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사회가 긴 인내와 투쟁의 노력으로 얻어낸 이민행정명령의 현재는 한마디로 유보 상태다. “기차가 지나가기를 기다리는 동안 철길 건널목에 차단기가 내려져 모두가 멈추어 선 것”과 같다고 어제 NBC뉴스는 비유했다. 500만명 서류미비자의 추방유예 신청을 앞두고 수천명 신규직원 채용과 연 780만달러 대형건물 임대 등 박차를 가하던 준비작업을 중단한 연방정부만이 아니다. 불법체류의 음지에서 합법신분의 양지로 나올 희망에 설레던 수백만명의 삶도 정지 신호에 겁먹으며 다시 불안 속으로 뒷걸음질 치고 있다.
지난해 추수감사절을 며칠 앞두고 오바마 대통령이 일정 자격 갖춘 수백만 불법체류 이민들에게 추방유예와 노동허가를 발급하는 행정명령을 발동시키며 “이제 그늘에서 나오라”고 손을 내밀었을 때 그는 자신의 결단이 이민사회의 열광만이 아니라 뜨거운 논쟁을 부를 것도 시인했었다. 그러나 발동 7개월이 다 되어가는 지금까지 시작조차 못할 만큼 강경한 반대는 예상치 못했을 것이다.
악몽은 지난 2월16일 텍사스 연방지법 앤드루 헤이넌 판사가 이민행정명령 시행을 일단 중단시키는 가처분 결정을 내리면서 시작되었다. 텍사스를 비롯한 26개주가 공동으로 제기한 행정명령 위헌소송 중 나온 잠정명령이었다.
5월26일 이 가처분 결정을 무효화시키려던 연방법무부의 긴급유예 신청이 제5연방 순회항소법원에서 기각되었다. 그렉 애보트 텍사스주지사는 당장 “사면소송에서 텍사스가 승소했다. 헌법의 승리다”라고 트위터에 올리며 환호했지만 정확한 표현과는 거리가 멀다.
이민개혁안이 무산된 후 임시방편 대책으로 마련된 오바마의 행정명령에 의해 사면을 받는 사람은 없다. 아무도 시민권이나 영주권조차 얻지 못한다. 행정명령은 이민단속 우선순위에 관한 것이다. 중범자를 우선적으로 추방할 것, 열심히 일하며 사는 서류미비 이민자는 추방우선대상으로 삼지 말 것…등의 행정지침이라 할 수 있다. 그러므로 가처분 결정은 사면에 관한 것도, 합헌성에 관한 것도 아니다.
난해한 법률용어들이 뒤범벅되면서 복잡하기 그지없어진 이민행정명령 법적투쟁은 크게 두 갈래로 볼 수 있다.
첫째는 위헌 여부다. 불법체류자에게 추방유예와 노동허가를 허용한 오바마대통령의 행정명령이 헌법에 명시된 권한을 넘어서지 않았는가에 대한 판정이다. 헤이넌 판사는 아직 위헌 여부에 대해 결정을 내리지 않았는데 그의 극단적 반이민 성향으로 미루어볼 때 합헌판결을 기대하는 사람은 없다.
둘째는 장기전이 될 위헌소송이 진행되는 동안 행정명령을 중단시킬 수 있는지의 여부다. 오바마의 행정명령 발동이 행정절차법을 위반했고, 행정명령 시행시 재정적 피해를 입을 26개 주정부가 소송을 제기할 자격을 갖추었다는 점을 근거로 헤이넌 판사가 소송이 진행되는 동안 시행을 중단하라고 내린 2월의 가처분 결정 때문에 더해진 법적 투쟁이다.
가처분 결정을 즉각 무효화시킬 긴급유예 신청은 2주전 제5항소법원에서 기각되었지만 법무부가 제기한 가처분 결정에 대한 항소심은 7월10일부터 시작된다. 역시 제5항소법원이며 담당 판사 3명의 명단은 재판 1주일 전에 공개된다. 긴급유예 신청 때와 다른 판사일지, 좀 진보성향일지…
현재로선 운에 맡길 수밖에!
법무부가 긴급유예 신청 기각 후 대법원에 상고하지 않은 것은 불확실한 결과에 시간과 에너지를 소비하는 대신 7월10일 항소심에 집중하기 위해서다. 서류심사만으로 진행되는 통상 항소심과 달리 양측 변호사가 직접 출석해 주장을 펼칠 것이다. 항소심 판결은 몇 달이 걸릴 수도 있다. 여기까지가 이민행정명령의 현주소다.
앞으로는 어떻게 될 것인가?
7월 항소심의 쟁점은 행정명령 시행중단 가처분을 내릴 법적 근거가 있느냐가 될 것이다. 과연 26개주는 소송을 제기할 법적지위를 갖추었는지, 오바마 행정부는 행정명령 시행 전에 그 내용을 공시하고 여론을 수렴해야하는 행정절차법을 위반했는지를 따지게 된다.
항소심에서 나올 수 있는 판결은 세 가지다. 법무부의 승소, 패소, 그리고 가처분 결정의 적용대상 제한이다. 26개를 제외한 나머지 주에서는 시행을 허용하는 결정이다.
어느 쪽이 패소하든 연방대법원 상고는 거의 확실하다. 금년 10월 시작되어 내년 6월에 끝나는 대법원의 다음회기에 다루게 된다. 먼저 이 소송을 심리할 것인지 부터 정하는데 기각하면 항소심 판결이 최종 결정이 된다. 심리할 경우 판결이 자칫 내년 6월에나 나올 수도 있다.
내년 6월이라면 2016년 대선 캠페인이 본격적으로 가열되는 시기다. 이민행정명령은 이미 적극지지를 표명한 민주당 주자들과 무효화를 다짐한 공화당 주자들의 공약이 뚜렷한 대비를 이루며 대선전의 핫이슈로 부상할 것이다.
만약 대법원에서 승소한다면, 행정명령 시행은 차기행정부가 들어서기 전에 전속력으로 처리될 것이다. 수백만의 삶이 걸린 인도적 측면이 강한 프로그램이어서 일단 시작되면 새 대통령의 찬반 의사와 관계없이 무효화시키기 어렵기 때문이다.
집요한 공격에 발 묶인 이민행정명령은 오바마의 임기가 끝나기 전에 시행될 수 있을까. 대통령이 강조하는 ‘궁극적 승리’에만 기대기엔 시계의 초침은 너무 빨리 돌아가고 있다. 그러나 2016년 대선도 다가온다. 이민을 이 나라의 ‘저력’이 아닌, ‘부담’으로 백안시하는 편견에 대해 “이민 유권자들은 기억하고 있다”는 것을 표로 보여줄 기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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