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정화 [커뮤니케이션 학 박사/영어서원 백운재 대표]
self-help / 자조(自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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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aven helps those who help themselves.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
위키피디어는 그를 "an American stand-up comedian, social critic, actor, and author"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무대위에서 사람들을 웃기는 코미디언이자 사회비평가, 그리고 배우에다 저술가? 바로 죠지 칼린입니다. 냉소주의 코미디언 죠지 칼린(George Carlin)은 꽤나 거침없는 독설가이자 그럴듯한 사회비평 전문가였습니다. 어느덧 세상을 뜨셨네요.
잠시, 자문해봅니다. 우리 대한민국 땅에도 이런 명물이 과연 있을까? 곰곰 생각해보니 한분이 떠오르긴 합니다. 남들보다 목에 핏대를 세우고 사뭇 자상한 표정과 중언부언으로 대중의 사랑을 받는 사람. 꽤 박식하고 자신에 찬 어조로 많은 분들이 좋아합니다. 그런데 …… , 종종 ‘웃긴다’는 평도 적잖게 듣습니다. 진짜 재미있게 웃기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공연히 학계/교계 등 사계(斯界)를 호기있게 들었다놨다 하는 일만 조심하면 꽤 ‘천재 코미디언’이 되실 분인데 …… 왠지 그 옛날 자타칭 천재 양주동 선생이 흑백 TV 화면에서 호언하던 모습이 오버랩됩니다.
다시, 미국 코미디언 독설가 죠지 칼린 얘기로 돌아옵니다. 이른바 ‘self-help’란 소주제로 몇 꼭지 따는 중입니다. 긴 시간 홀로 무대 위에서 독백으로 연기하다보니 사뭇 치밀한 ‘콘티[continuity]’가 사전에 짜여집니다. 물론 군데군데 ‘임프로브[improv]’ 즉흥 코미디가 선사되기도 하지만, 준비탄탄은 고도지성 코미디의 관건입니다. 이렇게 풀어 나갑니다.. "글쎄 말입니다. 책방에 가서 ‘셀프-헬프’ 섹션이 어디냐고 물었지 멈니까? 근데, 서점 여직원이 머라는지 아세요? 아니 그걸 알려주면 ‘셀프-헬프’가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는 거에요. 허~참!"
Heaven helps those who help themselves.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
아닌게 아니라 미국 큰 책방에 가보면 그야말로 ‘self-help’ 서적들이 넘쳐납니다. 소위 ‘뉴에이지’ 또는 ‘물병자리 시대’ 운운하는 몇몇 구루(?)들이 20세기 중엽부터 워낙 세차게 ‘자조’ 운동을 극성스럽게 부추겨 온 탓입니다. 초월명상[TM]을세계화했던 마하리시 마헤시 요기는 비틀즈 맴버 죠지 해리슨을 앞세워 인도의 영성과 ‘self-help’를 버무려 세상에 내어놓습니다. 그러다 20세기 말 쯤 되면 역시 마하리시 마헤시 요기 그룹들과 친교하던 의사 디팍 초프라가 거의 ‘오프라 초프라’가 되어 온 세상을 ‘self-help’의 수렁(?)으로 몰아갑니다.
물론, 정작 디팍 초프라 본인은 스스로를 ‘셀프-헬프 구루’라 는 걸 그리 탐탁찮게 여기지만, 어쨌든 20세기 말 서양의 영성운동에 나름대로 한 획을 그었다는 사실은 꽤 자랑스레 여기는듯 합니다. 힌두교와 불교로 대표되는 인도의 영성이기독교나 이슬람과도 철저히 공생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구루들의 가르침은 철저하게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는 것입니다. ‘누구’[who]보다는 ‘무엇’[what]이 영성의 요체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는 말이 마치 기독교 성경에 나오는 명언으로 ‘잘못’ 알고 있는 분들이 많은 게 바로 21세기 세상이죠.
Heaven helps those who help themselves.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
요즘 가만히 앉다보면, ‘self-help’는 결코 아니라는 생각이 깊어갑니다. 영성의 핵심은 자력(自力)이 아니라 온전히 타력(他力)이란 심정이 강해집니다. ‘내 힘’으로 과연 뭘 이루겠단 말인가? 물론, 열심히 노력하는 걸 마뜩찮게 여기는 게 아닙니다. 다만, 스스로 열심히 하다보면 결국 이루어질 거라는 생각은 마침내 신기루일 뿐이란 생각이 굳어갑니다. ‘무소의 뿔처럼 홀로’ 걷다보면 필경 어떤 경지에 다다르게 되는 건 사실입니다. 그런데ㅡ, 그런데 말입니다. 오로지 "물은 셀프입니다." 사람들이 많이 들끓는 번잡한 식당 벽에 크게 쓰여진 바로 그 한마디, "물은 셀프입니다." 그것 외의 모든 건 알고보니 모두 ‘셀프’가 아닌 듯 하더이다.
Heaven helps those who help themselves.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 물론입니다. 열심히 공부하고 수련하고 명상하고 기도하는 영성의 다짐은 ‘self-help’로 가능합니다. 그러나, 궁극의 합일(合一)은 자력만으론 부족합니다. 선가(禪家)엔 "啐啄同時(줄탁동시)"란 말이 있습니다. 병아리가 달걀에서 나올 때 안에선 병아리가 쪼고 밖에선 어미닭이 함께 쫀다는 표현입니다. ‘self-help’ 물론 중요합니다. 하지만, ‘홀로’는 한계가 있기 마련입니다.
날카로운 사회풍자 코미디언 죠지 칼린의 촌철살인 어록 뒤엔 마침 어느 크리스천의 어록이 하나 붙어 있더군요. "I never read a self-help book except for the Bible." 난 성경 이외의 그 어떤 ‘셀프-헬프’ 서적도 결코 읽지 않는다. ‘바이블[The Bible]’이란 이름에 정관사 ‘the’가 붙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Heaven helps those who help themselves. "천우자조자(天佑自助者)"라. ‘바이블’에 나오는 말은 아니지만 반(半)은 진리입니다. 나머지 반은 ‘줄탁동시’입니다.
Shal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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