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 제65차 정기총회서 차기 회장 선출, 부패-비리 수사의 격랑 속에 운명적 선거
▶ 블래터 회장 사퇴 요구 거부 5선 도전
28일 스위스 취리히에서 개막된 FIFA 총회에서 제프 블래터 회장이 개막연설을 하고 있다.
세계 축구계 운명의 날이 밝았다. 비리 혐의로 얼룩진 국제축구연맹(FIFA)을 앞으로 5년간 이끌어갈 FIFA 회장선거가 29일 스위스 취리히에서 펼쳐진다.
제65회 FIFA 총회가 28일 스위스 취리히의 FIFA 헤드쿼터에서 막을 올린 가운데 차기 5년 임기의 FIFA 회장 선거가 29일 치러진다. FIFA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205개)보다 많은 209개 가맹국을 거느린 세계 최대 스포츠 단체다.
FIFA 회장직은 천문학적인 금액의 예산을 주무르며 세계에서 가장 대중적인 스포츠인 축구 행정을 쥐락펴락하는 자리다. 선거는 5선에 도전하는 제프 블래터(79) 현 회장과 도전자 알리 빈 알 후세인(40) 요르단 왕자의 대결 구도로 압축됐다.
당초 유럽축구연맹(UEFA)을 제외한 대다수 대륙 연맹에 탄탄한 지지 기반을 갖춘 블래터 회장의 압승이 예상됐으나 FIFA가 미 연방수사국(FBI)으로부터 전례 없는 수사를 받게 되면서 표밭이 동요할 가능성이 커졌다. FBI의 협조 요청을 받은 스위스 검찰은 이번 선거를 불과 이틀 앞둔 27일 FIFA 간부 7명을 전격 체포했으며 곧이어 FBI는 FIFA 고위직 9명을 포함한 총 14명을 무더기 고소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들은 2018 러시아 월드컵, 2022 카타르 월드컵 개최지 선정 과정을 포함해 지난 20년간 뇌물을 받고 각종 대회를 치러온 혐의를 받고 있다. 지난 1998년부터 20년 가까이 ‘철권통치’를 이어온 블래터 회장은 지난 수년간 FIFA를 둘러싸고 제기된 각종 비리 의혹의 핵심으로 지목돼왔다. FBI가 뽑아든 칼날의 끝도 결국 블래터 회장을 향한다. 미 검찰 관계자는 그의 소환 여부에 대해 “수사가 어디까지 나아가느냐에 달렸다”고 말했다.
반면 “변화를 위한 시간이 왔다”고 출사표를 던진 후세인 왕자는 이번 사태로 인해 절대적인 열세를 뒤집을 천금 같은 기회를 잡았다. 하지만 블래터 회장을 지지해온 대륙 연맹들의 움직임에 아직 ‘이상 징후’는 발견되지 않고 있다.
아시아축구연맹(AFC)은 28일 홈페이지를 통해 블래터 회장에 대한 지지 의사를 재확인하기도 했다. UEFA는 이미 후세인 왕자의 지지를 결정했으나 아시아와 아프리카, 남미 쪽의 표가 흔들리지 않는 한 블래터 회장의 5선을 저지하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한편 블래터 회장은 28일 막을 올린 제65차 FIFA 연차총회 개막 연설을 통해 “FIFA 회장으로서 축구계의 명예가 훼손된 것에는 책임을 느낀다”고 말했으나 “내가 모든 개개인의 행동을 감시할 수 없고, 개개인의 (잘못된) 행동에 대해 책임질 수 없다”면서 회장 사퇴 요구를 거부했다.
그는 “(FIFA 간부 7명이 수뢰 혐의 등으로 체포된) 어제의 일들은 전례 없이 축구계와 연차총회에 어두운 그림자를 던지고 있다”면서 “그러나 몇몇 개인의 (잘못된) 행동 탓에 FIFA와 축구계의 명성이 진흙 속에서 망쳐지도록 내버려둘 수 없다”며 회장직 사퇴는커녕 재선 의지를 더욱 강하게 피력했다.
이어 그는 “앞으로 수 개월은 FIFA에 상당히 어려운 시기가 될 것이며 더욱 나쁜 소식이 들려올 것”이라면서 “이제는 신뢰를 다시 쌓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에 앞서 유럽축구연맹(UEFA) 미셸 플라티니 회장과 잉글랜드 축구협회 그렉 다이크 회장은 물론 데이빗 캐머런 영국 총리까지 나서 블래터 회장의 사퇴를 요구했지만 블래터 회장은 이를 거부했다. 한편 블래터 회장의 모국인 스위스에서도 그에 대한 모든 신뢰가 사라졌다며 FIFA 회장에서 사퇴하라는 압박이 높아지고 있으나 블래터는 꿈쩍도 하지 않고 있다.
한편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FIFA 간부들이 체포된 것과 관련, “자국의 사법권을 다른 나라로 확대하려는 (미국의) 노골적인 시도”라고 강하게 비난하고 나섰다. 러시아에선 미국의 이번 수사가 2018 러시아 월드컵 개최권을 빼앗으려는 음모의 일환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한편 27일 스위스에서 전격 체포된 7명의 FIFA 간부 중 6명이 자신들의 신병을 미국에 넘기는 것을 거부한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스위스 법무부는 이들에 대한 1차 심문조사에서 6명이 미국으로의 범죄인 인도를 반대함에 따라 미국에 양국 간 범죄인 인도조약에 근거해 40일 이내에 필요한 서류를 제출해 달라고 요청했고 미국의 공식 요청을 받으면 즉시 범죄인 인도 절차를 밟을 계획으로 전해졌다.
한편 미국 압송에 동의한 1명은 며칠 내로 미국으로 보내질 것으로 보인다. 스위스 법무부는 신병 인도에 동의한 FIFA 간부의 이름은 공개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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