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정치부 졸병기자로 야당인 신민당을 드나들던 때 국회의원들이 내는 회식에 가끔 끼었었다. 술잔이 돌면서 분위기가 고조되면 질펀한 ‘와이담’(음담패설)이 쏟아지는 게 정석이었다. 너나없이 비장의 레퍼토리를 꺼내놓으며 박장대소하는 가운데 얼굴이 빨개져(술기운 때문이 아니다) 슬그머니 자리를 뜨는 사람이 있었다. 남장 여장부 김옥선 의원이었다.
내 고향 인근 서천(충남) 출신인 김 의원은 외모로는 영락없는 남자였다. 신사복 차림의 당당한 체격에 목소리도 중성이었다. 3선인 김 의원은 서슬 퍼런 유신체제였던 1975년 대정부 질의에서 박정희 대통령을 ‘독재자’로 당당하게 규탄해 ‘김옥선 파동’을 일으켰고, 결국 김영삼 당 총재의 권고로 국회의원직을 사퇴했다. 외모뿐 아니라 용기도 남자다웠다.
김 의원이 물러난 바로 그 해에 가수 겸 TV 탤런트인 하리수가 태어났고 20여년 후 김 의원과 정반대의 화제를 모았다. 그녀는 이경엽이라는 이름의 남자로 태어났지만 고교졸업 후 성전환 수술을 받고 호적을 여자이름인 이경은으로 고쳤다. 예명인 하리수는 ‘하리슈’로 발음되는 영어 ‘핫 이슈(Hot Issue)’에서 땄다고 했다. 그녀에게 딱 들어맞는 별명이다.
성전환 수술은 비교적 최근에 시작됐지만 남장 여자나 여장 남자는 옛날부터 있었다. 고대 올림픽은 남장 여자를 색출하려고 선수들을 나체로 출전시켰다. 100년 전쟁에서 프랑스 군대를 이끌고 영국군을 무찔러 국민적 영웅이 된 잔 다르크는 16세 남장 소녀였다. 섹스피어의 ‘베니스의 상인’에선 남장한 부인이 판사로 위장하고 남편 친구를 사경에서 구해낸다.
한국정부는 서울올림픽 때 예쁘장한 남자 경찰관들을 여장시켜 외국 요인들의 비밀경호원으로 배치했다. 창녀로 위장한 강도에게 접근했다가 몽땅 털리는 남자들도 가끔 있다. 요즘도 한국의 일부 고교와 대학에선 남학생들이 여자로 분장하고 나오는 파티가 인기를 모은다. 일본에선 ‘오카마’(여장 남자)들이 거리를 활보한다. 태국에선 성전환 수술이 다반사다.하리수보다 파장이 훨씬 큰 핫이슈가 엊그제 미국에서 터졌다. 하리수가 태어난 다음해 몬트리올 올림픽 10종 경기에서 금메달을 딴 ‘철인’ 브루스 제너가 요염한 글래머로 둔갑돼 여성잡지 ‘배니티 페어’의 7월호 표지를 장식했다. “나를 케이틀린으로 불러주세요”라는 제목이 딸렸다. 제너는 전에 ‘플레이걸’ 잡지 표지에서 우람한 근육의 남성미를 뽐냈었다.
환갑을 5년 전에 넘긴 제너는 그동안 거짓 인생을 살아왔다고 토로했다. 가장 남성다운 올림픽 종목에서 신기록으로 우승했지만 자신은 남자가 아니었다고 했다. 금메달리스트로 전국을 순회하며 환영 행사에 참석할 때도 사실은 팬티호스와 브라자를 착용했었다고 털어놨다. “브루스 제너는 거짓말쟁이였지만 케이틀린 제너는 아무런 비밀이 없다”고 갈파했다.
제너는 올림픽 후 성전환 단계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금년 초 그가 성전환 수술을 받았다는 소문이 나돌았고, 지난달엔 다이앤 소여(ABC-TV)와의 인터뷰에서 모든 단계가 끝났다고 스스로 밝혔다.
하지만 끝나려면 아직 멀었다. 그는 법적으로는 여전히 남자다. 운전면허, 소셜시큐리티, 여권, 은행구좌 등 모든 서류의 신원을 바꾸는 게 말처럼 간단치 않다.
한국의 성전환 수술 최고 권위자로 부산 동아대 병원 성형외과의 김석권 교수가 꼽힌다. 하리수를 포함해 300여건의 성전환 수술을 집도했다. 세계최다 기록이다. 그중 100여건이 남성화 수술이었다. 그는 3년 전 월간 조선과의 인터뷰에서 남성화 수술은 “없는 것을 만들어야 하므로” 여성화 수술보다 어렵고 비용(약 3,500만원)도 2배 이상 비싸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성전환 수술이 신의 영역을 범하는 행위라는 지적에 대해 기독교 교리엔 어긋나도 ‘신의 실수’를 바로잡는 일이라고 농담했다. 신의 실수 여부가 기독교인들에게는 또 다른 ‘핫 이슈’일 터이다. 하지만 전지전능한 하나님은 이미 해답을 줬다. “하늘이 땅보다 높음같이 내 길은 너희 길보다 높으며 내 생각은 너희 생각보다 높으니라.”(사 55: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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