 꺼내들고 성큼성큼 티 박스로 걸어 나가기도 한다. 홀의 깃대를 들고 다음 홀로 걸어가다 돌아서기도 한다. 남의 클럽을 손에 쥔 채 카트로 향할 때도 있다. 동반자 가방에 골프채를 넣어두고 한 참 찾기도 한다.
더블보기를 하고 보기 했다고 우길 때는 잊은 건지 아니면 꼼순지 모를 지경이다. 19홀에서 ‘깜빡깜빡, 어찌하오리까?’를 우려하는 골퍼들은 한 둘이 아니다. 아마도 ‘깜빡’ 증세로 자신을 탓 한 적이 한 번도 없는 골퍼들은 없지 않을까 싶다.
건망증과 치매는 다르다.
건망증은 나이에 국한되지 않는다. 남녀노소 누구나 갖고 있다. 질환이라 하기엔 다소 무리가 있다. 깜빡 잊어버리는 일. 잠시 생각나지 않는 것. 그런 것들을 건망증이라 한다. 건망증은 단순 기억장애일 뿐, 다른 지적 기능에는 문제가 없다. 그러니 큰 고민거리는 아니다.
치매는 여러 가지 원인으로 뇌세포가 급격히 파괴되는 질환이다. 가장 흔한 치매는 알츠하이머. 전체 치매의 절반 정도를 차지한다. 다음으로 혈관성 치매가 흔하다. 중풍이나 뇌졸중 후 발생한다.
이 외에도 뇌종양, 뇌염 등의 후유증으로 생길 수 있다. 장기간 술을 마셔도 치매가 생긴다고 한다. 치매는 사고력과 판단력에 문제가 생기는 것이다. 성격도 변한다. 자신을 의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정상적인 생활을 유지할 수 없다. 나이가 많을수록 발생위험이 높아진다. 흔히 치매가 노망이라고 불리는 이유다.
건망증과 치매를 구별하는 방법은 생각보다 간단하다. 자신이 깜빡하는 자체를 인식하는 것. 잊어버리는 것에 대해 위기감은 느끼는 것. 치매가 아닌가 걱정하는 것. 그런 게 건망증이다. 치매는 다르다. 무엇을 잊어버렸는지 모른다. 행동이 정상적인지 아닌지를 구별하지 못한다. 기억과 인식을 하지 못한다. 그런 현상이 치매증상이다.
돌다리도 두들겨봐야 한다. 아는 길도 돌아서 가야 하는 법이다. 만약 이글을 읽고 있는 본인이 기억력에 문제가 의심된다면 전문의의 진료를 받아보라는 말이다. 건망증이 갈수록 심해지거나 판단력이 흐려지는 등의 모습은 건망증의 탈을 쓴 치매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치매 예방에는 뇌신경 세포를 자극할수록 좋다. 독서, 바둑, 외국어 단어 외우기 등 꾸준한 지적훈련이 도움이 되는 이유다. 뇌에 산소를 풍부하게 공급할수록 도움이 된다. 신선한 야채와 과일을 충분히 먹어야 하는 이유다. 과도한 술과 담배는 가능한 줄여야 한다. 술은 뇌세포를 파괴하고 담배는 뇌혈류를 감소시키기 때문이다. 이처럼 뇌가 더 말랑말랑해 질 수 있도록 평소에 조금씩만 노력해도 치매예방 효과는 꽤 큰 편이라고 한다.
치매를 고민하는 한인들이여! ‘깜빡깜빡, 어찌하오리까?’를 고민만할 것이 아니라, 오늘부터라도 당장 실천해 보는 것은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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