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결승서 바브링카에 패해 ‘다 된 밥에 코 빠뜨린’ 아쉬움
▶ 당대 최강 샘프라스·에드버그·베커 등도 프렌치오픈 무관
‘테니스 황제’ 로저 페더러는 지난 2009년 라파엘 나달이 최대 이변의 희생양이 된 틈에 마지막 퍼즐을 풀고 유일한 프렌치오픈 타이틀로 커리어 슬램을 완성했다.
세계랭킹 1위 노박 조코비치는 이번 프렌치오픈에서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달성할 절호의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 조코비치의 코치인 보리스 베커(작은 사진)역시 메이저 대회중 유일하게 프렌치오픈 타이틀이 없다.
7일 막을 내린 프렌치오픈 테니스 챔피언십 남자단식에서 대회 개막전 가장 큰 관심사를 꼽으라면 ‘롤랑가로의 황제’로 불리는 라파엘 나달(스페인)의 대회 6연패 및 통산 10번째 우승여부와 현 세계최강인 세계랭킹 1위 노박 조코비치(세르비아)의 커리어 그랜드슬램 달성 여부, 두 가지로 압축될 수 있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이들의 도전은 모두 실패로 돌아갔다. 나달은 ‘사실상의 결승’이라는 말을 들었던 8강전에서 조코비치에 완패해 탈락했다. 또 그 운명의 대결에서 승리하면서 커리어 그랜드슬램 달성은 시간문제라는 말을 들었던 조코비치는 결승전에서 스탠 바브링카(스위스)에 무릎을 꿇어 다시 한 번 롤랑가로의 레드클레이에서 뼈아픈 좌절을 맛봤다. 어쩌면 커리어 그랜드슬램 달성에 가장 좋은 기회였을 수도 있었기에 조코비치의 아쉬움은 그만큼 크지 않을 수 없었다. 조코비치는 호주오픈 5회, 윔블던 2회, US오픈 1회 등 메이저 대회에서 통산 8승을 올렸으나 프렌치오픈에서만큼은 지난 2012년부터 올해까지 4년간 3차례나 결승에 올라 모두 준우승에 그치며 분루를 삼켰다.
이번 패배로 조코비치는 과거 남자 테니스의 전설로 한 시대를 풍미하면서도 끝내 프렌치오픈의 벽을 넘지 못해 커리어 그랜드슬램 달성에 실패한 선수들의 대열에서 탈출하는데 실패했다. 아직 조코비치의 커리어는 진행형이고 더구나 명실상부한 세계 최강이라는 사실을 감안할 때 아직 그에게도 찬스는 충분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그에게 불리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사실이다.
사실 조코비치는 22연승 행진을 행진을 타고 이번 대회에 나섰고 특히 대회 10번째 우승과 6연패에 도전했던 나달이 정상적인 컨디션이 아니었다는 점에서 단연 최고 우승후보로 꼽혔다. 그는 결국 8강전에서 나달을 완파한 데 이어 4강에서 이번 시즌 클레이코트에서 전승을 기록중이던 또 다른 선수인 앤디 머리(영국)도 꺾어 마침내 손에 잡힐 듯 잡힐 듯 하던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손에 넣는 듯 했다.
하지만 결승에서 만난 바브링카는 그의 커리어 슬램 대관식에 ‘들러리’ 역할을 하기를 거부했고 오히려 생애 최고의 퍼포먼스를 펼쳐 보이며 4-6, 6-4, 6-3, 6-4로 역전승을 거두고 생애 두 번째 메이저 타이틀을 따냈다. 조코비치는 또 다시 내년을 기약하는 수밖에 없었다.
사실 조코비치처럼 당대 최고의 선수로 명성을 날리고도 프렌치오픈 타이틀이 없어 커리어 그랜드슬래머 대열에 오르지 못한 선수는 여럿 있다. 현재 조코비치의 코치인 독일의 테니스 영웅 보리스 베커(48)도 그 중 하나다. 1980년 중반부터 90년대까지 세계 테니스계를 주름받았던 스타 중 한 명이던 베커는 윔블던 3회, 호주오픈 2회, US오픈 1회 등 메이저 대회에서 통산 6승을 올렸지만 프렌치오픈에선 3차례 4강까지 오른 것이 최고성적이었다.
메이저 14승에 빛나는 피트 샘프라스(43)도 마찬가지였다. 샘프라스는 윔블던 7회 우승 포함, US오픈서 5회, 호주오픈서 2회 우승했으나 프렌치오픈에선 딱 한 번 4강까지 오른 것이 전부였다. 그는 이 대회에 마지막으로 출전했던 2002년에 1회전에서 탈락한 뒤 “징크스라고 말하고 싶지는 않다”며 고개를 숙였다.
스테판 에드버그(49·스웨덴)도 호주오픈과 윔블던, US오픈에서 두 차례씩 메이저 6승을 기록했지만 롤랑가로에서는 1989년 유일하게 결승에 올랐으나 당시 17세였던 마이클 챙(미국)이 역대 최연소 그랜드슬램 챔피언으로 등극하는데 제물이 되고 말았다. 에드버그는 최근 CNN과 인터뷰에서 “당시 준우승했을 때만 하더라도 다시 기회가 올 줄 알았지만 결국 두 번째 기회는 오지 않더라”며 아쉬워했다.
베커와 샘프라스, 에드베그의 공통점은 모두 캐넌 서브를 앞세운 ‘서브 앤 발리’ 스타일을 구사했다는 사실이다. 하지만 하드코트나 잔디코트에 비해 타구의 스피드가 느린 클레이코트에선 강서브의 위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기에 상대적으로 그라운드 스트로크와 롱 랠리에 강한 선수들이 득세하는 프렌치오픈에서 고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사실 조코비치는 이들처럼 서브 앤 발리 스타일 선수로 보긴 어렵고 클레이코트에서도 충분히 최정상급으로 군림할 수 있는 선수다. 다만 ‘롤랑가로의 제왕’인 나달과 같은 시대에 선수생활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랠리에 강한 나달과 같은 시대에 전성기를 보냈다는 사실이 불운이다. 그는 지난 2012년과 2014년 결승에서 모두 나달에 패해 준우승에 그치는 등 롤랑가로에서 나달에 6전 전패를 당하다 올해 8강전에서 마침내 첫 승을 따냈으나 결승에서 바브링카에 덜미를 잡히는 바람에 절호의 기회를 놓치고 말았다.
하지만 아직 포기하긴 이르다. 메이저 17승에 빛나는 ‘테니스 황제’ 로저 페더러가 바로 그 좋은 예다. 역시 서브 앤 발리 스타일에 가까운 페더러는 메이저 13승을 올릴 때까지도 프렌치오픈 타이틀이 없었으나 지난 2009년 대회에서 나달이 4회전에서 로빈 소덜링(스웨덴)에 덜미를 잡힌 데 편승, 14번째 메이저 타이틀을 프렌치오픈에서 따내며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완성할 수 있었다. 베커, 샘프란스, 에드버그 등이 프렌치오픈에서 약한 모습을 보였던 것과는 달리 페더러는 계속 나달에 막혔을 뿐 프렌치오픈에서도 총 5회나 결승까지 올랐기에 딱 한 번 나달을 꺾지 않아도 되는 기회가 왔을 때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완성할 수 있었던 것이다. 조코비치에게도 아직 희망은 있는 이유다.
<김동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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