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젭은 힐러리를 이길 수 있다. 그러나 공화당 경선에서 살아남을지는 의문이다” - 젭 부시의 2016년 대선출마 공식선언 직전인 지난 주말 폴리티코가 전한 공화당 내부의 분석평가가 쉽지 않을 그의 대선 여정을 예보해 준다.
공화당 경선에선 적어도 16명의 후보가 겨룰 것으로 보이지만 현재 선두권은 부시와 위스콘신 주지사 스콧 워커, 플로리다 주 연방 상원의원 마르코 루비오로 압축된다. 지난 한달 간 실시된 5개 여론조사 평균집계는 부시 10.8%, 워커 10.6%, 루비오 10.0%로 3명의 지지도가 거의 동률이다.
지난해 12월 출마검토를 전격 선언하며 물밑작업 중이던 공화당 경선의 판도를 뒤흔들었던 부시는 몇 달 전만 해도 지지도 23%의 확실한 선두주자였다. 그런데 지금은 선두권 중 한명으로 내려앉은 것이다. 막대한 모금에 효과적이었던 ‘비공식 후보’의 위치를 오래 유지하느라 ‘그림자 캠페인’을 반년이나 끌어온 때문이기도 하고, 형 조지 W. 부시 전대통령을 두둔하려다 이라크전 관련 갈팡질팡 답변으로 후보 자질까지 의심받았던 실수도 한몫 했을 것이다.
이래저래 ‘새 출발’의 계기가 절실하게 필요했던 부시가 15일 대선출마를 공식 선언하고 뉴햄프셔를 시작으로 본격 캠페인에 들어갔다. 자신의 플로리다 주지사 시절 성공적인 행정을 중심으로 “젭!” 홀로서기를 다짐하고 있지만 ‘대선 후보’ 젭 부시의 가장 뚜렷한 트레이드마크는 아버지와 형, 두 명의 대통령을 배출한 정치왕조 “부시!” 가문이다. 강점과 약점도 ‘부시!’와 맞물려 있다.
후보 젭 부시의 최대 강점은 돈과 경험이다.
먼저 출마를 선언하고 모금을 하는 것이 순서이지만 큰손 네트워크가 탄탄한 정치명문가의 후보에겐 ‘선 모금 후 출마’도 가능하다. 엄청난 모금에 성공한 부시에겐 내년 6월 캘리포니아 예선까지 버틸 자금이 충분하다고 공화전략가들은 말한다 - “은행에 1억 달러를 비축하고 출발하는 후보를 이기기는 쉽지 않지요”
62세의 부시가 선두권의 젊은 워커나 루비오를 압도할 수 있는 또 다른 무기는 경험이다. 그는 인구증가와 부동산 붐에 편승하며 경제성장을 이루어낸 인기 높은 주지사였다. 정부규모 축소, 감세, 소수계 우대제도 폐지, 안락사 반대, 스쿨바우처 시행 등 보수원칙을 철저히 도입하면서도 에버글레이드 습지보존 등 환경보호로 진보의 신뢰도 얻어냈다.
행정 경험만이 아니다. 아버지와 형, 4번의 대선 캠페인을 도우며 축적한 경험, 정치 가문에서 익힌 국내 뿐 아니라 국제정치 소양도 경력 일천한 젊은 후보들이 따라잡기 힘든 부분이다.
본선에서의 경쟁력도 확실한 강점이다. 멕시코 출신 아내와 이라크계 며느리를 둔 다문화가정의 가장답게 포괄적 이민개혁을 지지해온 그는 새로운 표밭을 확대해 공화당을 ‘빅 텐트 정당’으로 업그레이드 시킬 수 있는, 극소수의 공화당 후보 중 하나다.
최대 약점은 그가 직면한 두 가지 도전으로 정리될 수 있다. ‘부시 피로감’과 강경보수의 반발이다.
“3번째 부시대통령이라니!” 이 한마디로 충분히 설명되는 첫 번째 약점에 비해 보수의 반발은 그 배경이 좀 복잡하다. 지금의 공화당은 아버지나 형 부시의 시대와는 많이 다르다. 티파티의 부상으로 훨씬 우경화되면서 당 기득권층이 모든 것을 좌우하던 시대의 페이지를 넘기고 새 얼굴의 새 세대 정당을 만들자는 보이스가 강해졌다. 이미지만이 아니다. 작은 정부와 개인의 자유를 절대시하는 강경보수의 선명한 이념 구현에 대한 요구다.
“불법이민 신분합법화는 사면”으로 규정하고, 연방정부 개입을 혐오하는 강경보수 진영이 전국적인 공통학습기준을 적용하는 커먼코어 교육개혁과 친이민 포괄적 개혁을 지지하는 부시에게 호감을 가질 리 없다.
강경보수의 지지를 얻기 힘들다면 부시진영이 기대할 수 있는 것은 보수표밭의 분열이다. 워커와 루비오에 더해 랜드 폴, 테드 크루즈, 마이크 허커비, 릭 샌토럼…여러명 우파 후보들에게 보수표가 갈리면 갈릴수록 중도 후보 부시에겐 유리해질 테니까. 그러나 크리스 크리스티, 존 케이식 등 중도 후보들이 앞으로 줄줄이 출사표를 던진다면 이야기는 또 달라진다.
경선 초반은 부시에게 별로 밝아 보이지 않는다. 첫 경선인 아이오와 코커스의 승자는 같은 중서부 출신인 워커로 점쳐지고 있다. 부시는 3위보다 아래로 곤두박질치는 난감한 상황만 피하면 된다고 월스트릿저널은 분석한다. 초반에서의 승리 기대는 뉴햄프셔 프라이머리이지만 그것도 상징적일 뿐, 2위 정도면 무난한 성적이 될 것이다. 중요한 것은 3월이다. 12개주에서 동시 경선이 실시되는 1일 ‘수퍼 화요일’과 루비오와의 대결전을 치러야 하는 중순의 플로리다 경선에서 전세가 일단 판가름 날 수도 있다.
수많은 후보들로 초만원을 이룬 공화당 경선은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높다. 아직 기득권층의 단합된 지지도 확보하지 못했지만 초반에서 살아남는다면 실탄이 넉넉한 부시의 입지는 점점 강해질 것이다.
예측사이트인 프리딕트와이즈(PredictWise)가 집계한 17일 현재 공화당 경선 승률은 젭부시가 33%로 1위이며 루비오가 23%, 워커가 18%로 뒤를 잇고 있다. 민주당에서 81%로 압도적인 힐러리의 본선 승률은 46%, 아직은 22%인 부시보다 월등 앞서 있다. 얼마나 정확할까. 그 윤곽이 드러나기 시작할 아이오와 코커스까지는 이제 228일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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